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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튜터 인터뷰 - 말의 길, 삶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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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5-09-27 08:18 조회4,3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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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말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해왔다. 특히 대화나 소통에 서툰 젊은이들, 특히 아이들에게는 말의 통로를 찾는 문제가 절실하다. 어떻게 말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감이당에 개설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낭송 프로그램  <Let's go! 어린이 낭송스쿨> 튜터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여느 어린이 프로그램들을 떠올려 볼 때 어린이 낭송이 무척 이색적으로 들리는데요.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해숙 : 얼마 전, 감이당에서 열렸던 낭송 페스티벌에 아이들이 많이 참가했어요. 아이들이 과연 낭송을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자기들끼리 음을 잘 찾아가더라고요. 아이들의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듣고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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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그램 소개 글을 보면 “현대인들이 진정한 공부법을 잃어버렸다”라고 나와 있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그것이 낭송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거죠?

김해숙 : 18년 전부터 어린이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해왔는데요. 그 시절 애들은 놀 시간이 많았어요. 반면, 요즘 애들은 학원에 다니느라 시간이 없죠. 신기한 것은 옛날 아이들은 글을 외우고 쓰는 걸 어려워하지 않았던 반면, 요즘 아이들은 글쓰기를 굉장히 낯설어하더라고요.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거예요. 주입식 교육으로 많은 지식과 정보들을 습득하지만 자신의 경험으로 연결되지 않아요. 

태연 : 낭송은 사람을 만나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해줍니다. 옆 친구와 호흡을 맞추면서 공통 지반을 만드는 법, 자신의 영토를 벗어나 타인과 만나는 것. 그것을 낭송을 통해 배울 수 있죠.

김해숙 : 얼마 전부터 청주 해인네 공동체에서 아이들과 낭송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어머니들과 얘기를 하다가 공자는 이랬다, 맹자는 이랬다 하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자신이 외웠던 고전 구절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보고 낭송의 힘을 느꼈습니다. 

Q. ‘요즘 어린이들에게 말에 배출구가 없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떠들지 않나요?

김해숙 : 요즘 어린 아이들은 엄마의 구미에 맞는 말을 많이 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말, 진짜 대화가 아닌 자기에게 유리한 말들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대화란 그런 게 아니죠. 자기의 욕구를 분명히 얘기할 줄 알아야 해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대화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게 되면서 자기의 욕구를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고전을 낭송하는 것은 자기를 수양하는 좋은 공부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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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린이 낭송스쿨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나요?

태연 : 1교시에는 천자문 수업을 합니다. 여덟 글자로 구성된 스물 다섯 개의 묶음이 천자문인데요. 각각의 묶음이 스토리를 갖고 있어요. 또한 글자 하나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글자를 읽고, 쓰고, 외우면서 공부의 호흡을 다지려고 합니다.

해숙 : 2교시에는 아이들과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물론 낭송도 하고요. 낭송과 게임을 접목하여 남산 곳곳을 누빌 거에요.

나경 : 온 몸을 두드리면서 리듬감을 일깨우는 놀이도 할 예정입니다. 서서 입으로만 낭송하지 않고 몸을 써서 활동적으로 낭송을 해보려고 해요.


Q. 부모님의 낭송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김해숙 : 아이들도 수업을 하는데, 엄마들이 뒤에서 멀뚱멀뚱 기다리고만 있으면 곤란하겠죠? 함께 공부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요. 또 부모들도 낭송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부모 모두 공통감각을 만들어 보고자 부모님 낭송 수업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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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배웠으면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태연 : 낭송의 즐거움을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해숙 : 많이 걷고, 친구들과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또 고전을 자신들이 배운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고, 그것을 통해 공부의 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경 : 처음 오시는 분들은 공간도, 텍스트도, 사람들도 모두 낯설 수 있지만, 8주 동안 함께 뛰어 놀면서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의 머릿속은 변화무쌍하다고들 말한다. 자신은 인식하지 못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생각의 회로가 바뀌니까. 무엇을 하며 어떻게 이 혼란의 시간들을 돌파할 것인가. 이번에 개설된 청소년 낭송프로그램 <Kungfus! 청소년 낭송스쿨> 튜터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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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낭송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준오 : 예전에 다른 데서 아이들과 독서 프로그램을 해본 적 있어요. 그냥 앉아서 책을 일고 토론을 하는 수업이었는데 적극성도 떨어지고 아이들이 많이 지겨워하더라고요. 낭송은 몸을 쓰는 공부에요. 아이들이 지루할 틈이 없겠죠. 저도 낭송을 했을 때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아이들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은민 : 저는 청소년을 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같이 감이당 대중지성 2학년에서 공부하는 정환이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죠. 정환이한테 뭔가 하자고 말하면 싫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거든요. 결국 하긴 하지만... 저희는 한 학기가 끝나면 조별로 낭송 발표를 해요. 정환이도 그때 낭송 구절을 외우고, 같이 연습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연습할 때 정환이가 웃는 것을 처음 봤어요. 굉장히 신나하더라고요. 이렇게 같이 할 수 있는 게 낭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낭송에 어떤 힘이 있기에 정환이 같은 친구들도 웃게 만드는 걸까요?

송은민 : 무기력을 벗어나려면 자기 힘을 써야 합니다. 낭송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낭송을 하면서 무언가를 외우면 뭔가 신체적으로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엔 무언가를 외운다는 것이 귀찮고 잘 안 되도 계속 읽다보면 몸에 남잖아요.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하다보면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또 흥미가 생기고, 지혜가 만들어지겠죠. 또 일단 같이 읽고, 서로 못 외우면 놀리기도 하고, 같이 하는 공부니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박준오 : 무엇인가를 외운다는 게 경제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몸에 새기는 공부는 자기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감이당 대중지성 프로그램을 하면서 암송을 하다보면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것이 나이와 상관없이 가능하다는 게 또 놀라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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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도 청소년들과 많이 공부를 해봤는데, 그 때 청소년들이 굉장히 다른 신체성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의역학적으로는 목기에 해당되어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하고 쉽게 지치고 하잖아요. 청소년들과 어떻게 만날 생각인가요?

박준오 : 음 저희들의 전략은 아이들을 빨리 지치게 하는 겁니다! ㅋㅋ 다양한 활동을 준비했어요. 서울 근교 탐험. 중간 중간엔 미션이 있고요, 동영상을 찍고 공유하려고 합니다. 


Q. 이번에 낭송 논어․맹자와 낭송 주자어류를 같이 읽는다고 했는데, 이 책을 아이들과 같이 읽는 이유가 있나요?

송은민 : 낭송 주자어류에는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또 낭송 논어/맹자는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는 기본 태도, 즉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죠. 감이당에서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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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나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박준오 : 1교시에는 낭송 논어/맹자, 낭송 주자어류를 읽어나가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요. 2교시에는 주변을 산책하면서 판소리를 외우려고 해요. 외우는 것 말고도 이를테면 동영상 촬영하기, 외국인과 기념촬영 등 다양한 미션을 제시하고 그것을 수행하면 산에서 내려오는 게임도 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함께 밥 먹고, 청소하는 기본에 충실한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Q. 청소년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박준오 : 저희의 3가지 목표는 두꺼운 낯짝, 패기 그리고 친구를 만들기입니다. ‘잘 산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는 거잖아요.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이 세 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Q.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어떤 마음가짐이나 생각을 가지고 왔으면 좋겠나요?

송은민 :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한 번 해보겠다'하는 마음으로 오면 가장 좋죠. 또 새로운 책, 새로운 친구, 전에 안 해보던 것에 대해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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