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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세미나 10주차 후기-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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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츈쿠키 작성일17-05-17 08:43 조회2,2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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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세미나 첫 학기 마지막 시간은 내경편의 몽(), 성음(聲音), 언어(言語)를 공부했다. 꿈과 소리 그리고 언어가 내경편에 속한다는게 낯설었다. 내경편은 말 그대로 몸안의 풍경이니 풍경을 보듯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오장육부처럼 물질적인 것이라야 할 것 같았다. 특히 꿈은 자신도 기억하기 힘들만큼 훅 왔다가 가버리는 구름같은 것 아닌가?

그러나 동의보감을 읽다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꿈은 장부의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로 나온다. 어느 장부에 어떻게 사기가 들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의 꿈을 꾸게 되는지가 자세히 나와있다.

정사기(,邪氣)가 체외에서 체내로 침습함에 있어서 고정된 자리가 없이 내장을 침해하면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영위기(榮衛氣)와 함께 유행하고 혼백과 더불어 떠돌므로 사람이 잠을 자도 편안치 않고 늘 꿈을 꾸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음기가 성하면 큰 물을 건너며 두려워하는 꿈을 꾸고 양기가 성하면 큰 불이 나서 타는 꿈을 꾸며 음양이 다 성하면 서로 죽이는 꿈을 꿉니다. 상초가 성하면 위로 날아오르는 꿈을 꾸고 하초가 성하면 떨어지는 꿈을 꿉니다. 간기(肝氣)가 성하면 성내는 꿈을 꾸고 폐기(肺氣)가 성하면 두려워하고 우는 꿈을 꾸며 심기(心氣)가 성하면 잘 웃고 (두려워하는)꿈을 꾸고 비기(脾氣)가 성하면 노래하고 즐기거나 몸이 무거워 움직이지 못하는 꿈을 꾸며 신기(腎氣)가 성하면 허리뼈가 둘로 갈라져서 이어지지 않는 꿈을 꿉니다.”

우리 몸은 음양의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가 가장 이상적인데 이러지 못할 때 음양은 한 쪽으로 치우쳐 사기가 된다. 더 나아가 간,,,,신등 오장 육부에 들어 특정 장부에 치우칠 때 그 사기로 인해 꾸는 꿈의 양상이 다르다. 그러니 꿈으로 장부의 상태를 알 수 있고 이에 따라 처방이 가능하다.

오장은 오행에 대응되는데 오행에는 고유한 감정이 있다. 간은 분노, 폐는 슬픔, 심은 기쁨등. 꿈도 이에 대응한다는게 재밌다. 이는 서양, 이를테면 프로이드의 오이디컴플렉스와는 사뭇 다르다. 프로이드에게 꿈은 억압된 욕망이다. 어릴 때 엄마와 자고 싶은 욕망이 아버지 때문에 억압당했다가 사회화가 안 되었을 때 두고 두고 변형되어서 밖으로 표출된다는 이론. 지나간 과거에 붙들려 산다는 게 영 찜찜하고 사회의 규율에 따라야 하는 사회화가 치료인데 반해 동의보감은 현재 나의 몸 상태만을 문제시 한다는 점이 좋다.

어느 선생님은 동의보감이 꿈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좀 언짢아했다. ‘옛날의 진인(眞人)은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않았다.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잠을 자면서도 정신이 온전히 보전되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을 문제 삼았다. 사람은 꿈을 꿀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서양의학은 다 밝혀놓았고 그것을 병증으로 보지 않았는데 동의보감은 이에 못 미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동서양이 꿈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는 말이 오갔을 뿐 속시원한 해결은 보지 못했다.

동의보감에선 한결같이 꿈을 물질의 문제로 보는데 사기가 침범하는 것은 혈기가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은 혈을 주관하고 각 장부의 신()을 주관하는데 혈이 부족하면 각 장부의 신 또한 안정되지 못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혼백과 함께 떠돌기 때문에 잠을 자도 편안하지 않고 꿈을 꾸게 된다는 것.

꿈 꾼 후의 태도도 재밌다. ‘밤에 악몽을 꾼 것은 말하지 말고 얼굴을 동쪽으로 향하여 칼을 쥐고 물을 뿜으면서 나쁜 꿈은 초록에 붙고 좋은 꿈은 주옥이 되거라고 주문을 외우라고 한다. 또 꿈이 좋건 나쁘건 말하지 않는게 좋다고 한다. 꿈은 어차피 지나간 것이니 지나간 일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 같다. 민간에서도 개꿈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가 있다. 젊을 때 간혹 외간 남자와 같이 자는 꿈을 꾸고 황당했던 적이 있다. 친정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었다. “여자는 애기 가질 때가 되면 그런 꿈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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