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면

땅!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가

남들 반 넘어 달렸을 때

그제서야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여 일어서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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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한 가운데

감이당 대중지성 개강한 지 이주가 지났다.

무슨 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이거 들었다 저거 들었다

예습 복습 철저히 해야지 하고 사놓은 노트는

첫장만 글씨가 또박또박하고

“이해는 나중에, 일단 외워라”

암송과제 하느라 급하게 휘갈려 쓴 글씨로 벌써

막 쓰는 연습장이 되어버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역학 시간 첫 암송 시험에

낙제를 하는 바람에

재시를 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천간 지지의 음양, 오행, 장부, 방위, 선천팔괘 후천팔괘 오행구궁도 등등을

열심히 외운다고 외웠으나…

결과는?

백점!

아니 165점 만점!

옆사람과 바꿔 매긴 관계로

강민혁쌤의 성적이다.

열두 띠 쓰는 거에서

중간에 ‘뱀巳’을 빠뜨리는 바람에

한 칸씩 밀려서 뒤에 일곱 개 왕창 틀렸다.

이런 거 좀 봐주면 안 되나?

나같으면 뱀 하나 못 쓴 걸로 해줄 텐데

내 시험지 매긴 경환은 얄짜 없었다.

틀린 걸 확실히 알아야 다음에 안 틀려요! 이러면서… 쩝!

150점 밑으로 재시 칩니다!

딸딸 외워가지구 다시 오세요!

카트라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 때문에

나는 결국 재시를 치게 되었다.

이번에는 진짜 열심히 외웠다.

아, 암송이란 게 대충 눈만 써가지구는 안 되는구나

손가락 끝만 얄랑 해가지고는 안 되는구나

온몸을 다 써야 되는구나

소리내서 읽고 여러 번 써보고 걸어다니면서도 외우고

이번에는 절대 뱀 빠뜨리면 안 돼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흐 뱀… 말 양 원숭이…

이제 정말 띠 열두개는 자신있다!

재시는 순조로웠다

제한시간 십오 분보다 조금 일찍 끝내서

답안지 처음부터 다시 훑어보는 여유까지…

채점 결과- 세 개밖에 안 틀렸다

흐… 밖에 안 틀렸다니

초시에서 만점 받은 강민혁쌤은 웃으시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이

재시에도 통과 못 하면

삼시를, 삼시 안 되면 사시를

될 때까지 끝까지 한다는

무써운 ‘첩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의경 출신의 도담쌤은 ‘정보’를 ‘첩보’라고 하신다)

아… 결국은… 어차피… 해야 되는 거구나…

재시 친 보람이라고 한다면

옆에 민선이랑 답안지 바꿔 매길 때

오행구궁도 그릴 때 ‘진震’괘를

선천팔괘에서는 ‘진목震木’이라고 써야 하고

후천팔괘에서는 ‘진양목震陽木’이라고 써야 하는데

민선은 선천팔괘에다가 진양목이라고 썼다.

같은 진인데 진목이나 진양목이나

맞다 해주면 안되나? 라고 하는 걸

틀렸다고 빨간 펜으로 확 그으면서

채점은 정확하게!

틀린 걸 분명히 알아야 다음에 안 틀립니다!

라고 하고 보니, 흠… 어디서 많이 들은 말 같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첫 암송 시험은 무사히 넘어갔구나 후유…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 순간, 으아

돌 굴러와유…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이번 주 암송 시험이 또

바로 코앞에 닥쳐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