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셋째주 글쓰기 수업 후기 3/14 >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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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셋째주 글쓰기 수업 후기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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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밝을曉 작성일15-03-17 14:29 조회2,8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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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글쓰기 수업 세번째 시간. <낭송 주자어류>를 읽고 곰 샘 강의를 들었습니다.

엄숙하고 깐깐한 주자의 강학원. 그곳엔 무려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주자는 그곳에서 평생 강의를 하고 제자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죽기 전까지 누군가와 떠들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삶으로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공부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보람이자 특권입니다. 루쉰 또한 죽기 바로 전까지 청년들과 만나 대화를 했다죠. 공부를 하고자 감이당에 찾아온 우리도 그런 특권을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인지, 공부를 왜 하고자 하는지 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주자는 훌륭한 스승이었습니다. 제자들의 상태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고민은 참 찌질(?)합니다. 가난해서 공부에 전념할 수 없다고 핑계대는 제자, 선생님 수준이 너무 높아 미처 따라갈 수 없다고하는 제자도 있고요. 말은 번지르르한데 삶은 전혀 그 말과 합치되지 않는 제자, 책을 자기 방식대로만 읽어버리는 제자도 있습니다. 그 고민들이 우리의 고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주자는 핵심을 관통하는 조언을 하는데, 그게 가능했던 것은 자신도 과거에 같은 문제를 겪었고, 또 넘어왔기 때문이겠죠. 곰샘은 그 대목들을 읽으면서 그들도 처음부터 대단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을 알았다고 합니다. 또 공부를 하면서 하는 겪는 우리의 고민들이 인류 전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든든했다고 합니다.

"가난은 공부하는 데 장애가 되지 못하네. 세상에 할 일이 없는 한가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일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 말게. 하루 24시간 중 언제 여유가 있는지를 보고 두 시간 여유가 있으면 두 시간을 공부하고 15분 여유가 있으면 15분 공부하면 되네." (p24)

곡진한 표현. 공부가 진짜 인간의 길이라고 믿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이라고 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든, 가정 생활이든, 무엇이든 간에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15분 여유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곰 샘 말로는 공부가 뭐 대단한 게 아니고 자신이 넘어가는 그 만큼이 공부라고 합니다. 깨달음에 많고 적은 게 없으니까요.


"만일 스물 살에 깨치면 그때부터 확고하게 발을 딛고 서서 힘껏 행하면 되는 거야. 서른 살에 깨치면 서른 살부터 그렇게 하면 되는 거지. 가령 팔구십이 되어 깨치더라도 마땅히 그때부터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꼿꼿하게 힘써 공부해 나가면 되는 거야." (p27)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을 때까지 자신을 완성해 가고자 합니다. 자신을 완성해 간다는 건 뭘까요? 좋아하는 것에 미치는 것? 명성을 얻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혹은 사랑을 하는 것? 현대인들이 벌이는 많은 일들은 사실 객기(?)에 불과하고, 그것이 잦아들고 나면 비로소 세상의 이치가 무엇인지, 인간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깨우침의 길을 가는 게 인간이 갈 수 있는 최선의, 유일한 길이라는 거죠.

"요즘 사람들은 책을 볼 때, 먼저 자신의 생각을 세우고 난 후에 보고, 옛사람의 말을 모두 끌어다가 자신의 생각에 맞추어 넣지. 이것은 단지 자신의 생각을 미루어 넓히는 것일 뿐이니, 어떻게 옛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겠는가. 반드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을 지어내지 말라는 것이야. 단지 이 마음을 비워서 옛사람의 말을 앞에 놓고 그들의 생각이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지 보는 것이지. 이렇게 마음에 익숙해져야, 비로소 옛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고 크게 진보하게 된다네." (p38)

현대인들은 자기 생각을 고수하는 게 주체적이고 비판적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다른 사람 말이 들리지도 않을 뿐더러 배울 수도 없습니다. 공부를 하려면 마음을 비울 필요가 있답니다. 이 때 마음을 비우는 것은, 자신의 견해를 내려놓고 옛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 것. 그리고 그게 맞는지 자기 자신한테 물어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자네가 직접 대결하고 자네 자신이 몸소 생각하며 자네 스스로 갈고 닦지 않으면 안 되네. 책도 자네 스스로 읽고 도리도 자네 스스로 궁구하지 않으면 안 되네. 어쨌든 공부는 자네 스스로 해야 하네.(...) 학문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는 생각이 없어지면 반드시 진보하는 법일세." (p42)


글을 읽으면서 들어오는 언어를 물고 늘어져서 자기 자신한테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글을 쓸 때는 어떤 전제에도 기대지 않고, 다른 말 빌리지 않고 자기 자신한테 물었던 질문을 자신의 언어로 구성해야 사유가 시작된다고 해요.

이날 우리는 주자가 들려주는 공부법 외에도 선생님께 주자학의 탄생 배경과 주자학이 후세에 끼친 영향들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또 주자가 말하는 개념 중 '경'(거경궁리)이나 사단에 대해서도 배웠어요. 다음 시간에는 주자학이 도그마가 된 후 그에 대항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유학인 양명학에 대해서 배웁니다. 문리스 샘이 <낭송 전습록>을 가지고 강의를 해주실 예정이랍니다. 그럼 곧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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