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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글쓰기 발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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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경 작성일15-07-14 14:30 조회3,01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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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에세이 발표를 했습니다.
에세이 발표 합평 내용 정리해서 올립니다.

                                                                                             

근영 샘, 여는 말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도 훈련이다. 읽는 속도가 빨라도 그 리듬 안에서 줄기를 따라가는 것도 훈련이다. 오늘 에세이 발표가 각자에게 공부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무엇을 숙제로 가져갈 것인지, 오늘 자리가 질문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몇일 전 수성이 발표하는 것을 보니, 조원들 간에 소통이 잘 된 조가 글을 잘 써왔다. 귀와 몸이 열려있어서 그런지 발표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글이 잘 안 된 경우는 대체로 경청을 잘 못 했고, 이야기가 맴돌아서 발표 시간이 길어졌다.


* 관습적 실수로 본 진화 (곽현숙, 정순찬, 고은미, 송은민)

1. 구체적 진화의 양상을 꼼꼼이 따라가는 게 부족했다. 굴드의 텍스트를 구체적으로 자기 말로 풀어 설명해야 한다. 지금 여기서 시험을 본다고 하면 쓸 수 있겠는가?

2. 그래서 이야기가 붕 뜬다. 추상적이다. 텍스트 내용을 안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으로 건너뛰면 안 된다. 심청전에서 청이가 물에빠지는 내용을 안다고 빠뜨릴 수 있나? 그것 없이 다음 스텝을 가니까 자꾸 이야기가 엇나간다. 어떤 사유로 나아가든  길잡이가 되는 건 사례(이 조에서는 폐-부레)다. 그걸 놓치면 산만해진다.

3. 각 챕터에 문제의식이 다른데, 모든 질문에 각이 서 있지 않다. 마무리도 각각 잘 되지 않았다. 목적론 비판도 예리하지 않다. 질문을 할 때는 그 예를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효율성이 어떤 것이고, 우리 삶에서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더 고민했어야 했다.

4.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는데, 그걸로는 과학을 할 수가 없다. 왜 어쩌다 그렇게 되는 게 필연적인지를 설명하는 게 과학이다.

5. 옴니버스 글 같다. 개인작업을 묶어놓은 글. 매 챕터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결론이 무엇인지, 공통적인 문제의식이 무엇인지가 잘 안 보인다. 부정적인 방식의 정의 '~가 아니다'를 같이 연결해 놓으면 서로 말이 안 맞는다. ~아니다를 ~이다로 바꾸어 놓는다고 새로운 정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6. 질문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부는 답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와의 차별점이다.

7. 문단이 많이 길다. 생각이 꼬여 있으면 문단이 길어진다. 보통 정리가 안 되고 생각이 엉키면 문단이 길어진다. 그러니 일부로라도 문단을 나눌 필요가 있다. 5-6줄 이상으로 문단을 쓰지 말 것. 경쾌하게 사유를 밀고 나가고 야무지게 매듭짓는 법을 훈련할 것.


한계의 재발견 (이여민, 최영수, 김수희, 이기원)

1. 문제 지점이 정확하지 않다. '한계' 상황이란 게 뭔가? 어떤 발화점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한계'보다 '변화'에 대한 강박이 보인다. 문제 초점이 프로포잘 때와 달라졌다. 한계를 어떻게 정의내릴까 궁금했었는데, 한계 상황에 대한 것으로 바뀌었다. 어디서 삑사리가 난 걸까? 혹시 내가 오해한 것이었나?

2. 서양철학에서 한계(Limit)를 갖는다고 할 때는 어떤 것이 실존하려면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대표적 예가 기타를 치는 것. 기타줄은 무한정하지만 아무렇게나 튕긴다고 실존하는 게 아니다. 코드를 잡는 것이 한계를 짓는 것, 매듭을 짓는 것이다. 즉, 한계란 한계 상황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실존하기 위한 존재의 매듭 같은 것이다. 그렇게 이해할 때, 존재의 조건이 한계에 있고, 필연, 자유의 문제가 무엇인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3. 앞에서 정리만 하고 실제 해야할 이야기는 옆 길로 빠졌다. 문제 의식을 놓쳐버렸기 때문에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모르겠다. 재미있는 글이 나올 줄 기대했는데... 우리의 필연과 사주에 대한 새로운 퍼스펙티브, 우리의 필연에 대한 자유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한 걸까? 


굴드 겸손을 말하라 (김영미, 박준오, 서유미, 조정환)

1. 확신과 낭만이 각자의 삶에 왜 해로운 것인지 설명이 안 되어 있다. 객관적 관점에서만 이야기가 되어 있어서 와닿지 않는다. 도그마적. 일반적 이야기로 들린다. 감성팔이, 추억팔이가 안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잖나? 그 내용 이상이 있나?

2. 어떻게 자신을 점검하나? 묵묵, 담담, 조심스럽게 하는 건가? 경계, 또 경계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건가? 자기를 의심해야 되는 건가? 의심은 끝이 없는 것 아닌가? 데카르트도 확신을 찾을 때까진 남들이 사는대로 살고 속으로 의심해라라는 결론을 내렸다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검열이 편집증이나 자의식이 아니지 않나?

3. 굴드가 왜 대중 에세이를 썼을 것 같나? 자기를 끊임없이 오픈하고 깨질 수 있게 하려고 한 것. 그러려면 촘촘하게 써야 된다. 내 확신을 보여기 위해 촘촘해야 된다는 게 아니라, 깨지기 위해 탄탄한 논리로 써야 된다. 접속 가능한 글이 되어야 한다. 엉성하고, 엉거주춤하면 접속할 수가 없다.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되 깨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 (-> 이런 내용이 글 안에 있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4. 더 밀고 나가지 못 한 게 보인다. 어디에서 막혔을까? 오류에 대해서도 자기점검에 대한 내용도 더 나가야 했다. 굴드도 글에서 여러 번 언급을 했다. 놓치게 된 요인이 무엇인 것 같나?

5. 문단 나누기나 흐름 등 글쓰기에 관한 부분은 신경 쓴 티가 난다.

6. 마지막에 조원들의 입장이 좀 달랐다고 했는데, 어디서 달랐나? 논의된 게 없는 건가? 갑자기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계의 재발견> 조와 비슷하다. 처음 발표했던 4조는 거칠어도 시끄러운 게 있는데(물론 생각이 너무 없어서 아예 포기한 것 같지만), 2,3조는 글이 폐쇄된 회로 속에 있는 것 같다. 그 안에 이질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 됐다. 마음이 잘 맞아서 하나의 답으로 가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얼른 합의에 이르러야 된다는 강박이 있는 것 아닌가? 소음이 들리지 않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삐끗한 게 아니라 뚫고 나갈 공간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타자가 제거되는 순간 평준화된 사유가 만들어진다. 그것은 사유의 진전이 아니다. 겸손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이 글 안에 있나? 이건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될 문제다.


멈추지 않는 바퀴 팀 (나경, 최민경, 이지현, 유기옥)
1. '달라진 규칙'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빠져있다. 규칙이 달라졌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 그것을 어떤 척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것이 빠지면 사례 없이 '한 번도 동일한 시간은 오지 않는다'같은 나이브한 이야기밖엔 할 수 없다. 

2. 처음에 이 조가 문제제기했던 것이 달라진 규칙이었잖아요? 그런데 그게 너무 광범위하니까 대멸종을 가지고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죠. 앞부분 대멸종에서 시작한 것은 잘 되었는데, 후반부는 내용 정리로만 끝나버려서 아쉽다. 문제의식을 이어갔으면, 규칙 자체의 역사성으로 이야기를 풀 수도 있었고, 목적론, 일관된 발전의 양상에 대한 문제, 혹은 본질론에 대한 문제들로 풀 수도 있었다. 

3. 챕터 2의 해석이 오독인지 과감하게 읽은 것인지 묻고싶다. 특히 달라진 규칙을 외부 충격으로 이해한 점은 오독이다. 굴드가 달라진 규칙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점이 외부 충격은 아니지 않나? 

4. 조 안에서 달라진 규칙 모형에 대한 표상이 달랐다. 나경은 외부 충격에 방점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바퀴에 방점이 있었다. 분명 충돌하는 지점이 있는데, 그 얘기를 중심으로 충분히 토론이 이루어졌다면 달라진 규칙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5. 프로포잘 마지막에, 바퀴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없을 것 같으니 대멸종에 관한 주제로 좁혀서 가보자 했는데, 글을 보니 그 때 이야기했던 조언들에 마음이 안 실린 것 같아요. 예를 들면, 4번 챕터는 그 전에 쓰고자 했던 거였어요. 성심성의껏 2주에 걸쳐 같이 고민하면서 조언을 했는데, 써온 건 원래 처음으로 회귀했다. 잘 생각해보세요. 누군가 조언을 해주거나 문제제기할 때, 그 이야기에 마음이 실리는가, 받아들일 것인가, 경청이 되는가? 잘 안 돼요. 밴드 토론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마음이 맞는 것 같다가도 글을 써오면 원 상태로 되돌아가 있죠. 마음은 한 자리로 모으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조는 이런 식의 귀환,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버리는 귀환에 대하여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6. 텍스트를 읽을 때 맥락들을 잘 못 잡으신다. 흐름과 맥락을 읽는 힘을 키워라. 그게 있어야 텍스트가 읽힌다. 뭔가를 붙잡고 이거다 이거다 하는데, 정체가 없었다. 한 군데에 꽂혀버려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느낌. 어디를 뚫어서 구멍과 홈을 만들어야할 지 좀 난감했다. 이후에 텍스트에 읽을 땐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본다는 식으로 책읽기를 해보시라.


총평: 수성은 격차가 너무 큰 반면 2학년은 모범생들이란 인상을 받았다. 무난한 느낌. 하지만 서로가 무난하게 간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같이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될까? 수성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굉장히 개성이 강하다. 그런데 2학년은 수업 때도 차분한 느낌이다. 일반화된, 평준화식 공부가 되지 않아야 한다. 보신주의 아닌가? 너무 착한건가? 솔직하게 말하면 안타깝다. 수성에 이어 두 번째로 수업을 한 거라 나름 깊이 있게 강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이거 뭐지? 내 수업이 어디에서 막혀있나 고민하면서 여덟 번을 왔다. 에세이 때도 뭔가 있겠지 했는데... ㅎㅎ 다들 너무 안 싸우는 것 아닌가?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뭔가 방법을 찾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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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송님의 댓글

초코송 작성일

오우~ 거의 녹취를 푼 것같은... 후기*^^* 고마워요. 3학기에는 다들 톡톡~ 튀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