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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 1학기 에세이 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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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들판 작성일20-05-02 18:10 조회1,0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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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통한 마음 기르기

 남편은 설거지거리가 늘어져 있으면 짜증을 냈다. 바로바로 안치우고 쌓아 놓는다며..
“그럼 나한테 시키지 말고 네가 직접 하든지?”하고 말하면 몇 마디 다투다“너하고는 말이 안 통한다.”고 하며 버럭 소리를 쳤다. 결국 나는 입을 다물게 되고 억울한 마음에 점점 관계가 멀어지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 언니들도 설거지에 대한 잔소리를 많이 했다. 설거지거리가 있으면 그 때 그 때  바로 치우라고 하면서 우리 집에 오면 쌓여 있는 설거지부터 했다. 일을 하면서도 “싱크대에 음식물 쓰레기를 그냥 두지 마라, 복이 들어오려면 부엌이 깨끗해야 한다.” 등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언니들은 가끔 보는데다 내가 힘들다며 늘 도와주려 하기에 잔소리를 해도 참고 듣는데, 남편은 옆에 있으면서 내게 바라기만 하고 짜증을 잘 내니 그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다.
 
나도 힘들어!
 늦은 나이에 남자 아이 2명을 낳아 키우며 직장생활 하느라 지치고 기운에 부친 나는, 퇴근하자마자 저녁준비를 해서 애들 먹이고 나면 그 후엔 아무 것도 하기가 싫었다. 애들 밥은 먹여야 하니까 겨우 저녁 챙겨 주고 나면 준비하느라 사용했던 도마, 칼, 큰 그릇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선 남편은 싱크대 주변에 그릇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나나보다. 음식을 하더라도 이것저것 치워가며 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직장일 하고 와서 쉬지 않고 저녁 준비해 애들 먹이고 나면 기운이 빠져 쉬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부터 남편은 10년 이상을 주말마다 등산을 다녔다. 그러면서도 내가 밖에 나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무척 싫어했다. 남편과는 아이들 얘기 외엔 대화가 거의 없었다. 한참 육아로 힘든 시기에 두 아이를 데리고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고 갈 데도 없었다. 가부장적이고 내게 무관심한 남편에 대한 원망이 가득 차 있어 아이들이 크고 나면 따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가정적인 걸 원했다. 나는 집안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해야 하니까, 의무로 했던 것이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인정은커녕 잔소리만 늘어놓으니, 남편이 이야기를 해도 내 태도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마음 기르기
  “전적으로 마음을 기르는데 충실한 사람은 나날이 자신의 부족함을 보게 될 테지만,    전적으로 지식과 견문에 치중한 사람은 나날이 남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부족함을 보는 사람은 갈수록 넉넉해지고, 남는 것을 보는 사람을 갈수록 부족해질 것이다.”
(전습록 75쪽)

양명 선생은 마음을 기르는데 충실한 사람은 나날이 자신의 부족함을 보게 된다고 하셨다. 난 비난 받는 것과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내 부족함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가슴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등 바깥에서 마음을 채우려 하였다. “하지만 누구든 자기의 내부를 탐구할 줄 알아서 스스로 자기 마음의 본체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면, 세상에는 언제 어디서든 이 도가 아닌 것이 없게 될 것이다.”(낭송 전습록 71-72) 혼자 힘으로 자기를 들여다보는 게 어려웠다. 그냥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는 잠깐의 시원함은 있겠지만, 변화는 어려웠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내부를 탐구하여 들여다 보고, 타자의 눈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위해 이 곳 감이당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상황도 중요해
결혼생활동안 서로 맞지 않아 힘든 점들도 있었지만 상황도 중요한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남편은 퇴근이 빨라야 밤 10시였고 때론 밤을 세며 일하기도 했다.
요즘은 아이들이 크고 내 몸에 붙어있는 시간이 적으니 여유가 생겼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도 다른 때보다 많다 보니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는 편이다. 기름기 없는 그릇은 즉시 헹군다. 그릇이 많아 힘들 때는 식기세척기를 돌린다. 남편도 나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왔다. 남편이 짜증내며 말하거나 기분 언짢은 행동을 하면 좀 참았다가 시간이 지난 후, 내 느낌이라든가 속상했던 점, 힘든 점들을 계속 얘기하며 조율하다 보니 예전과 달리 많이 부드러워졌다. 작년부터는 아침보다 커피를 내리고 우유를 끓여 라떼커피를 타준다. 전에는 같이 있어도 불편했는데 요즘은 어느 정도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 주며 마음 편하게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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