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생명이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세미나 후기_이형은 >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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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생명이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세미나 후기_이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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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케잌 작성일22-03-28 07:47 조회1,227회 댓글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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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생명이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마지막 세미나네요. 오늘 세미나는 주란샘께서 선생님들이 쓰신 요약문에 대해 자상한 피드백을 주시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책을 읽고 내 스스로 소화시킨 언어로 철자법과 띄어쓰기에 유의하며 써나가는 작업,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주 top 3 질문 중 첫번째는 자영샘의 감정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책에 "감정 하나하나가 그 자체만으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표출해낸 심리상태라는 것이며, 이 상태를 가진 자아도 없다"라는 표현되어 있는데, 그럼 과연 우리의 감정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자영샘, 정희샘 등 여러 선생님들께서 감정 자체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고 지배받는 것이 문제라고 말씀해 주셨고, 결국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내 감정을 객관화하여 지켜보는 마음챙김 등의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의식적인 훈련은 어렵지만, 우리가 감정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되네요. 매일 아침 명상을 거르지 않아야겠다고 잠시 다짐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6장 중 가장 많은 선생님들이 질문하신 자유에 관한 질문을 묶어서 논의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유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화스님 책에서는 자유를 "개체이면서 공생체인 낱낱 생명체들이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생명체 전체와 균형 잡힌 행위를 하면서도 행위 그 자체가 삶의 존재 이유가 되는 것", "삶의 순간들이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되도록 하는 활동"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철학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모두가 안다고 생각되는 개념이 저자의 언어로는 어떻게 개념화되었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스님이 자유를 설명하시는 방법에서 공명이 강조되다 보니, 공명을 사회 속에서 남과 어울려 살아가는 시민의식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지구의 변화 속에 사라져간 생명들 차원에서는 공생이 없었다는 의견, 꽃이 핀다는 것이 여러 인연 조건이 맞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에 그런 것이 공명이 아니겠느냐는 의견, 생명을 생산하는 어머니들이야말로 자유를 시현하는 존재가 아니냐는 의견까지 다양한 생각의 나눔이 있었습니다. 자유를 공명과 연결시키는 스님의 사유도 놀랍지만, 이 구절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선생님들과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네요^^

 

자유와 관련한 질문 시리즈 중 하나는 자유가 "관계망들과 조화로운 공명을 하기 위해 억제와 발현을 적의 적절하게 하는 행동 양상"이라고 할 때, '적의 적절하다'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련한 질문이었습니다. 적의 적절하다는 것은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지만, 나를 기준으로 본다면 내가 하루에 단 한순간이라도 거리낌없음을 느끼는 때가 있는지, 니체의 건강, 장자의 양생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주란샘께서 설명해 주셨어요. 니체의 건강은 제가 잘 모르지만 장자의 양생주는 소 잡는 포정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소 잡는 솜씨가 예술의 경지에 닿은 포정은 그러나 근신하고 또 근신하죠. 소를 꿰뚫어 보고 적절히 칼을 놀리는 포정을 상상하니 억제와 발현을 적의 적절하게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한 눈에 그려지네요. 주란샘은 또 히말라야 산의 융기가 어떻게 인간을 직립보행으로 이끌어 손을 쓰고 뇌가 커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시면서 우리는 주변환경과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잊고 살지만, 이런 생생한 예는 우리가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만 존재하는 개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씀하셨어요.

 

다음 질문은 본숙샘의 관계구성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여기에는 의외로 딱 정답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주와 자연". 77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다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각자 할 수 있는 실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은 질문은 책에서 "느낌 그 자체가 자신의 총체적인 삶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한 부분이 베르그손의 직관을 말하는 것인지와 관련된 것이었어요. 선영샘은 느낌이 착각일 때조차 총체적인 삶의 표현일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지금의 남편을 낙점하여 결혼하였는데 그것이 착각인 것만 같은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상태조차 총체적인 삶인지 아닌지를 물으셨고요 (선영샘의 솔직한 질문, 너무 좋아요!), 주란샘이 말씀하신 지속적으로 양적으로 질적으로 변화하는 개체가 관계망 속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서로의 변화에 주목해 주고 그 변화를 잘 해석하고 대응해 나간다면 남편분과 잘 지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一微塵中 含十方 (일미진중 함시방), '하나의 티끌 안에 온 우주가 들어있다'는 화엄경의 구절로 6주간에 걸친 <생명이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세미나의 문을 닫았는데요, 아주 적절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혼자 읽었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었을 사유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일성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남궁진님의 댓글

남궁진 작성일

현장의 내용을 복기하듯, 생생하게, 그러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솜씨가 놀랍습니다. 잘 읽었어요^^

이정희님의 댓글

이정희 작성일

형은샘의 내공이 팍팍 느껴지는 후기네요^^ 세미나 시간에 감정과 자유에 대해 어찌어찌 대답은 했지만 더 깊이 고민해보고 생각을 다듬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해용!

목인님의 댓글

목인 작성일

학인님들과 질문과 문답 시간을 가지다보면 답보다 질문이 중요하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결국 세미나라는 것도 반드시 답을 구하기 보다 그것을 찾아가는 각자의 여정을 포개보는 시간이겠지요. 후기를 쓰는 일은 힘들지만 이런 시간을 다시금 복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정말 귀한 작업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구본숙님의 댓글

구본숙 작성일

생명이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혼자서 읽으면 다 못 읽었을 거 같은데 샘들과 함께 읽어서 다 읽은 듯 합니다. 매 주 질문하고 답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내용을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형은샘^^

박운섭님의 댓글

박운섭 작성일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완벽 그 자체네요. 세미나의 끝매듭이 썩 아름답습니다. 모두의 작품! 짝짝짝~~

고소미님의 댓글

고소미 작성일

마지막 세미나를 참석 못했는데, 형은샘의 후기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자유로운자-> 억제와 발현을 적의적절하게-> 포정의 칼솜씨-> 주역에서 때를 안다는 것..많이 닮아있네요  물질과기억 강독시간에도 '자유'를 주제로 불태웠지만 자유로운자가 되는길은 만만치 않은듯 한데...그래도꼭  되고 싶네요  알찬 후기 남겨주어서 고맙습니다 ~

목도리님의 댓글

목도리 작성일

형은샘 속도가 아썸하네요^^  감정을 객관화 하여 관찰하고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마음챙김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네요.  자유는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폭이 넒은 영역입니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자유는  자율(自律)이 우선적이고 다음은 독립적인 객체가 되여 나 자신이 주인공인 삶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우리 일성샘들이 지성과앎에 대한추구로 강독과세미나를 하는것자체가 자유로 향한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작성일

역시~ 후기가 이렇게 빨리 올라오다니! 형은샘의 부지런함과 학인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감사한 마음 가득 두번 꼼꼼히 읽었습니다. 특히 제가 발언한 부분은 5번 읽었고요 ㅎㅎ 배운 것을 바로 써먹으려고하는 자기폭력은 그만두고, 자연스럽게 서서히 변해가는 관계망의 변화를 쓱쓱 포착하고, 종합적으로 해석하며, 맛깔나게 살아보겠습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