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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대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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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영필 작성일22-04-11 21:09 조회1,598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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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강독도 세미나도 끝나고 오늘은 낭송의 날이다. 먼저 교장 선생님이 해이해진 낭송 현실과 과거 매섭던 시절을 언급하며 기강을 잡으셨다. 끝나고 실력을 평가하는 투표의 평가 기준은 내용파악, 전달능력 및 유머감각이며 인기투표는 안 된다는 훈시(?양화된 언어의 한계임을 모두 이해하시리라)도 해주셨다.

낭송은 출석부 순서대로 진행됐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들 그동안 닦은 실력 발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나에게는 모두 베르그손 전공자들 같아 보였다. 그중에도 몇몇 회원님들의 낭송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누구를 뽑을지 메모를 하면서 들었는데 이정희회원님이 돋보였다. 물 흐르듯이 막힘없는 예술적(?) 언어, 자신감과 설득력으로 빛나는 눈, 1등! 나의 판단이 적중했다.

나는 짧은 판소리 실력을 응용해 보았다. 사실 새벽에 만든 즉흥곡으로 겁 없이 용기를 낸 것이다. 처음에 나는 낭송이 노래인 줄 알았다. 자신의 전화번호도 못 외운다는 시대에 그 난해한 철학서를 줄줄 외운다니, 고행이 아닌가! 판소리처럼 노래로 하면 보다 쉽고 즐겁게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작곡이 철학 이상으로 어렵다는 걸 체감했다. 그런데 다들 암송을 고행이 아닌 수행으로 하는 듯 밝은 표정으로 즐기다니. 지속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30분 휴식 후 단체 낭송이 시작됐다. 1조는 이미지들의 두 체계에 대해서 대담형식으로 진행했는데 훌륭한 각본과 회원 간의 조화가 돋보였다. 서로 연결되어 단체적인 지속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2조는 진도 아리랑에 핵심 구절을 실어서 노래로 표현했다. 음악이란 바로  지속의 미적 경지가 아닌가. 철학적 언어를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아름다운 시도였다. 3조는 물질과 정신 및 인식과 표상에 관하여 역시 대담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어려운 내용을 잘 소화하여 각본을 만들었고 많은 연습을 한 흔적이 보였다. 4조는 현존으로부터 표상의 발생과정을 연속 낭송으로 진행했다. 대화식보다 입체감이 떨어지지만 어려운 내용이고 가장 최근에 배운 부분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력을 과시했다.

투표결과는 1, 2조 동점이었고 공동 우승을 달라는 억지를 교장선생님이 물리치고 결선투표까지 하여 1조가 영광을 차지했다. 우리 2조는 며칠을 밤늦도록 연습하고 우승을 놓친(?) 터라, 조원 숫자가 적어서 졌다는 설까지 돌았으나 팩트체크 결과 1,2조 6명, 3,4조 7명으로 사실과 달랐다. 우리 위대한 철학 수행에 정진하는 도반님들이 어디 그런 쪼잔한 유혹에 넘어가겠는가! 사실 우리 2조는 예술로 철학을 보여 주겠다는 꿈은 좋았으나 내용이 조금 엉성했다. 어쨌거나 철학 공부도 유희를 겸할 수 있는지는 함께 고민할 숙제로 남긴 시도가 아니었을까! 3, 4조도 뭐 부끄러워(?) 할 일은 없다. 1조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일 뿐이다. 실력이 중요하지 상이 중요한가! 어쨌든 모두 물질과 기억을 달통한 기억술의 달인이 된 듯하다. 이렇게 함께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베르그손이 와서 보면 기절하지 않을까. 기억의 비밀코드가 풀렸다고!
 
뒤이어서 한 학기를 보낸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일이 다 쓰면 끝까지 읽지 못할 것 같아 생략하겠다. 결론은 앞으로 철학 공부를 더 잘 해보고 싶다는 것이고 아무도 그만두겠다는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일일이 교장 선생님의 멘트가 있었다. 훈장같이 무서우면서도 어린 양을 돌보는 목자같은 자애로움! 그것 또한 우리가 배워야할 숙제 아닌가.
댓글목록

면이님의 댓글

면이 작성일

권영필 선생님!! 캭~~ 팬입니다.^^
대감님 복장으로 등장하실 때부터 마음이 흔들렸어요. 후기도 판소리 같습니다. ^^

'작곡이 철학 이상으로 어렵다는 걸 체감하셨다'는 위트 있는 말씀에 한 번 더 크게 웃고 갑니다.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게 되어 참 기쁩니다.

hee2763님의 댓글

hee2763 작성일

후기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조원 숫자 설은 헛소문이었군요^^
줌으로 노래 박자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2학기 낭송은 군무로 도전 해보는 건 어떨까요? ㅎㅎㅎ

고소미님의 댓글

고소미 작성일

아리랑으로 단체 암송준비한 시간들이 즐거웠습니다~ 영필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적극임하시는 모습은  배움이 되었습니다. 생생한 후기 고맙습니다^^

강적님의 댓글

강적 작성일

지난 암송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판소리로 암송을 하셨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개인 암송 때 모두들 정말 암송을 잘 하셔서 이것도 강독의 결과인가 싶을 정도였어요. 단체 암송은 준비 과정이 언제나 기억에 남구요. 좋은 시간 되새겨주시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목인님의 댓글

목인 작성일

이게 뭐라고 떨리나.... 매번 스트레스의 연속인 낭송이지만 그래도 이만큼 다수의 리듬을 감각해보는 경험도 드물 듯 합니다. 아무튼 그래도 또 끝내고 보면 즐거운 기억! 멋진 복장으로 낭송의 흥을 올려주신 점, 판소리로 승화시키신 점 감사드리고, 세상 어디에나 스승이 있다는 점 다시 깨닫습니다ㅎㅎ

이형은님의 댓글

이형은 작성일

매번 머리를 쥐어 뜯으며 글을 쓰고 암송을 하지만 “아무도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이 감이당의 매력이죠. 영필샘, 이제 감이당의 물 속에 풍덩 빠지셨으니 헤어나오기 힘드실 겁니다^^ 다음 학기에는 샘을 보고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외쳐야 할지 궁금해지네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구본숙님의 댓글

구본숙 작성일

매번 낭송 시간이면 외울 생각에 스트레스 받아서 항상 하기 싫은데 막상 낭송 시간은 즐거워요^^; 권영필 선생님의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복과 감투 덕분에 더 즐거웠고 기억도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이정희님의 댓글

이정희 작성일

과찬의 말씀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권영필 선생님의 멋진 의상과 판소리는 암송대회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다! 2학기에도 훈장님의 멋진 암송 기대할게요!

남궁진님의 댓글

남궁진 작성일

낭송의 날, 훈장님  의상으로 등장하셔서 놀랐습니다. 어느 분은 대감님이라고 표현하셨지만, 장님이 조선시대 학동들이 공자왈 맹자왈 낭송하는 것을 꼼꼼이 매의 눈으로 점검하듯이, 메모를 해가면서 심사를 하셨을 모습이 그려집니다. 전화번호 외우기도 힘든 시대에,,,, 낭송은 정말 수행과정인 듯 합니다. 꼼꼼이 후기 써주셔서 잘 읽ㅇ었습니다.^^

박운섭님의 댓글

박운섭 작성일

아주 소리만큼이나 깔끔하신 후기네요. 감사합니다. 특히 각조별 투표인원을 점검해 주신 부분은 압권이었습니다!!! 갑자기 교장선생님이 등장하여 놀랐더니, 주란샘이 교감 건너 바로 교장샘으로 어느새 승진하셨군요. 모든 분들의 노고가 이번 주말에도 다시 한 번 더 빛나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