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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강독 2주차 수업 후기(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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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적 작성일22-05-11 20:23 조회986회 댓글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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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학기 두 번째 강독 수업

매번 강독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3년째 감이당에서 공부하면서 수업 중에 선생님들이 이렇게 거침없이 질문과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강독의 힘인가?! 

정군 선생님은 매번 수업 진도를 걱정하시는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수업은 언제나 계획한 진도대로 나가지 않고, 아마도 계획한 내용대로도 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 그것이 또 강독 수업의 재미일 것이다.

또한 후기 쓰기가 이렇게 부담스러운 것도 처음이다. 앞선 형은 선생님의 후기 영향도 있지만, 후기에 어떤 기대를 하고 계시는 정군 선생님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야 하는 학생으로서의 부담도 매우 크다. 길면서도 재미있는 후기. 정리문에 담기지 않을 내용으로 그날의 수업을 어떻게 의미 있게 스케치할 수 있을지……. 이렇게 의미 없는 넋두리로 초반 분량을 조금 채우고 시작하는 얍삽한 나.

 

철학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아니, ‘단어를 정말 정교하게 써야 하는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생각이 들면 과연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단어가 몇 개나 될까 싶으면서 선뜻 입이 떼어지지 않는다

오늘 수업 중에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처음 정리문에 대한 피드백 역시 언어의 뉘앙스, 그 안에 내포된 의미가 어떠한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몸에 체화되어 있어 자신도 지각하지 못하는 이른바 상식당연의 오류들이 얼마나 단단하고 두터운지를 알게 된다

거의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주체와 대상에 대한 구분. 정신과 신체(물질)에 대한 구분. 그런 구분에 이은 우열로 서열 짓는 행위. 이 지점에서 베르그손 철학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1학기 첫 수업부터 누누이 말씀하셔왔지만- 알게 된다.

 

베르그손의 주장은 철학적 논쟁들을 모르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어렵게 반복해서 풀어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런 결론을 내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만나는 것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것, 세계가 고정된 어떤 것이 아니라 물렁물렁한 유체와 같이 느껴진다는 것, 대상과 주체가 하나라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고정되고 판에 박힌 사고에 갇혀 있었는지를 자각하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 수업 중에 읽은 문장들 중 베르그손이 당신은~라고 생각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비판한 몇몇 문장은 ? 저거 완전히 나네!” 하며 혼자 찔렸다.

 

좀 알 것 같다가도 설명을 듣다 보면 다시 헷갈려지곤 하는 강독 수업

베르그손이 한 가지 주장을 하기 위해 이처럼 에둘러 가는 것처럼, 내 배움도 이렇게 나아가다 뒷걸음치다 옆길로 새다 하면서 가겠지 싶다. 그런데 그게 또 재미있다그래서 즐거운 물질과 기억의 다음 수업을 또 기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과학과 형이상학이 만나는 지점

나는 과학과 형이상학을 이분법으로 나누어서 생각해왔고, 과학보다는 형이상학이 내게는 더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여전히 과학은 어렵지만, 과학을 차가운학문으로만 생각했던 편견은 어느 정도 버린 것 같다

수학을 전공한 한 친구가 언젠가 어떤 수학 공식을 보면 감동으로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고 한 말도 생각이 나고, 동생이 회사에서 통계로 점철된 보고서를 올렸을 때, 상사가 숫자에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생각나면서 말이다

베르그손이 과학과 형이상학이 만난다는 의미가 이런 의미와는 다르겠지만, 달라서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것들이 사실상 그렇게 서로 만나고 표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본성의 차이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댓글목록

면이님의 댓글

면이 작성일

스스로 얍쌉하다고 쓰시다니~풋~하고 웃었습니다.
얍쌉함과 수영샘이라는  이질적 조합^^ 샘이 진정 얍쌉해지시길 응원할게요^^
저 또한 베르그손 강독에 혼돈과 재미를 오묘하게 느끼고 있어 수영샘 후기가 마치 제 글인 것처럼 친근하네요~~
수영샘에 대한 친근감을 혼돈한 걸까요?ㅋ
그러나 저러나 수학공식에서 감동을 느끼고 통계보고서에서 숫자의 이야기를 들으시는 분들이 계시다니,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김혜경님의 댓글

김혜경 작성일

샘~! 후기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아쉽게 수업 참석을 못했었는데..후기를 보니 강독 시간의 모습이 조금 상상이 갑니다. ^^; 저는 쓰는 단어도 거칠고, 말의 양도 너무 많아 실수 연발인 사람이지만..샘들과 같이 이렇게 공부하다보면 조금씩 잘 말할수 있는 사람이 될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또 됩니다. ^^

동화님의 댓글

동화 작성일

저도 강독 수업을 통해서 수영샘 말씀처럼  평소 내가 사용하던 언어들이 얼마나 거칠게 다루어졌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심하느라 말수를 줄이기보다는, 틀려도 내 생각을 말해야 배움도 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목도리님의 댓글

목도리 작성일

수영샘 다양한 사유로 전개를 해주시니 재밋게 읽었습니다.
[상사가 숫자에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진실을 추구해야만이 과학으로 연결되지 아니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궁진님의 댓글

남궁진 작성일

그러게요.. 이렇게들 후기를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고 세밀하게 앎의 지도를 그리듯 써주시니, 후기 차례가 다가올수록 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생깁니다요. 행동의 중심인 나의 신체에 도대체 무슨 일들이 생길지, 과학이든 형이상학이든 신체의 작동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것인 정신이, 배움으로 어떻게 변용되어 신체에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단순삶님의 댓글

단순삶 작성일

맞습니다. 공부를 할 수록 더욱 어려워 지는 것 같아요. 단어하나, 그 의미하나에 고민하며 말해야 하니까요.
미시적인 시선이 생기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은 더욱 많아집니다.
내려놓아야 할 자의식과 고려해야 할 관점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니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 모르고 지나가는 것보다 미세하고 세밀하게 관찰 할 수 있는 눈을 장착하는 것이\
더욱 행복하단 것입니다.
몰라서 괴롭고 답답한 것 보다는 알아서 더욱 예민해지는 쪽이 낫다는 것입니다.

이형은님의 댓글

이형은 작성일

수영샘 이러실 줄 알았어요. 이렇게 잘 쓰실 거면서 너무 엄살 떠신 거 아녜요?!! ㅎㅎ
저도 과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만 베르그손 공부하면서 과학 공부가 하고 싶더라고요. 우리 과학도 같이 공부해보아요 샘!

박운섭님의 댓글

박운섭 작성일

수영샘처럼 강독 수업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하다가는 금방 말 그대로 '도'가 트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형이상학보다 사회과학에 더 친하다고 여겼던 한 사람으로서는 수영샘의 입장과 정반대는 아니고 엇비슷한 방향에서 출발하는 셈인데... 과연 본성의 차이는 없는지 다시 한번 더 세밀하게 관찰해야겠다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시 본성이 뭔지가 또 대책없이 달려드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