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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2학기 암송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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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모긴 작성일22-06-27 16:16 조회2,170회 댓글1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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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개인적으로 폭망한 암송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잊고 싶은 기억이 돼 버렸건만 이렇게 후기까지 쓰게 되다니.... 이럴때 진짜 운명은 잔인하다.) 


아무튼... 이것도 다 내 탓이다. 얼떨결에 현장에서 후기를 맡게 되어 첫번째 하기를 열렬히 자청했는데, 자충수가 돼 버렸으니. 

 

약속시간인 10시 10분전에 도착하니 방이 휑하다. 다들 어딘가에서 화려한 장비를 갖추고, 혹은 한옥마을에서 맹연습을 하고 계시단다. 뭔가 암송에 과도한 울렁증과 트라우마를 가진 자들이 많은 우리 4조 역시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주란쌤이 각자 '암송은..... 이다!!!'를 외치게 한다. 뭔가 위트있는 구절도 많았건만... 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암송을 바로 해야한다는 긴장에다 마침 핸드폰이 보이지않아 당황하면서 이때부터 나의 지각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한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그 와중에 내가 한 말은 '암송은 조원들과의 불가분적인 운동이다'였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댓글로 자신들이 한 말 좀 달아주시어요ㅠㅠㅠ. 안 다신 분들은 안 읽으신거) 

 

좌우당간.... 그래서 우리 4조가 일단 당당히 포문을 열었다. 4장 347쪽부터 2장에 걸친 시처럼 아름다운 구절이다. 그리고 순조롭게 잘 나가던중 그만 내 차례에서 불안에 떨며 예상은 했으나, 결코 끼어들지 않기를 바랬던, 그노무 정념이 끼어들면서....머리가 하얘지고... 망했다 흑흑흑.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우리에게는 나의 이런 막대한 실수를 덮어줄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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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리드미컬하고 멜랑콜리하기 그지 없는 두영쌤의 불어와 (단독낭송할때의 그 무수한 카메라 세례, 난 잊지 못한다ㅋ), 프로페셔널하고 엘리건트한 형은쌤의 영어 낭송.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 맞춰 낭송에 맞춰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본숙쌤의 바디~~ (물론 나머지 우리들도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흔들었지만 본숙쌤의 본투비 땐스 바디에 비하면 그저 삐걱대는 몸뚱아리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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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진에는 그 유려한 율동선을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음 조는 화려한 장비빨에 빛나는 2조 차례. 제주 해녀들의 노래라는 '너영 나영'의 곡조에 맞춰 '순수지각' 부분을 중심으로 곡을 구성, 말그대로 낭낭하게 한 곡조씩을 뽑았다. 영필쌤은 역시 훈장님복이 어울리고, 북을 치시며 장단을 맞추시는 모습에 여유와 품격이 느껴졌다. 고지영쌤은 음.... 오리발을 가져오셨는데....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시고 끝내 그걸로 뭘 하지는 않으셨다. 뭔가 암송의 긴장을 풀려는 애착인형의 역할이었나?^^ 아무튼 저렇게 가락에 맞춰 암송을 한다면 좀더 신체성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아이디어로 느껴졌다. 암송하시는 분들도 흔들흔들... 부담없고 경쾌해보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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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조는 화사한 카나리아색 가디건의 조장님이 이끄시는 3조. 물질과 기억에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각자가 이해한 부분을 가지고 구성했다. 조원수가 적어 각 조원들의 파트가 더 잘 보였고, 각자 맡은 부분도 상당히 길었다. 중간중간 잊은 부분이 생겨도 나처럼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기억이 다시 오길 기다렸다 이어가는 여유가 돋보였다. 왜 난 저런 순간에 저런 침착성을 갖지 못하지??? 내가 옆에서 마구마구 부러워하자 형은쌤이 넌즈시 '병화라 그래'라며 정리해준다. 설마 그것뿐이랴만 아무튼 사주팔자를 이기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암송으로 참 여러가지 깨닫는 중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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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아침부터 한옥마을에서 큰 소리로 연습해서 눈길을 모았다는 1조, 자칭 선임조이자 지난 학기 우승조다. 이미지에 대한 지각 그리고 정념과 기억에 관한 스토리를 구성했는데, 2인 1조, 3인 1조, 개인, 함께 등의 다양한 합동 암송으로 아이디어와 연습량이 돋보였다. 우리도 마지막 한 줄을 함께 외워봐서 안다. 일단 한 명씩 하는 것도 부담인데 거의 전 분량을 한 명 이상의 조원들과 어조와 호흡을 맞춰가며 암송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우리 모두 그것이 쉽지 않은 길인걸 알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고.... 결국 우승!!! 예상대로 대미를 제대로 장식했다. 추카추카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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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대중쌤과 다른 분들의 키 차이에 설레이는가? 대중쌤이 190은 돼보이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상대적 효과다

 


 

마지막으로 각자 돌아가면서 2학기 간의 강독을 끝내는 소감을 얘기했다. 각자 따로 또 같이 겪은 공부의 경험들을 털어놓으며 그를 통해 다시금 알게 된, 함께 하는 공부의 즐거움, 학인들에 대한 감사, 철학책 읽기의 재미, 또 공부를 하게 된 습관, 공부를 위한 습관, 공부를 통한 고통의 극복 등의 얘기들이 나누어졌다. 특히 일성에서 함께 공부하기는 뇌의 네트워킹 같다는 운섭쌤, 유물론자의 관점을 피력하셨던 영필쌤의 '아무래도 관념론'인 것 같다는 획기적 고백, 질문에 묻힌 정군쌤의 강의에 목말랐지만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임을 느끼셨다는 순생쌤, 점점 더 뜨거워지는 베르그손에 대한 애정을 피력한 형은쌤, 그리고 조원이 줄면서 많은 마음고생을 하신 듯해 다독여드리고 싶었던 진쌤 등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아 참, 결혼이냐 공부냐의 사이에서 방황중이신 대중쌤, 저는 일단 결혼에 한표입니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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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이뿐 애기 보면 더더욱~~ (일성을 찾아온 동현쌤 애기입니당)


뭔가 예전에 비해 다소 부족한 열기와 똘끼에 주란쌤은 아쉬움을 표하셨고, 대차게 망한 나는 누구보다도 할말이 없다. 이번 암송의 습관-기억을 어설프게 만든 바람에 오래도록 이미지-기억에 괴로워할 자신을 생각하면 왜 인간이 습관을 만들고 지각을 둔화시키는지 알것도 같다. 꼭 이딴 식으로 배워야만 속이 시원하겠냐 싶기도 하지만, 뭐 또 이렇게 우릴 괴롭히는 정념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 공부의 힘이 아닌가 한다. 다음에 좀 더 기운을 내 보기로 하고, 다들 수고많으셨습니다! 자 이제 에세이 씁시다!!! 흑. 

 

 

 

 

댓글목록

멍뚱깽님의 댓글

멍뚱깽 작성일

모긴샘. 지적이고 샤프해 보이던 이미지와 달리, 암송 떄문에 당황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 너무 귀엽고 새로운 면모였네요. 재미난 후기, 열렬히 댓글다는 학인들을 보니, 선생님의 새로운 역량으로 간주하셔도 될듯해요!

남궁진님의 댓글

남궁진 작성일

사진과 함께 명랑한 웃음 톤의 목인 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암송은,,,,, 암송인데,,,,, 어려웟습니다요^^ 그런데, 동현샘 아기, 정말 이쁘죠!!

hee2763님의 댓글

hee2763 작성일

연습할 때는 제일 내키지 않지만 막상 끝나면 제일 재밌는 추억으로 남는 것이 단체 암송이네요. 이런 모순된 정념은 어떻게 발생하는 건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ㅎㅎㅎ 후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인샘~!!!

권영필님의 댓글

권영필 작성일

이렇게  시진첩으로  냉송대회를  생생하게 상기시켜주시니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 습니다.
한 학기를  끝낸  홀가분함을  느낍니다.

단순삶님의 댓글

단순삶 작성일

암송의 시간을 완죤 다시 살아나게 하는 생생한 후기였습돠.
재밌게 읽었어요. 목인샘...저는 윤경임돠.
저의 대답은... 암송이란 조원들과 입을 잘 맞추는 것이다.ㅋㅋㅋㅋㅋ이였어요..
미리 한옥마을에서 입을 잘 맞추고 왔기에...ㅎㅎㅎ
일성 모든 분들과 함께 공부하게 되어 정말 즐겁고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작성일

아~~목인샘의 목소리가 제 귓가에 들리는 듯한 생생후기 감사합니다. 침착해(?)보였던 제게도 암송의 기억은 웃픈 이미지로 이미 자리를 잡아버렸어요^^ 그래도 전 다음을 기약하며 쿨하게 무의식에 꽁꽁 가둬버리려고 노력중입니다. 신체에 새기는 암송이 되려면, 낭송을 목청껏 하고 듣기를 반복해서 언젠가 멋진 긴긴 암송을 신명나게 해보고 싶네요!! 애쓰셨습니다.^^

구구님의 댓글

구구 작성일

머리속이 하얘지는 암송시간이 목인 샘의 후기를 읽고 나니 이후 즐거운 이미지-기억으로 자리 잡을 듯 합니다. 정말 즐겁게 유쾌하게 잘 읽었어요~ 마지막까지 후기 쓰느라 얘쓰신 목인샘 감사드립니다!!

teresa357님의 댓글

teresa357 작성일

효정샘의 불참으로 갑자기 조장님의 후기 권유를 받게 됐을 때, 선뜻 대답을 못한 게 저는 간단히 몇마디로 끝날 것 같기에.. 대미를 장식하는 암송후기보다는 차라리 3학기중에 묻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는데..  옆에 있던 목인샘이 자청해 주셔서 감사했고, 역시 후기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네요. 감사해요. 목인샘^^

강적님의 댓글

강적 작성일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암송 순간 머릿속이 하애지는 느낌, 잘 알지요. 머릿속은 하애지더라도 입이 혼자 떠들게 그렇게 암송을 해야 하는데.... 입이 필요할 땐 꼭 독립성을 발휘하지 않으니....^^ 잘 읽었다는 표시로 " 암송이란?" 질문에 대한 제 답을 적고 싶은데,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해서인지 영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러면서 또 선생님의 장난스런 요구임을 알면서도 굳이 지키려고 하는 저의 경직성을 탓한다는,

박운섭님의 댓글

박운섭 작성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댓글의 댓글 작성일

대박! 베스트 댓글입니다~ 운섭샘!! ^^

면이님의 댓글

면이 작성일

아~~그리고 동현샘 애기 넘나 예뻐요^^ 이렇게
꼬물거리는 애기를 본것이 얼마만인지..진짜 애기, 사랑의 기운이것 같아요.
아기랑 고군분투하는 동현샘 가족의 뜨거운 여름을 응원합니당~~

면이님의 댓글

면이 작성일

목인샘 후기에는 정념이 넘치게 드러나는 이모티콘을 잔뜩 넣고 싶어지네요^^
이토록 유쾌하고 재밌는 후기라니... 우리조 암송의 버벅거림은 유쾌한 후기를 위한 목인샘의 큰 그림일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ㅋㅋㅋ

이형은님의 댓글

이형은 작성일

이토록 유쾌한 후기라니!!! 역시 목인샘이 목인샘 하시네요^^ 망한 4조 암송으로 시작하여 동현샘 아기로 끝나는 이 후기만큼은 더할 나위없이 완벽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