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원자> 113~203쪽 세미나 후기 >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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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원자> 113~203쪽 세미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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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연인 작성일22-07-28 20:59 조회2,846회 댓글1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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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 / 2022년 7월 24일 / 2교시 불멸의 원자(113~203쪽) 후기 / 최선영(3조)>

  어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후기는 그날 바로 쓰는 게 가장 좋다고. (그렇지만 나는 단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덮어두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삼일 그리고 오늘을 맞이했다. 책을 한번 더 읽고, 발제문도 한번 더 읽고, 메모한 것도 다시 보고. 아~ 계획대로 했지만 마음은 쪼들렸다가 풀어졌다가 다시 긴장했다가 어느 순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 자리에서 딱 일어나, 무작정 나가서 걸어보았다. 걸으면 마음이 차분해질 것 같았다. 걸으면서 나무와 잡초, 꽃들을 보고 오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다시 읽고 듣고 머리를 싸매며 끙끙하다가 어느 순간 쓰고 싶어졌다. (물론 내가 정한 기한이 오늘이기도 하지만^^) 자, 그럼 무려 4일이 지난 『불멸의 원자』 세미나 후기를 써내려가보자. 일단 대단히 잘 쓰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자. 그리고 일성샘들이 늦게 올린 후기에 댓글을 적게 달아줘도 괜찮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내가 바라본 그날의 세미나를 기록해보자.
  2부 쉬운 듯 우아하게 에서는 여러 천재 물리학자들이 한꺼번에 출몰한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물리를 40대에 『불멸의 원자』라는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된 소감은 ‘후덜덜’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일성 샘들의 발제문을 읽고 또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머나’이다. ‘후덜덜’의 의미는 ‘왜 이렇게 어렵지, 낯설다’ 이고, ‘어머나’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재밌다’이다. Wow! 갑자기 이렇게 널뛰기를 해도 된단 말인가? 거짓말처럼 들려도 어쩔 수 없다. 사실이다. 세미나에 참여하시는 샘들 포함해서 모두가 겪은 공통경험이지 않을까. 이번 주 세미나는 윤경샘, 지영샘, 자영샘, 형은샘 께서 맡아주셨다. 가장 인상이 강하게 남은 장면이 있는데, 지영샘께서 『불멸의 원자』 저자이신 이강영 님께 직접 받은 이메일 답신 공개였다. 정말이지, 지영샘의 아이디어의 끝은 어디일까?
  윤경샘 발제 제목이 ‘다양한 천재들 이야기’이다. 고지영샘께서 저자에게 직접 받은 답신에서도 2부 전체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해주셨는데, 윤경샘이 참 제목을 잘 뽑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천재들의 이름은 페르미온, 얀시, 폰 노이만, 존 바딘, 윌리엄 소클리 다.
이들의 각 이론과 업적, 활동, 성격, 삶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 자세하게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중에서 나는 ‘페르미’가 가장 인상적이였다. ‘페르미 문제, 페르미 해답’이라고 사람들에게 불리는 지점이 그렇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방식으로 정답을 찾아내는 천재물리학자이다. 반대로 단순화 시켜서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매력적이다. 어렵게 경제학과를 졸업한 나는 복잡한 방정식을 거침없이 쓱쓱 풀어내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페르미가 그런 면에서 물리학자들 중에서 탁월했던 것 같다. 다만, 그가 개발한 기술이 나중에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에너지 발전소(원자력 발전소)에 큰 기여를 했다. 윤경샘은 우리가 쉽고 편하게 사용하는 전기에너지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또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했다. ‘화장실 없는 집’을 상상한 적이 있는가? 핵폐기물은 현재까지도 방치되거나 바다에 방류하는 방법 외에 딱히 처리기술이 없다. 집에 똥이 쌓이고 있는 형국이다.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집에 있는 애물단지 에어컨이 떠오른다. 꼭 사용해야 한다면, 효율적으로 사용해야겠다. 전기는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지영샘은 갑자기 궁금해졌다고 한다. 과학관련 책에서 물리학자의 사랑이야기가 나와서말이다. 그러다가 겁도없이(?) 저자에게 이메일을 쏘았다. 아마 저자는 무척 기뻐서 장문의 답메일을 바로 쏴주셨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 메일 내용을 발제시간을 할애해서 낭송해주었다. 이 장면이야말로 저자와 독자의 러브레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배가 아픈게 아니라, 이런 선생님을 내가 알고 있다는게 참 뿌듯했다. 내용은 이렇다. 유명해질까봐 노벨물리학상도 받지 않겠다는 천재 물리학자 디렉은 ‘여성 기피증’이 있는 소심한 남자였지만, 동료 여동생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이점은 답편지에 번호를 매겨서 했다는 점이다. 물리학자라서 그런가? 귀여웠다. 최초로 원자폭탄을 테스트했던 ‘트리니티 실험’을 성공했을 때, ‘우리가 무시무시한 것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던 로버트 윌슨은 후에 가속기를 연구하는 데 공을 세웠다. 그리고 스승인 볼츠만의 열역학 강의에 매료되어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꾼 파울 에렌페스트는 좋은 물리학자이면서 훌륭한 선생이였지만, 열등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자영샘께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과학자 아인슈타인과 물리학계의 리더 이시도어 라비에 대해 발제해주셨다. 자영샘의 발제시간은 좀 색달랐다. 진짜(?) 발제를 해오신 것이다. 발제문을 읽으시고 마음을 놓고 있는 청중들에게 질문하시겠다고 선포를 하셨다. 약간 올라오는 졸음이 싹 사라졌다. 어려운 질문이면 어쩌나 했는데, 재미있는 질문이였다. ‘왜 아인슈타인은 고향이 아닌 프라하에서 연구를 활발하게 할 수 있었을까요?’ 오호~ 이런 내용으로도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배움의 순간이였다. 모르니까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한수샘께서 학문적 배경, 현실적인 상황 등 여러 가지 이야기 하시면서 추론하셨다. 그동안 푸대접을 받았던 아인슈타인이 융숭한 대접을 받은 프라하에서 열정이 더 생긴 것이라고. 왠지 맞는 말 같다. MRI의 근거가 되는 자기공명을 개발해 노벨상을 받게 된 라비는 연구 외에도 정치적으로 조직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한 과학자이다. 물리학자들이 연구개발, 실험 등에만 쏠려있는 줄 알았는데, 새로웠다. 작은도서관장님의 발제의 위엄을 조금 맛보았다. 나도 언젠가..!
  이제 형은샘 파트다. 형은샘은 발제문을 읽지도 않고 강의를 해주었다. 그것도 과학이야기를 마치 불쌍한 옆집 아저씨 이야기 하듯 생생하게 말이다. 만약 내 옆에 베포가 있다면, 말없이 그냥 등을 쓰다듬어 줄 것만 같았다. 제목도 ‘왠지 짠한 배포’이다. 그렇지만 ‘대장부 베포’이기도 하다. 왜 짠할까? 베포는 분명 천재적인 물리학자다. 손재주도 아주 좋고 실행력도 짱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성과를 다른 사람들이 대신 받아가는 결과를 맞이한다. 그것도 2번씩이나 노벨물리학상을 코 앞에서 놓치다니! 그래서 형은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복적으로 흥분(?)하셨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베포는 대체 어떤 정신으로 살았을까? 깜짝 놀랐다. 남미에 있는 대학에 가서 교수도 하고, 전쟁통에는 접시도 닦고, 전쟁 후에는 파월덕분에 다시 순수물리학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1부에 나온 유카와 히데키가 이론적으로 증명한 메손(원자핵을 뭉치게 하는 힘을 매개하는 입자)을 베포가 실제로 증명해냈다.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데 공동연구했던 파월이 단독으로 노벨상을 받으면서 베포는 뒷전으로 또 다시 밀려났다. 그럼에도 그는 학문적, 인격적, 과학적 여러통로로 능력을 인정받는 삶을 살았다. 나중에 이탈리아 우주국에서 최초 발사한 과학위성에 그의 이름을 새겨넣었다고 하니, 노벨상 만큼의 보상을 받은 것 아닐까. 발제를 마치신 형은샘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노벨상을 두 번이나 못받게 할 수 있냐며 ‘선생님이 만약 노벨상을 두 번 놓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딱 3분에게만 질문하셨다. 세 분샘께서 반항기 1도 없는 대답을 해주셨다. 형은샘은 해소가 되지 않았는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보왕삼매론> 중에서 ‘억울함을 밝히려고 하지 말아라. 원함을 사게 되니 억울함을 수행하는 마음으로 삼아라.’ 평소 제일 이해가 안되는 구절이라고 고백하셨다. 보다 못한 다른 샘들이 베포를 향한 형은샘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단합을 했다. 1교시에 공부한 노자타설 중 타자도 살리는 ‘공심’, 정치적 편애, 성격 등의 이야기가 그래서 나왔나보다. 아무튼 형은샘  발제시간은 끈질기고 충만하고 재미있었다. 다양한 형식의 발제를 세트로 볼 수 있어서 진짜 공부가 되었다. 주란샘께서 앞으로 쭉 2교시 세미나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하신다고 못을 박으셨다. 큰일이다. ^^
댓글목록

들판님의 댓글

들판 작성일

와, 선영샘 맘 먹고 남산까지 가서 글을 쓰니 이런 실력이 나오는군요. 감이당 기운을 듬뿍 받아서 영감이 흘러넘쳤나 봐요. 넘 생생한 후기 즐겁게 잘 읽었어요. 담 타자가 저인데 대충 써서 할말이 없네요. 방학 즐겁게 보내시기 바래요.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댓글의 댓글 작성일

오~~ 공부의 신, 윤경샘!!! 잘 아시겠지만, 저의 실력이 아니옵니다. 감이당 기운과 남산의 정기를 듬뿍 받아, 한번에 써내려갔다고 고백드리면 믿으실런지요. 아, 일성스승님들의 열정은 저를 압박의 길로 인도하구요. 특히 윤경샘 ㅎㅎ  감사합니당~

남궁진님의 댓글

남궁진 작성일

유쾌, 상쾌, 통쾌하고도 속이 꽉 찬 후기, 잘 읽었습니다. 통통  튀는 선영샘의 말씨, 마음씨, 맵씨가 떠올라 마음이 즐거워졌습니다^^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댓글의 댓글 작성일

진샘~!! 지금쯤 태평양을 건너고 계시겠지요? 댓글이 너무 늦었습니다.. 조장님 안전하게 또 활기찬 시간보내고 오세요! 샘 몫까지 고요하게 공부에 조금더 열중하겠습니다. (부디..ㅎㅎ) 벌써 보고싶어요!!

목도리님의 댓글

목도리 작성일

선영샘  영감을 받으셨네요. 글이 깨알같이 작아서 구독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 되였다는 ㅋㅋㅋ  눈망울이 큰 선영샘 독립적인 사고 조아요.  smile day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댓글의 댓글 작성일

대박~~!! 다른 분과 헷갈렸는데 인내심을 발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철샘^^ 눈에서 열이 나지 않도록 꼭 다음 후기에는 보기좋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눈망물이 역시 큰 홍철샘의 공부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뿔테안경 진짜 잘어울리신 듯ㅋ 평소 생각)

태림님의 댓글

태림 작성일

어머낫 선영쌤~!!인트로부터 감탄사가 나오네요ㅎㅎ확실히 마음쓰신 후기는 티가 나나봐요~ 아침에 베어에서 해주셨던 말씀 듣고 궁금해서 들렀습니닷^^ 후덜덜에서 어머나로 바뀌셨다니! 옆에서 공부를 재미있어 하시는 모습보고 저도 자극이 많이 됐어요ㅎㅎ 알아가는 즐거움 맘껏 누려봅시다ㅎㅎ 선영쌤의 공부를 항상 응원할게요:)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댓글의 댓글 작성일

핫플 베어하우스에서 환영해주신 태림샘^^ 일성에 방문해주셔서 고마워요!!  댓글에 응원까지! 노래가 절로 나오네요^^ 감이당에 가면. 밥도 있고. 까페도 있고. 산책도 하고 우정도 쌓고 친구도 만나고. 글도 써지고~~ㅎ ㅎ

이형은님의 댓글

이형은 작성일

3빠. 선영샘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톡톡 튀는 후기 잘 읽었어요. 후기를 바로 안 쓰고 3일 묵혔다 쓰면 이렇게 잘 쓸 수 있는 건가용?
100분짜리 세미나의 완벽한 3분 요약! 다음 번 후기 쓰시는 분이 누구신지…큰일이네요…ㅎㅎ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댓글의 댓글 작성일

숫자 3을 좋아하는데, 형은샘 당첨!!  3-3-3 에서 2-2-3, 1-1-3, 0-0-3 바꿔보고 싶어요! 사실 3일 힘들거든요~^^;; 형은샘 처럼 일찍 올리고 마음 편히 할 일에 집중하는 그 날이 곧 오겠죠?

한스님의 댓글

한스 작성일

물리학 시간의 생생한 장면을 놓치지 않고, 유쾌 상쾌 통쾌하게 써 주셨네요.ㅋㅋ
읽다가 몇번이나 웃었습니다..
이제 세미나 이렇게 하기로 못 박았으니, 큰일이네요..^^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댓글의 댓글 작성일

ㅎㅎ 어머~ 한수샘! 벌써부터 긴장하고 계시나요? 한수샘은 문장을 한수샘식으로 바꿔서 칭찬을 여러번 받으시던데, 도반들에게 비법 좀 알려주세요^^ 부러워서 밤에 잠을 못잡니다. (유쾌상쾌통쾌 하면 변비약이죠ㅋㅋ)

박운섭님의 댓글

박운섭 작성일

1빠, 선영샘이 갱제학을 하셨구낭. 반가워요! 이번 후기를 보니, 미리 준비체조를 엄청 하셨네요. 그 결과 한빵에 주루루룩 써내려가셔서 읽는 데 사뭇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발제자의 노고를 120파센트 appreciate하신 후기라 자신있게 주장합니다. 연애 이야기 같은 걸로 별로 말할 게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언제 어떤 내용에서도 참 재미있는 세미나가 가능함을 발견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일성분들입니다. 마지막에 선영샘이 자리잡았네요. 수고수고수고^^^

자연인님의 댓글

자연인 댓글의 댓글 작성일

운섭샘~  기다렸다는 듯이 댓글 달아주셔서 감격했어요 ㅎㅎ 깊은 애정을 쏟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섭샘의 유머를 능가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