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 8주차 후기 > 목요 감이당 대중지성

목요 감이당 대중지성

홈 > Tg스쿨 > 목요 감이당 대중지성

서브배너_목성.png

목성 8주차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포츈 작성일15-09-30 10:38 조회2,046회 댓글0건

본문

고치고 싶은 글쓰기 습관
  <아Q정전>을 중심으로 루쉰의 작품을 감상하고 ‘계몽의 시대’가 끝나던 날, 내일 후기를 바로 쓰고 에세이 준비로 들어가려 했다. 아큐의 ‘정신승리법’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후기로 이것을 정리하다보면 에세이에 도움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이해가 잘 안돼서 한 번 더 읽고 쓰자고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아큐를 읽다보니 다른 작품들도 좀 더 읽고 싶어졌고 녹취를 한 번 풀어 하루 이틀이 지나 버리자 다급해져 후기와 에세이의 비중을 저울질 하게 되었다. 코 앞의 에세이를 먼저 쓰기로. 먼저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고 미룬 채 에세이를 쓰는 부담이 좀 있었다. 이것까지가 다 공부인데. 근대의 파시즘이라는 ‘속도’가 나에겐 얼마간 필요하다.
  에세이도 한 번 쯤은 고쳐야 했었다. 적어도 하루 전에는 완성하고 수정을 받았어야 했는데. 겨우 마감시간에 맞추어 내니 이 습관을 고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에게 지적 받은 것은 쓰면서도 내내 괴로웠던 것이었다. 많은 분량. 읽는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작품만 비교하고 문학론은 뺄까 생각하다가 못했고 두 작가만 비교하여 양을 줄일까 생각하다가 못했다. 이광수식 계몽을 벗어나는게 이번 에세이의 목적이라면 꼭 세 사람의 작가를 비교해야할까라는 회의가 일기도 했지만 계몽의 다양성은 두 사람의 비교만으론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었다. 단순 정리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일기도 했다. 제목도 미심쩍었는데 지적을 받는 순간 아차했다. 고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글은 자신이 제대로 보지 못한다. 쓰는 데 열중해 있어서 빠져나와 냉정하게 보기가 힘들다. 모니터를 오래 들여보다 보면 머리가 무거워지고 혼돈이 온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제대로 볼 수 있으니 필히 모니터링을 받아야 할 일이다.
  글이 길어진 건 밀도 있게 쓰지 못한 것이 더 큰 이유겠지만 자료를 포기 못한것도 문제였다. 세 사람의 문학론 그 자체가 좋은 나머지 사족으로 쓰게 되었다. 이런 걸 두고 욕심이라고 할 터이다.
  하긴 이번 학기에 사실 텍스트 못지않게 자료에도 매력을 느꼈다. 나는 한 때 국어선생을 했는데 계몽시대를 가르칠때면 늘 난감했었다. 갑자기 작품 수준이 팍 떨어지니 어찌 설명해야할지 당황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시조나 가사의 유려한 표현이 있었고 북학파의 뛰어난 문장을 접하다가 갑자기 ‘동심가’나 ‘경부철도가’등 계몽의 광고 같은 단순한 글이 나오는데 교과서에선 이 시기를 ‘과도기’로 폄하해버리고 만다. ‘과도기’? 과도기라는게 있을 수 있을까? 어느 시대든 다 부딪히고 대결하면서 살아내는게 아닐까? 하지만 논거를 대거나 더 이상은 생각하지 못해서 그냥 얼버무리고 지나가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문샘이 주신 독립신문이나 신소설 자료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었다.
백년 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쓸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시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근대화도 해야겠고 식민지도 벗어나야 하고 일본을 배워야 하기도 하고 벗어나기도 해야하고. 이중의 과제를 짊어진 선각자들의 몸부림이 그들의 표기법 하나에도 베어 있었다. 한자음과  뜻을 문맹한 대중에게 알려주기 위해 일본식으로 표기했던 것도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또 이 글이 어떤 신문에 어떤 맥락속에 실려 있는지도 그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수였다. 교과서는 이런 것들을 몽땅 제거해버리고 현대어로 싹 고쳐서 달랑 작품만을 떼어내어 소개하고 있으니 과도기의 작품으로 수준미달일 수 밖에.

  여기 공부를 마치고 집에 내려가면 나도 공부밴드를 구성할 텐데 모델을 정해놓고 무조건 따라하는 이광수식 계몽은 피해야 할 일이다. 그건 그 시대에 이광수라는 개인의 처지와 기질까지 어우러져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하여 따라야할 보편적 원리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감이당이나 강학원을 그대로 따라할 지도 모를 위험성이 내게는 있다. 지난 백년 동안에 이광수식 계몽은 변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이것에 익숙해 있었으니까.
  추석 연휴 내내 무더웠던 바람이 잦아들면서 비가 내린다. 오싹 한기가 느껴진다. 이번 에세이들을 찬찬히 다시 보니 마치 한 사람 한 사람 마주 대하는 것 같다. 정겨운 얼굴들. 겨울은 수렴하는 기운이라 했던가? 마무리 4학기 교재들에 잘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