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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기/6주/3교시/한서6권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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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늘벗 작성일19-09-02 03:05 조회1,4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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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수용하는 것인가 개척하는 것인가                     박신화

 

한나라 10 대 황제 선제는 '과연 삶은 정해진 운명대로 가는 것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이 화두를 뒷받침하는 가장 주요한 인물은 병길이란 사람인데 그는 무고의 난에 휩쓸려 갓난아이로 투옥된 황증손을 역사에 길이 남을 황제로 살아남게 했다.

하지만 그가 투옥된 황증손을 살려내고 황제로 등극시키기까지 목숨을 걸고 보살폈던 과정은 그 자체로서 대서사의 굴곡을 가진다. 아슬아슬하게 죽을 고비를 넘는 것도 모자라 예상조차 힘들었던 황제의 자리에 오른 선제. 그 마디마디를 들여다보면 그는 타고난 운명이 황제로서 정해진 사람이란 결론 밖에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투옥된 갓난아기가 황제가 되기까지 가장 결정적 공을 세운 병길이란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젠 과연 삶을 운명에만 맡길 수 있을까?’ 라는 전혀 다른 화두가 대두된다.

그는 타고난 성품이 침착하고 온후하며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매사에 신중을 기했고 제상의 자리에서도 예를 지키며 겸양했다.

 

한번은 그의 수레를 몰던 관리가 술을 좋아해 몰래 술을 마시고 병길을 모시고 나갔다가 승상인 그의 수레에 토했다. 서조의 책임자가 그를 쫓아내려하자 술에 취했다고 사람을 내치면 그 사람을 누가 데려가겠는가? 그래도 참아야지.” 라며 끝내 내보내지 않았다. ... 그 관리는 변방에서 예비군을 관리하며 긴급히 처리하는 일을 잘 알고 있었는데 한번은 외출 나갔다가 기병이 적백의 문서낭를 들고 달려가는 것을 보고 급한 공문서임을 알아채고 기병을 따라가 몰래 서류를 읽어 흉노족이 쳐들어 온 사실을 알고 승상부로 급히 돌아와 병길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그 군의 태수가 군사업무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미리 살피게 건의하였다. 이에 승상 병길은 그의 건의대로 변경군수들을 조사하여 상세한 자료를 준비했는데, 오래지 않아 황제가 승상과 어사를 불러 적이 침입한 변방군수에 대해 묻자 병길은 상세히 답변하였으나 어사대부는 갑작스러운 일이라 답을 못하고 책망을 받았다.’ (한서6,명문당,P463)

 

이처럼 병길은 크고 작은 일을 구분하지 않고 신중히 처리했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로서 온후하게 대했으니 그의 곁에는 그를 헤치려는 사람보다 돕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병길에게는 친하게 지내던 위상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현량으로 천거되어 하남태수까지 오른 사람이다.

 

한 때 위상은 무고령의 일로 투옥되었다가 사면을 받아 나왔다. 그 때 병길은 위상에게 서신을 보내며 말한다. “조정에서는 벌써 그대의 치적을 잘 알고 있으며 곧 크게 등용할 것 같소이다. 모든 일을 신중히 처리하고, 자중하되 재능을 몸에 잘 지니고 내보이지 마시오.”’(한서6,명문당,P437)

 

짧은 글이지만 병길이란 사람의 삶을 대하는 깊이와 신중함을 충분히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병길의 삶은, 마치 황제로서의 삶이 운명인 듯 흐르는 선제와는 대조적으로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도의 신중함과 정성스러운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즈음 다시한번 초두의 질문을 되새겨 본다.

우리의 삶은 운명 지워진 것인가, 자유의지로 개척 가능한 것인가.

이에 대해 어떤 선명한 결론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나라 성제 때 이름이 높았던 엄군평이란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엄군평은 도성의 저자에서 점을 쳐주며 살았는데 하루에 겨우 몇사람이 점을 보아도 돈 백전을 벌어먹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저자의 점집을 걷어치우고 老子를 가르쳤다. 많은 책을 보아 모르는 것이 없었고 老子莊子의 요지를 10여만 자 책으로 저술하였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점쟁이야 천업(賤業)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사악하거나 옳지 않은 사람에게도 점괘에 따라 이해관계를 말해 줄 수 있다. 남의 아들에게는 효에 의거해 말해주고 남의 아우에게는 순종을, 신하에게는 충성을 말하여 각각 형편에 따라 선으로 이끌 수 있는데 절반은 내 말을 따른다.”라고 말했다. (한서6,명문당,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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