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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쌤 <증여론> 강의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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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무2 작성일14-08-30 12:15 조회2,3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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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탁 선생님 강의의 특징은 '횡단하는 강의'라는 점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과 태평양까지 횡단하는 강의라, 어떤 점에서는 풍성하게 느끼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직면하곤 한다. <증여론>을 저술한 모스 외에도 강의 중에 등장한 이름은 홉스, 바타이유, 폴라니, 밀, 장자, 한비자, 도킨스, 보들레르 등 셀 수 없이 많다. (작가와 저술한 책 제목을 적으며 시간내서 꼭 읽으리라 맘먹었다)그들의 입장과 증여론을 엮어서 설명해 주셨는데 오늘 후기에서는 홉스와 보들레르 정도만 언급하려고 한다.
  
 <증여론>은 홉스식 사회계약론에 대응한 모스식 사회계약론이다. 사회를 이해할 때 두 대립쌍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개인: 사회"와 "자연: 사회"가 그것이다. 여기서 전자는 사회이전 상태 혹은 사회화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자연상태에서 개인은 자체로 고유하고, 양도불가능한 천부적 자연권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개인들의 욕망이 충돌하면 폭력적으로 부딪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의 테두리에 살면서 일정정도 개인의 권리를 제한받는 것을 동의하게 되었다. 홉스는 사회가 국가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을 이론으로 정립하였다. 개인들의 제한된 자유권이 국가에 의해 보호받는 보호권으로 퉁쳐진 것에 모스는 의문을 제기했다. 국가의 형태가 존재하기 이전에도 사회가 있을까? 그리고 거기서는 어떤 형태로 사람들이 살아가나? 모스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원시나 고대를 연구했다.

   모스는 원시시대에도 사회라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과 교환이라는 경제행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근대적 법이나 국가도 없는데 '계약'이라는 사회현상이 있었다. 그래서 모스는 고대사회의 계약법을 연구하겠다,고 밝히고 이 책을 썼다.(여기서 부제를 한 번 짚고 가자. 고대 사회 교환의 형태와 기능. 형태는 증여이고 기능은 호혜적관계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거다.) 그 사회의 모습은 1)계약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었고 2)물건, 사람, 활동 등 모든 것이 교환되고 순환되었으며 3)자발적이면서 동시에 의무적이었다.

   지금 발견할 수 있는 증여는 어떤 것이 있고, 기능은 호혜적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생일 때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 신에게 예배하고 예물을 바치는 행위, 명절 때 선물과 음식을 나누는 것, 학교에 촌지주는 것(나는 아니지만,,암튼 3만원이하(?)까지는 선물이고 그 이상은 범법행위로 규정되는데, 이를 계약 주체가 집단이라는 고대사회의 영향으로 봐야하나..?)등을 떠올려 보았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화폐와 또는 상품권화 되고 있다. 이십년 전만 해도 졸업이나 생일 때 만년필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요즘 그런 걸 받으면 소중히 여기기는 커녕 처치곤란일 거다. 팔지도 못하고 쓰지도 않으니 그보다 더 적은 액수의 현금을 받으니만 못한 선물이다. 모스는 선물에도 영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데, 이쯤되면 만년필 입장에서 여간 화날 일이 아니다. 현대인은 질적 요소가 다 소거된 형태의 선물을 더 선호한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있는 게 좋은 거다. 그런데 십수 년 전에 받은 편지와 특별한 기억이 있는 선물을 아직도 갖고 있다. 이사할 때마다 아 이런게 있었구나, 할 정도이니 사용가치가 전혀 없고, 물론 교환 가치는 제로이다. 그런데도 이 몇 가지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호의적이게 하는 기능을 여전히 하고 있다. (사실 이 점도 짚어봐야 할 문제이다. 기억 상으로 그런 것일 뿐, 호혜적 기능이 현재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에 입각한 게 아니라 생각에 입각한 것을 호혜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문제다.)

   보들레르의 <위조지폐>를 찾아 보았다. 원문은 더 길고 앞뒤 맥락까지 나올 줄 기대했었는데, 강의 중에 말씀해 주신 거랑 똑같았다. 아래에 옮겨 본다.
             
            위조지폐 172
      친구가 구걸하는 거지에게 보들레르보다 훨씬 큰 액수를 주었다.
     그걸 받은 거지는 깜짝 놀랄 것이다.
     놀람을 당하는 즐거움과 놀람을 주는 데서 얻는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친구가 불쑥 말한다.
     그것은 위조지폐였어.
     그것을 쓰게 되면 위조지폐범으로 감옥에 가게 될 거야!

   선물이 선물로 간직될 때, 거지는 놀람을 당하는 즐거움 속에서 살 수 있다. 쳐다만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아마 이 경우에 맞을 것이다. 이때는 폴라니가 말한 호혜성 사회에 있는 거다. 거지는 기쁜 마음에 이웃 거지에게 친절과 선행을 베풀 것이다. 빵조각이라도 나눠먹을 거다. 비록 A(위조지폐를 준 사람)에게 받은 선물에 대한 급부를 A(이웃 거지)에게 되갚는 것이지만 사회 테두리 내에서 구성원에게 '그 어떤 것'을 순환시키는 셈이 된다. 그런데 이것을 가지고 식당에 들어갔다가는 곧 감옥행이다. 선물이 교환가치를 발동시키는 순간 폴라니가 말한 상품경제사회에 놓이게 된다. 이때 위조지폐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종이에 새겨진 금액과 등가를 가진 상품으로 교환할 수 없으니 이것은 선물이기는 고사하고 분노를 일으키는 사물이 된다.

   수업 중에 언급되었으나 아직 선명하게 답이 내려지지 않은 몇 가지가 있다. *증여와 교환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코그티션에 사로잡혀 있는가 *증여의 원리는 작은 규모에서만 작동되고 있는데 이것은 규모의 문제인가 원리의 문제인가
    이 질문들에 대해 내 삶의 문제와 연관하여 생각해 보았다. 여전히 복잡하다. 개인문제이나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여서 여기에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결국은 지우기로 결정 ^^)후기를 쓰다보니 복습이 되고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다음 수업을 더 알차게 받아들일 것 같다. 다음 목요일을 기대해 본다. 

                                                                                     20140828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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