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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외형편 후기 : 천 개의 구멍, 천 개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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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각통 작성일14-12-03 19:25 조회2,655회 댓글3건

본문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몸은 제시된 질문에만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질문하는 사람은 당연히 마음속에 생각한 바가 있어야만 한다.

- 파울 U. 운슐트, 『의학이란 무엇인가』, 궁리, 204쪽


시성샘 강의의 포인트는 ‘질문’에 있습니다. 강의안을 쓸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질문’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인데요. 그것이 우리가 배워야 할 공부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또 했습니다. “동의보감이란 텍스트는 우리 모두에게 동일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읽으면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여줍니다”라고 말씀하시네요. ^^ 이어서 한 가지 팁을 더 주셨는데요. 동의보감은 거꾸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것이 건강한 상태(혹은 삶)인가’를 묻는 것으로 읽어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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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의에서는 전음과 후음, 즉 생식기와 항문이라는 두 구멍에 대해 공부했는데요. 이 구멍을 통해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동의보감은 우리 몸의 구멍(전음, 후음 포함)을 통해 생명이 ‘지성’과 맞닿아 있음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구멍과 지성이라니! 너, 참 낯설다. ^^;;


1. 생명으로서의 구멍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웜홀, 블랙홀을 통해서 멀리 떨어진 시공간을 순식간에 연결하고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홀, 구멍이 다른 세계와 접속하는 상징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다른 시공간을 원하는 걸까요? 더 이상 살 수 없는 지구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찾아낸 생명으로서의 구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신(腎)으로부터 오장육부가 차례대로 만들어지고 나면, 몸은 몸에 구멍을 뚫는 일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서 365개의 큰 구멍과 8만 4천 개의 모공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요도가 원래 존재했던 거라 생각하지만, 오줌이 나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요도입니다. 머리 없이 살아가던 생물이 머리가 필요한 조건이 되자 몸으로부터 머리를 냈다는 것도 같은 의미입니다. 결국, 생명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 구멍과 길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생명은 이 구멍들을 통해 이 세계를 다양한 감각으로 인식하고 진화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생존의 도구로 인해 다양한 삶의 방식이 생산됐습니다. 구멍이 만든 삶의 형식, 그것은 다양성입니다. 우리는 이 많은 구멍을 통해 어떤 감각을 생산하고 어떤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는가를 질문해봐야 합니다.
실제로 사람이 죽으면 신체의 모든 구멍이 막힙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구멍에서 판가름 나는 것입니다. 구멍이 열려있는 한, 생명은 무언가와 강하게 연결접속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것이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생명의 차원에서건 구멍의 차원에서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2. 지혜로서의 구멍
인간은 청각, 시각, 촉각은 물론 후각 등 모든 면에서 동물에 뒤집니다. 그런데도 인간이 가장 번성한 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성의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보자면, 지성에는 특별한 감각들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치우친 감각은 지성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인간은 그만그만한 감각을 통해서 지성의 힘을 발휘합니다. 동의보감에서도 지성의 문제를 구멍과 결부시는데요. 아주 지혜로운 사람의 심장에는 7개의 구멍이 있는 반면, 아주 어리석은 사람의 심장에는 1개의 구멍이 있는데 그나마도 몹시 작다는 것입니다. 구멍이 없다는 것은 정신이 드나드는 문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몸은 지혜를 산출하는 구멍들의 집합입니다. 그런데 이 구멍이 작거나 막혀버렸다면? 지혜를 산출하기 힘들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요. 중국사유라는 책에서는 “현자와 순결한 이들의 몸은 모든 구멍, 즉 얼굴의 7공과 이에 상응하는 체내의 7공이 열려 자유롭게 소통한다”고 쓰여있습니다. 지혜가 몸의 문제로 인식된다는 말입니다.
스피노자를 통해 부가적으로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외부와의 접속이 많을수록 정신은 그 본성을 더 잘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성을 연마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성은 몸으로 겪은 것만을 대상으로 하니까요. 스피노자에게는 우리가 다루고 있는 구멍들이 지성이 입구가 되는 셈입니다. 몸과 정신의 질서는 의존하는 관계가 아니라 동일한 질서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관념들의 질서가 바뀔 때 몸의 질서가 변하고, 몸의 질서가 변하면 관념들의 질서가 바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선 환자를 만난 의사의 첫 번째 작업이 환자를 뉘우치게 하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환자는 자기 안에 있는 기억의 질서, 관념의 질서를 바꾸는 일로부터 자기 치유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몸 또한 그 변화를 따라간다는 것이죠. 지성의 원천인 몸을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거나 사유의 패턴(습)을 바꾸면 그때 삶이 변한다, 이것이 동의보감이 구멍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전음과 후음, 통해야 산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몸에 있는 구멍을 살펴보겠습니다. 몸에는 아홉 개의 큰 구멍이 있습니다. 얼굴에 청기의 산물인 7개의 구멍이 있구요, 아래에 탁기를 배출하는 통로로 2개의 구멍이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2개의 구멍은 대부분 막히는 것 때문에 병을 앓게 됩니다.


① 전음과 산증
전음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것은 산증입니다. 황제내경 이래로 산증의 원인은 모두 한(寒)으로 규정되어 왔습니다. 차가워서 생긴다는 것이죠. 하지만, 주단계가 반기를 듭니다. 내부의 문제에 외부의 문제(寒)가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산증이 일어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가 내놓은 원인은 지난친 성생활, 크게 성을 내는 것, 지나치게 술에 취하고 배부르게 먹는 것을 지목했습니다. 이것들은 간경의 습열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겁니다. (인간의 성기는 근육으로 되어 있지요? 발기가 되지 않는 것을 곧 간의 문제라고 본 것입니다)
산증에는 음경이 차갑고 돌처럼 단단하게 뭉쳐 음경이 서지 않는 한산, 음낭이 붓고 아프며 음한이 나오는 수산, 음경이 붓는 것으로 정액 같은 흰 것이 소변으로 나오는 근산, 오이 같은 것이 생기는 혈산, 신수에서 음낭까지 아픈 기산 등이 있는데요. 잘못된 생활습관이 외부의 원인을 만나서 뭉치고 그것이 구멍의 길을 막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② 후음과 치질
후음에서 가장 빈번하게 출현하는 질병은 치질입니다. 치질은 주로 과식, 과음하고 난 후 성생활로 생기는 근맥의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외사로 온 것이 아니고 오장 속에 있는 습열, 풍, 조 등의 사기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치질의 치(痔)는 ‘솟아 나왔다’는 뜻으로, 구규 속에 살이 약간 튀어나온 것을 모두 치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치질은 오래 되면 탈항으로 이어지거나 치루(치질이 터지는 것)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탈항이나 치루 같은 병은 치질이 생겼음에도 자신이 살던 습관대로 살아간 탓에 생기는 것이니 동의보감에서는 주색을 멀리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라는 주문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댓글목록

필벽성옥님의 댓글

필벽성옥 작성일

역쉬~  믿고 읽는 생각통 후기^^

어리님의 댓글

어리 작성일

깔끔한정리. 강의를 들은것같네요.
감사요!

단주님의 댓글

단주 작성일

에세이 주간에 이렇게 좋은 후기를 써 주시다니 같이 공부하고 있음이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