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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4주차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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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씨앗 작성일17-05-30 23:18 조회1,48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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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기부터 수성의 감이당 출근(?) 시간이 30분 당겨졌습니다. 1교시 수업 전에 주역 시험을 보기 위해서죠. 0교시라고 해야 할까요? 1학기에는 없던 과제가 추가가 된 것이지요. 64괘의 괘상, 괘명, 괘사, 효사를 한자로 외워서 쓰는 시험인데, 내용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한자가 복병입니다. 사전에서 찾고 외워질 때까지 연습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수요일 아침에 30분을 새롭게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주일 공부 시간의 재배치가 불가피하게 되었지요. 아무래도 이 시험은 우리에게 최소한 두 가지의 공부거리를 제공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선은 주역의 세계를 이해하고 익히는 것이고요. 그 다음은 변화된 상황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능동적으로 일상을 조율하는 힘을 기르기 것입니다. 이렇게 매번 새로운 공부거리가 생기니 감이당 공부는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려. ㅎㅎ
 
  글쓰기 수업은 루쉰 읽기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새로 쓴 옛날이야기중에서 고사리를 캔 이야기를 비롯한 5편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5편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작품인 검을 벼린 이야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요. 이 작품은 원수를 갚는 얘기인데 루쉰은 정말 복수의 끝판왕을 보여줍니다. 제대로 된 복수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하나 자신의 역량으로는 역부족임을 절감하는 미간척에게 자신이 대신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나서는 검은 빛의 사나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얼마나 원수를 잘 갚는지 너는 아직 모르겠지. 너의 원수가 바로 내 원수이고, 다른 사람이 곧 나이기도 하단다. 내 영혼에는, 다른 사람과 내가 만든 숱한 상처가 있단다. 나는 벌써부터 내 자신을 증오하고 있단다!”
 
  원수를 잘 갚는 것은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부르는 연쇄 고리를 끊는, 말하자면 완결된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이는 복수에 대한 주체와 대상이 사적인 관계를 뛰어 넘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검은 빛의 사나이는 미간척이나 그의 아버지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적 관계를 넘어서는 지점으로 나아감으로서 복수를 완성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전제 조건은 미간척도 이 사나이도 자신의 존재 전체를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수뿐 아니라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문제들도 마찬가지겠지요. 나에게 매몰되지 않고 관계 속으로 나아갈 때, 나를 온전히 던질 수 있을 때 해결점이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이번 주는 집안 행사와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책을 제대로 읽지를 못하고 수업에 임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다보니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없었고, 선생님이나 학인들의 얘기에도 흥미와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업의 밀도는 얼마나 준비를 충실히 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어요.
 
  점심을 먹은 후에는 오전 글쓰기 수업에 대한 조별 토론이 이어졌지요. 이번 학기 에세이는 루쉰과 나츠메 소세키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라이벌전으로 써보라는 문샘의 말씀이 있었는지라, 이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읽은 루쉰의 작품 속 인물들 중에서 인상 깊은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점이 그런지 등을 얘기했어요. 조원 모두 루쉰의 인물들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고, 에세이를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어요. 하나의 인물을 파악하기도 버거운데 두 인물의 라이벌 열전이라니.... 수성의 정신적 지주이자 든든한 큰언니 혜경샘이 팁을 하나 던져주셨지요. 먼저 어떤 주제로 에세이를 쓸 것인지 정하고, 그 주제와 관련이 있는 루쉰의 인물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서 마음에 담아두어라. 그리고 다음 주부터 소세키의 작품을 읽으면서 만나는 인물들과 비교해보라. 물론 평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주제를 정하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렵지요. 왠지 끌리는 인물, 괜히 신경 쓰이고 자꾸 떠오르는 인물, 거기에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사람의 무언가가 나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니 그 지점에서 나의 문제를 찾아보고 고민하는 것이지요. 아무튼 다음 주부터는 소세키의 작품을 읽을 건데요. 어떤 인물들이 나의 마음을 흔들지 은근 기대가 됩니다.
댓글목록

파랑소님의 댓글

파랑소 작성일

크~ 수성의 정신적 지주 혜경샘 역시! 혜경샘의 1학기 에세이 첫문장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요. 해와 달이 바톤터치하고 있다는 그 문장! 정말 예전에는 매주 어떻게 시험을 봤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이번 주역시험이 낯설기도하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멍하니 있다보면 한주는 그냥 쓱하니 지나가버리고, 정신 단디챙겨서 외워야겠어요.ㅎㅎ 샘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시다니! 고거 참 괜찮은데요?ㅎㅎ 살살하세요 샘~ 여름 화기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