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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남 작성일18-04-10 21:17 조회1,43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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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스콜라 1학기 루쉰 읽기/  2018.04.10 / 조 영남

                                                           만들어진 행복의 이미지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었다. 하루하루가 그냥 그렇게 지나가고, 내일이 오는 것이 조금씩 힘들게 느껴질 때 감이당에 왔고, 루쉰을 만났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루쉰을 읽었으나 심한 답답함을 느꼈다. 마음과 머리는 채 소화되지 않은 언어로 꽉 차서 무거웠다. 괴로운 한주한주를 버티다 나는 들풀과 아침꽃 저녁에 줍다를 읽으며 그가 어떤 시절을 겪어왔는지를 조금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나는 화개집을 보며 그의 마음과 삶의 태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나는 메모해 두었던 노트를 다시 보고, 시간을 내서 책을 더 읽었다.  루쉰과 간격이 조금씩 줄어드는  순간 그의 글이 나를 위로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매년 힘들던 나의 봄이 루쉰 덕분에 조금쯤은 수월하게 넘어가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대체 루쉰의 무엇이 나에게 조용히 용기를 주며 미소짓게 하는 것일까?


 루쉰의 방황중 행복한 가정이란 작품이 있다. 주인공은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몇푼의 원고료라도 벌어서 생활하려는 사람이다. 그가 쓰려는 글은 요즘 청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중 하나인 행복한 가정에 대한 것이다. 그는 먼저  행복한 가정을 어디에 설치할까 궁리한다. "베이징? 아니야, 침체되어 있고, 공기조차도 죽어 있어. 장쑤와 저장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몰라, 푸젠은 더 말할것도 없어. 쓰촨과 광둥은? 산둥과 허난 같은 곳은? " 마땅한 곳이 생각나지 않자 그냥 그는 행복한 가정이 있는 곳을 A라고 부르기로 마음 먹었다. "이 행복한 가정은 반드시 A에 있어야 해. 물론 가정에는 부부 두 사람, 게다가 고등교육을 받아서 우아하고 고상해야 하며, 남편은 항상 양복을 입고 있으며, 식탁 위에는 하얀 천이 깔려 있고, 요리사가 요리를 올리며, 집은 넓어야 해. 창고가 있어서 배추 같은 것은 거기에 넣어 둔다...."


 나도 그런것인줄 알았다. 행복이. 행복은 따뜻한 벽난로 앞에 가족 모두가 함께 웃으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는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벽난로가 없어도 안되고, 가족이 하나 빠져도 안되며, 아이스크림이 없어도 안된다. 그리고 내가 노력만 하면 이런 구색을 갖춘 행복은 손에 쉽게 잡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새 내가 만들어 놓은 행복한 가정은 목적이 되어 어떻게든지 그 곳에 도착해야만 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나는  만들어 놓은 행복과  조금만 멀어지는 것 같으면 심한 불안감으로 우울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땐 가족에게 그 원인을 돌리면서 괴로워했다.


 그런데 루쉰의 사소하면서도 대담한 삶의 기록들은 나에게 여기에서도, 거기에서도, 지금도, 그때도 살아가는 삶만 있을 뿐이라고 말해준다. 나의 행복은 지금까지 내 과거의 습이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라고. 삶은 만들어진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 였다고.


 봄이다. 집안 곳곳의 묵은 때를 청소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예의다. 이 봄 나는 루쉰을 만났던 인연의 예의로 내가 쌓아왔던 삶의 이미지들에 대해 물음을 던져 보리라. 그리고 이 물음들로 내 마음의 길을 내어 볼 것이다.





 

 


 




댓글목록

오인영님의 댓글

오인영 작성일

유난히 봄이 힘든계절이라 하셨던 얘기가 기억나네요.
손잡고 루쉰의 여정에 함께해요, 봄바람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