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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기 1주차 글쓰기수업후기-길위의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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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흐르는물처럼 작성일14-10-12 01:40 조회2,87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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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학기 에세이쓰기 비법 공개^^
한 학기 만에 다시 뵙는 곰샘 강의, 반갑고 시원했는데요~
4학기 에세이는 3학기까지 훈련을 잘 했다는 전제하에 다양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주제를 자유롭게 잡아서 인문의역학적 글쓰기를 해보라고 하셨어요. “몸이 표현한 삶이 되겠는데... 주제를 잡고 그에 관련된 텍스트 자료를 입력하고 그걸 열심히 분석해서 목차를 잡고 그다음에 거기에 자기 삶의 문제의식을 덧씌워서 글을 쓴다. 끝!” 비법(!)을 다~~ 알려 주셨어요.^^ 종횡무진 경계 없이 읽으면서도 잘 곱씹어 읽고 빨리 자기 주제를 잡아 쓰시라는 당부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 암송의 힘
오랜만에 수성의 암송을 듣고 칭찬하셨는데요. 글쓰기는 빨리 늘기 어렵지만 암송은 몸으로 하는 거라 다르다고요.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 말씀만 기록한 경전인 여시아문을 외우는데 20년이 걸린다네요. 검증을 통과하면 고승으로 인정되는데 20년 동안 집중해야 하니까 암송 자체가 곧 수행인 셈이죠. 암송하는 그 자체가 수행이고 그게 우리 몸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엔 암송이 가장 힘들 거 같았는데 막상 맛을 보니까 되는구나! 느끼고 있지요.
- 홍명희는 빨갱이?
<임꺽정>은 ‘순 조선조 정조’로 쓴 것이지 홍명희가 1세대 유학파라고 해서 서양문학이나 20세기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니었죠. 홍명희가 통일을 하러 북한에 갔다가 김일성 주석을 독대한 후에 '느닷없이 문득' 부주석이 되긴 했지만 <임꺽정>은 이념이 탈각되어 있고 의적이라는 의식도 없고 각자 자기 인생을 산 것 뿐인데, 홍명희가 정말 빨갱이였다면 이런 글을 쓸 수가 없다고요. 홍명희가 <임꺽정>처럼 우리말이 살아있고 판소리 느낌의 사실적인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명문사대부집안이라 사랑방이 많아 길손들이 들려준 야사, 민담, 설화 등의 하층의 문학과 사서삼경을 제대로 공부하여 상층의 문학을 두루 망라한 천재였기 때문에 가능했답니다. 실제 <임꺽정>에는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가 없다고 하네요. 인물은 허구일 수 있지만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을 퀼트처럼 연결한 거라고요. 홍명희는 어디까지나 한일병합 때 자결한 부친의 애국심을 간직하고 실천한 것 아니었을까 싶네요.
- 백수, 누구나 언제든지
이 책을 5년 만에 개정판을 냈는데 그 사이 백수라는 말이 너무 일반화되어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시대착오적일 정도라네요. 2009년부터 스마트폰이 시판되면서 세상이 급속히 바뀌어서 제레미 리프킨의 말처럼 뭔가를 소유한다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구요. 사물인터넷 시대엔 접속만 하면 되고 사람들도 공유네트워크에 들어가길 원하구요. 너무 많은 정규직(직업)이 생기고 사라지기 때문에 백수가 일상적이 된 거죠. 안정된 직장이라고 여기던 공무원이나 대기업, 전문직인 변호사나 의사, 교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언제 튈까 기회만 엿보고 있고 상하맞불식으로 분노조절을 못하고 피해자의식만 키우고 있대요. 그래서 기업도 공채보다는 추천으로 채용하는 분위기라는. 게다가 3D프린터가 기계부속을 찍어내면 제조업마저 흔들. 아시안게임이니 올림픽이니 4대강이니 지자체의 공공건물 등 건설토목사업은 또 어떤가. 손안에 스마트폰으로 다 보는데 보러갈 리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고 생태계만 파괴되고 그 관리비는 또 어떻게 하나. 유럽은 노올림픽 운동, 브라질도 월드컵유치 반대시위했죠. 이런 식으로 정책적으로나 기술혁명으로나 더 이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고 더구나 청년백수에게 기회는 더더욱 없을 수밖에요. 한마디로 “사회경제적으로 백수는 더 이상 특별한 생태학이 아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존재조건이다. 직업이 오히려 특별한 상황이다.”고 할 수 있겠죠. 주부는 백수일까요, 영원한 정규직일까요? 이왕이면 자발적 백수가 되고 싶네요.
- 솔로계급, 정규직 4인가족의 미래
만약 비정규직이나 알바가 정규직 못지않게 벌 수 있다면 누가 취업하겠는가. 보름 일하고 여행하겠죠. 화폐와 직업에 종속되어서 자유인이 된다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요. 공부하면서 여행을 마음껏 다니는 건 원초적인 건데, 직장 다녀 돈 모아서 그러려면 평생을 매여 살게 되죠. 10억을 모았다 해도 노후에 10억을 쓸 기력이 없는 거죠. 결국 자식한테 주겠죠. 청년백수, 나홀로족, 솔로계급이 정규직 4인가족의 미래이고 이제 우리가 어떻게 솔로로 길 위에서 살 것인가를 탐구해야 할 때랍니다. 국가가 해결해줄 수가 없고 정치인도 시스템이나 제도도 책임지지 않고 다 사후약방문일 뿐이니 전체흐름을 봐야 한다고요. 원래 인간이 길 위에서 살길 원한다, 직장에서 나와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나. 솔로로 길 위에서 살기가 바로 나와 우리 가족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겠네요.
- 백수, 길 위의 구도자로
예전 신분사회에선 농민, 대장장이, 백정 등 직업이 안정되고 세습되었지만 사대부나 자유인들은 직업이 없었죠. 자유인들은 수도원이나 승가공동체처럼 출가를 하거나 자유롭게 평생에 걸쳐 순례를 하면서 자기 스스로 구원의 길을 열어 갔죠. 그렇다면 나홀로족 백수는 바로 인간이 가고자 한 출가의 길이 아닌가. 아무튼 출가인지 가출인지 몰라도 본의 아니게 길 위에 나섰으니 이제 구도자로 대반전. 이게 청년백수의 비전이자 삶의 기술이라고요. 배움의 열정만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씀이 와 닿았어요. 유복이가 인생역전한 것은 절망적인 상황인데도 절망하지 않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세, 이것이 결국 스스로를 치료한 거고 나중에 한풀이하는 게 없었죠. 칠두령의 자존감, 배움에 대한 열정, 떳떳함, 자기 몸으로 때운다는 이 정도만 되도 살만하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힘도 전략도 장기도 없지만 말발로 청석골을 일군 오두령처럼 말이 곧 무기이고 밥이랍니다. 판소리를 보면 심청이고 흥부고 말을 왜 이렇게 잘하지 싶은데 우리는 소설이고 뭐고 말을 너무 못해서 언어폭력 아니면 오해라고요. 말의 재미를 못 느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재미도 없다고요. 그 다음에 인복, 친구, 연애, 결혼. 이런 게 다 길 위에 더 기회가 많다고요. 사람은 무조건 눈뜨면 나와서 활동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한 존재이고 자살방지 방법도 이것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셨어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북유럽에서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생각하면 알 것 같기도 하네요.
- 백수, 생명의 원리와 자유를
“길 위를 떠돌아다니고 배우면서 낯선 존재와 낯선 시공간을 만나고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이게 생명의 원리다. 그러려면 백수가 되어야 한다.” 이런 생명의 에너지, 정기신을 뽑아서 돈으로 바꾼 것인데, 그 근간이 되었던 공장, 국경이 없어지고 서비스 즉 감정을 상품화해서 실제로 필요한 걸 파는 게 아니라 ‘이걸 사면 행복해져요~’를 판다. 이게 명품인데 결국 남는 건 마음이고 앞으로 최고의 산업은 종교나 영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명상이나 기공은 성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자칫하면 성욕이 항진되어 거기서 멈춰버리거나 그렇게 위로받아서 살게 되면 힐링에 종속된다고요. 자기가 자기 인생을 헤쳐 나가고 모든 인류의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데 길 위에서 순례자가 될 것이냐 정규직, 스위트홈, 학벌에 연연해서 붙박이삶을 시대를 거슬러서 살 것이냐 이걸 선택해야 한답니다. “일단 청년백수 나홀로족의 존재조건에 대해 대전환을 해야 하는데 자본주의의 희생양으로 생각하면 디지털문명의 부산물처럼 날 취급하는 꼴이다. 인간은 결국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학교나 직장이 어디까지 내 삶을 구원해주는가를 질문해봐야 하고 그 질문을 통과하는 게 갖바치가 간 지성의 길이다. 갖바치는 평범한 일생을 살았지만 자기 운명의 완벽한 주인으로 살았다. 천하게 태어나서 가장 고귀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칠두령의 자존심으로 길 위에 나서서 갖바치처럼 자기 명의 주인이 돼서 살아가는 것이 자유인의 길이고 길 위의 인문학이 아닐까.” <임꺽정>을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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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님의 댓글

태정 작성일

4학기 1주차 후기 잘 읽었습니다. 며칠 지나니 모두 까먹게 되는데 잘도 기억하시고 읽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