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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감성 1학기 3주차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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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랑 작성일14-03-06 11:00 조회4,511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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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점심, 남산 산책로에서 쪽지를 하나 들고 입술을 달싹이며 천천히 걷는 사람을 만나신다면? 

그건 분명 감이당 수성 학인입니다!^^ 

풍경의 색감은 봄이 아니지만 공기의 냄새와 감촉만큼은 완연한 봄이네요. 이 봄날에 시를 암송하며 자연을 천천히 걷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경칩을 앞두고 꽃샘추위가 찾아온 날, 수성 3주차 수업이 있었습니다.

수성 시작하기 전에는 포부가 커서, 예습 복습도 하고 관련된 책들도 함께 읽으리라 결심 했었습니다. 하지만 웬걸, 2주가 지난 지금은 “숙제나 밀리지 말고 그 때 그 때 잘 하자”는 마음으로 따라가기에 바쁩니다. 언제 일주일이 다 지나간 거지? 헐떡이는 마음을 안고 교실로 들어가면 이미 자리 잡고 앉은 학인들의 고요한 표정과 속삭임이 반겨줍니다. 내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먼저 의역학 수업.

장금샘은 수성의 학인 한 분이 어제부로 그만두시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셨습니다. 오늘이 바로 ‘3’주차! 작심3일이라는 말이 있지요. 지지로 보면 봄의 국면인 인寅, 묘卯 에서 여름의 국면으로 넘어갈 때 진辰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이 ‘3’번째 등장하는 진辰이 우리가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마디, 즉 고비입니다. ‘3’주차 마디를 넘어가면서 시작했던 마음을 돌아봅니다. 자신의 습을 깨는 건 정말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주변에서 어떤 조건이 생기든 자기 내부에서 잡념이 피어오르든 꼭 변하지 못하게 하려는 마장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혼자만의 힘으로 습을 깨기는 정말 어렵고 그래서 ‘같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장금샘은 말씀 하셨어요. 부디 봄, 여름, 가을, 겨울, 생장수장의 리듬을 함께 타며 마디마디를 잘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천간, 지지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천간 하나하나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는데요, 놀라운 사실! 우리 수성에 일간이 ‘수’인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으아. “수성이 분위기가 참 좋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데요, 시작하는 국면에서 기운이 좋은 이유가 있었군요. 하지만 목, 화 단계에서 힘을 너무 많이 빼면 금, 수 단계에서 힘이 달리는 게 우주의 이치이니 기운을 아껴 쓰기! 늘 염두에 둘 일입니다.   

10개의 천간은 어떤 것도 좋고 나쁜 것이 없습니다. 또 자신의 일간이 어떠어떠하다고 해도 사주의 다른 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하니 흠, 다음 시간이 더 궁금하고 기다려지네요.


조별 토론에 이은 글쓰기 수업.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곰샘은 “글쓰기가 정말 세상을 바꾸는 것일까? 그 전에 나는 읽고 쓰는 것을 뭐라고 생각했던가?” 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라고 하셨습니다. 그저 취미와 교양을 위해서 혹은 돈이 되는 것만 읽어온 건 아닌지, 읽지는 않고 스님이, 목사님이 알려주는 걸 외우기만 한 건 아닌지, 읽으면서 위로만 받고 싶어 한 건 아닌지 말이죠.

루터가 그랬듯이, 책을 읽고 정직하게 질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충 대충 건너뛰어서는 안 됩니다. 나를 합리화하고 나의 상식을 텍스트에 꿰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철저하게 책을 만나야 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어떻게 하면 온 몸과 마음을 던져 애태우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일까요? 곰샘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읽고 글을 써서 발표하면 나라는 사람이 가감 없이 드러나고 그 과정을 통해 책 읽는 법이 바뀌고 신체가 변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면서도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 글쓰기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글을 잘 쓴다고 하면 소설이나 시를 잘 쓰는 것을 생각하지만, 이것은 후기 자본주의에 들어와 생긴 발상입니다. 사사키 아타루가 말하는 글쓰기나 우리가 하려는 글쓰기는 ‘인류의 보편적 활동’으로서의 문文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우리의 욕망은 스마트폰과 주색잡기와 각종 문화 강좌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보세요. TV를 끄고 핸드폰을 끄고 책상에 앉아보세요. 달리 할 일이 없습니다. 글을 쓰는 것밖에는.


곰샘은 “초조함은 죄”임을 강조하셨습니다. 내가 빨리 지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이 공부에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바깥에서 일하던 속도대로 가려고 하면 더디기만 한 자신을 용납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고 말씀하시네요. 10년은 한다고 마음먹어야 합니다. 어떤 때는 빨리, 어떤 때는 천천히, 이 시간을 각각 다르게 체험할 수 있으면 10년은 갑니다. 

 

곰샘의 수업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오리엔테이션부터 3주차 수업까지 내용은 다 하나로 통하는데, 들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자꾸 듣고 싶어집니다.

 

이어서 독송 수업.

수성에 ‘수’가 없다는 소리에 달집샘은 웃으시며 자신이 대양과 같은 ‘수’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엄청 반가워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친하게 지내요!” 달집샘의 물세례를 받으면서 28수와 음양, 오행 배속을 배우고 절기, 임맥경혈가 독송을 했습니다.


‘같이 공부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나의 존재가 이 공동체의 일부이고, 내가 엇박을 내서 이 공동체 전체의 리듬이 깨진다고 생각하면 이것 참, 좀 부담스러우면서도 나부터 잘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됩니다. 나의 기운이 나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좀 더 정갈하고 수수한 기운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런 저런 핑계대지 말고 숙제부터 잘 해야겠죠? 으아    


이상 3주차 후기였습니다.


-감이당 수성 4조 김지현 




    




댓글목록

chung님의 댓글

chung 작성일

지현쌤 글은 진정성이 묻어있네욤...므흣

수성4조짱님의 댓글

수성4조짱 작성일

와우~ '나랑'님과 깊은 속 얘기 나눈듯 정답네요~^o^  이렇게 치열히 공부하시는 분과 함께 할 수 있어 넘 조아요~♥♥

건달프님의 댓글

건달프 작성일

'구름을 벗어'가 누구신가 했더니 바께스쌤(박계수?)이군요~ㅎㅎ
4조 부조장님 후기 솜씨가 눈에 짜악짜악 붙네요^^  곰샘의 어록을 읽다보면 각자가 꽂히 부분이 어딘에 있는지 알게 해줍니다. 재미있는 후기글 고맙습니다!^^

구름을벗어나달님의 댓글

구름을벗어나달 작성일

참, 암송시간에 4조 조장님이시던가요(?) 잘라라의 목차를 달달 외우는걸 보고 기절초풍할뻔 했슴다.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 나는 손을 자를게 아니라 뇌를 어떻게 해야할듯~ ㅋㅋ

구름을벗어난달님의 댓글

구름을벗어난달 작성일

이런요. 제가 어제 오전수업을 빠졌는데 제 일간이 '계묘'라서 '수'가 있습니다요~ ㅎㅎ 이렇게 후기를 남겨주시니 수업내용이 자연스럽게 반추되고 좋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