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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기 1주차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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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달개비 작성일16-10-16 08:45 조회2,50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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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의역학 『황제내경』-류시성샘

강의안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황제내경>에 얽힌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소화와 뇌에 대한 부분이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제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소화되기 위해서는 외부의 것(음식물)을 받아들여 내 몸의 중요한 것(, 일종의 精)과 섞여야 하듯, 뇌 역시 精으로 가득 차 있어서 다른 것과 연결하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오늘 배운 내용도 다른 것과 연결되지 않으면 바로 죽어 버린다고 하네요ㅠ 끊임없이 타자와 연결되고 섞여야 소화도, 새로운 사유도 열린다는 뜻이겠죠. 일상에서 활용해 본다면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잃고 헤매면서 길을 찾아간다거나, 여행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마주한다거나, 낯설고 이질적인 책을 통해 새로운 사유의 길을 뚫어본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쉽진 않겠지만 말이죠^^

우리가 이번 학기에 읽을 <황제내경>이란 책은 천 년의 시간을 거쳐 오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도 연결이란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순서를 정하고, 주석을 달고, 981편이라는 체제를 갖추고, 부족하다 싶은 곳엔 자신의 견해를 첨가하고, 테마별로 정리하고...하는 일련의 작업엔 연결점을 찾아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겠죠.

저는 특히 '981편'이라는 체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알게 된 '숫자'에 대한 중국적 사유가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학기 주역을 배울 때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64괘로 다 정리된다는 말이 좀 이해가 안됐었거든요. 동양에서는 무한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습니다. 무한의 개념을 한정된 숫자들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걸 발견해서 거기에 숫자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과 연결성을 달리하여 본다는 것이죠. 새로운 건 완전히 다른 게 아니라 조합의 새로움에서 만들어진다는 해석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밖에 <황제내경> 안에서 황제의 역할이 학습자(질문자)에서 의학의 주체로 변화해가는 점, 氣와 陰陽의 개념, 몸을 보는 관점의 변화(해부학적 몸->유기체적 몸), <황제내경>이 어떠한 사상적 기반위에서 탄생했는가에 관해서 강의해 주셨습니다.

 

2교시-혈자리 서당

수태양소장경의 양곡(陽谷)혈과 소해(小海)

문영샘의 응급실행 에피소드와 함께 음식을 기억하는 똑똑한 장기인 소장을 위한 양곡혈과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완화시킬 수 있는 소해혈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족태양방광경의 위중(委中)혈과 곤륜(崑崙)

허리디스크로 고생한 용재샘의 경험담과 함께 공부하게 된 위중혈과 곤륜혈. 특히 위중혈은 몸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병을 총괄해서 치료할 수 있는 사총혈(함곡, 열결, 족삼리, 위중) 가운데 하나이니 꼭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요.

 

3교시-『나의 운명사용설명서-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샘

4학기는 운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조용히 자기를 성찰하는 시기라 하시면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요. 1교시에서 꽂혔던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3교시 곰샘의 강의에서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곰샘께서는 명리학의 육친관계에 대해 배우자마자 바로 <안티 오이디푸스>가 떠오르셨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잡병편->60갑자->명리학->오행, 십신과 육친->안티 오이디푸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거죠. 68혁명 이후 서양철학계에선 가족으로부터 탈영토화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혁명은 이룰 수 없다는 자각이 일어났고, 명리학은 부모-자식간의 관계, 형제간의 관계, 부부간의 관계, 사회적 관계 등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유무형의 관계를 횡으로 펼쳐 보여주면서 생극의 관계를 풀어주는데, 이 둘이 어떻게 연결될지 기대됩니다. 누구나 궁금해 하는 자신의 운명, 스위트홈의 환상을 깨고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려야 하는데요. 다음은 運命과 각 조에서 질문했던 用神에 관한 강의 내용입니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부모를 바꿀 수 있다, 팔자를 바꿀 수 있다, 부모수명을 바꿀 수 있다)는 말처럼 공허한 말도 없다. 걱정해도 소용없고, 계획한 대로 되지도 않으니 오로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마음밖에 없다. 그러니 내 마음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 앎이 곧 구원이다.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고 총체적 공부를 해야 콤플렉스가 없어진다. 우리가 읽는 모든 것이 다 경전이다. 모든 존재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해야 한다. 공부를 안 하면 자기가 타고난 습관과 욕망대로 살다가 뻣뻣하게 굳은 채로 죽을 수밖에 없다.

오행은 세계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자 프레임일 뿐이다. 물론 다른 지성과도 접속 가능하다. 여기에 탐닉하면 오히려 세계가 축소된다. 그런 용법은 이미 미신이다. 운명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길흉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 프레임에서 무엇을 절단, 채취할 것인가를 봐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삶을 통찰하는 지혜가 생겨난다.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품위 있게 겪어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객관적인 사실은 달라지지 않지만 마음이 이동하는 순간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고로 용신은 마음쓰기. 마음쓰기도 훈련해야 한다. 불교에서 마음을 관찰하라는 것도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과연 원할만한 것인가를 관찰하라는 거다. 또한 내가 가진 것을 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무지를 보라는 거다. 편법을 쓰려고 하지 말고 고생하라. 사서 하는 고생은 우리를 번뇌에서 구해준다. 고생하는 순간에는 다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몸을 써라. 고행이 곧 수행하는 길이다. 고생을 배움으로 바꾸면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가고 고생도 끝이 난다. 고생스런 팔자를 원망해봤자 운명은 더 가혹해질 뿐이다. 매끄럽게 된 거 자랑하지 말고 안 되는 것에 두 배 세 배 노력을 기울여라. 재물과 시간을 써서 노력하라. 절대 그냥 되지 않는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게 당연한가. 흘러가는 것인데 나에게 머무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흘러가게 해야 한다. 나의 욕망과 습관은 어디에서 왔는가. 나 스스로 이렇게 살고자 한 것이다. 이대로만 살면 영원히 여기서 멈출 뿐이다. 살아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없을 때 번뇌가 생긴다. 원리를 알아야 마음을 쓰는 요령이 생긴다. 인간은 다섯 개의 리듬을 밟는다. 세상에 토해내고(식상)->재물을 일궈(재성)->재능과 재물을 쓰면서 사회적 관계로 들어가서(관성)->내 마음을 운용할 수 있는 공부, 존재에 대한 탐구, 삶과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하고(인성)->욕심과 자아를 해체하며 다시 자신(비겁)에게로의 순환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루를 살아도 이 리듬의 스텝을 밟아야 한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이 나를 바꾸지 않게는 할 수 있다. 세상이 나를 호락호락 주무르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생각의 전제를 바꿔라! 말의 길을 바꿔라!

반복은 밀도를 떨어뜨린다. 돈과의 관계를 어떻게 다르게 맺을 것인가. 어떻게 다르게 연출할 것인가. 나의 자의식과 욕망을 해체해야 유연하게 늙을 수 있다. 두려운 것은 갖고 있는 것 때문에 그렇다. 진짜 이게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지 생각해봐라. 재물욕, 명예욕, 자존심 등 나를 구성하고 있는 이것이 과연 나란 실체인지 질문해 봐야 한다."
댓글목록

용재님의 댓글

용재 작성일

오~샘, 깔끔한 수업 정리! 하루 몇 시간동안 들은 수업 내용이 여기 한페이지에 다 들어있네요. 이래서 수업후기가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놓친 지점까지 다시 보는 즐거움~~ 수업을 리플레이 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