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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에세이 후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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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휴은영 작성일15-04-23 12:15 조회2,581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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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세이 후기는 각자 자기 것 올리라고 하네요. 후기까지도 자립하는 신체를 위해. 좋아요. ^^



어찌저찌 낭송스쿨 1학기 에세이가 끝났네요. 물론 수정해서 다시 올려야 하는 과제는 남았지만요. 올해는 작년 수성과 달리 튜터 쌤 세 분과 낭송학우들이 오순도순 진행했답니다. 덜 살벌벌했다는 야그~. 그리고 아 이런 게 우정의 장이 아닐까하며, 끝날 즈음 살짝 울컥했습니다. 몇 년 전 꿈꾸던 소울메이트는 없다고 날려버렸어요. 그런 게 어디 있어 뭐 그런 수준에서 말이죠. 그것 만으로도 가벼웠어요. 신심이 약한 종교를 버린 듯한 느낌.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보니 결국은 그 소울메이트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알아보고 알아주고 서로에게 촉발이 되는 친구라는 의미에서 말이죠. 그런데 에세이 발표날은 그 친구가 손오공의 분신술을 발휘하듯 여럿이 되어 앉아있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울컥이었겠지요.


에세이 발표 전 여러 번 읽으면서-맞춤법 봐야하니-들으리라 예상했던 평가를 여지없이 들었습니다. 달리 쓸 능력은 없었고 마감 시간은 ‘하나의 마디는 여기까지’라고 알려주니까요. 예상했어도 아프기는 마찬가지. 허나 엄청 충격적이지는 않네요. 이제 면역이 생긴 걸까요. 자의식이 줄어든 것일까요.


글이 어렵다 처음에 들은 말이라 기억에 남네요. 산만하다는 평가와도 연결됩니다. 맞춤법을 보면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전달이 안 되지 싶더라고요. 정리에 정리를 했건만 처낼 것이 더 많습니다. 아니 오히려 불필요한 걸 갖다 붙였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거나 문장 하나만 남기고 ‘그래 이렇게 하라는 거지.’하며 한 줄의 격언으로 삶을 구성한 탓에 서사를 마련하기가 힘든 거지요. 그러니 할 말이 없어 아는 걸 갖다 붙이다 보니 글이 조각조각, 산만하고 그러다 보면 어렵지요. 저는 주로 명제가 있고 그거에 관한 예시를 가지고 이를 해석하며 살고 있습니다. 서사라기보다는 사례만 가지고 이를 서사라고 여겼나 봅니다. 이치를 따지기 보다는 명제에 맞는 사례를 가지고 매뉴얼처럼 살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치를 아예 안 따지고 산건 아닌 것 같은데 조금 억울한 느낌도 듭니다. (이것도 자의식인가요?) 파편화되어 있는 조각조각 단어와 문장처럼 삶도 그러하니 꿰어 보라는 우정의 조언으로 들립니다.


산만하다 붕떠있다 첫에세이에서 곰쌤이 이러다 타버린다는 말과 연결됩니다. 근영 쌤이 초현실적이라고 표현한 것과 연결도 되고요. 마치 예술가들이 악상이 떠오르면 마구 써나가듯 떠오르면 다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걸 어렵게 여기지 않습니다. 글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거시기하죠. 허열이 망동하는 상태입니다. 아직 제 상태에 대한 평가를 백퍼센트 수긍을 하지 않습니다. 그게 뭐 나빠. 반항기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글에 다시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글은 참으로 정직합니다. 글 쓰며 수련하기는 저를 위한 생명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열로 타버리지 않기 위해서 우주미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뭔말인지 모르겠다 어렵다, 산만하다와도 연결되는 말이죠. 내가 주장하는 바를 전달을 못하지요. 평상시도 주저리주저리 말을 합니다. 그래서 글로 쓰는 게 더 편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하나를 끝까지 맺지를 못합니다. 뭔가를 배웠으면 끝까지 가기보다는 중간에 다른 수련법을 배웁니다. ‘배움의 조루증’(허걱)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변호를 하자면 제 딴에는 할 만큼은 합니다. 한마디는 갑니다. 그럴 즈음 다른 길이 나타납니다. 저의 과정이 ‘간’만 보는 성급함이 아니라 비겁해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맞는 진짜 공부의 길로 인도해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그런 걸지 합리화에 불과한지 두고 봐야 겠습니다. 관전 포인트네요. 이런.


‘배움의 조루증’은 자기학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약을 배우건 요가를 배우건 심리 상담을 배우건 그거에 전문가가 될 만큼 파고들지 않습니다. 취미활동일 뿐이었죠. 파고들 걸 찾지 못한 거라고 또 변호만 하게 되네요. 36살인가 그걸 찾을 때가 되었다고 어느 스님이 말씀하셨을 때 40까지만 놀구요 그랬는데. 이제 43세입니다. 이제 취미 말고 공부를 해보겠습니다. 그러려면 이번 에세이에 썼던 “기존의 성취들을 과감하게 비우고” 가야 합니다.


비유는 쉽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비유가 적절치 못하다 다른 학우들은 가족 문제도 쓰고 생활의 여러 면을 쓰시는 데, 난 내 이야기를 뭘 써야 하나를 모르겠고 해서 당면한 문제 글쓰기 과정을 질문으로 시작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나의 경험을 써야할 것 같고 해서 ‘예시’를 드는데 무리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담담하게 잘 쓴 글을 보면 저는 심심합니다. 꾸밈이 없는 상태를 아름답게 여길 줄 모르는 것을 보면 허위의식이 제 몸 구석구석 끼어있는 듯합니다. 중병이지요. 이러니 소통이 안 될 수밖에요. 그냥 수준차라고만 여겼으니 중병이 틀림없습니다. 찬*씨 발표할 때, 어 내 얘기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후기는 그나마 담담하게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일까요?! ^^ 내게도 분명 문제가 많을 텐데 그냥 덮어버리거나 싹둑 잘라버리는 엄청난 기술(?!)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거대담론으로만 가니 글이 관념적으로 가지요. 폭력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작년 일 년을 통해 그리고 1학기 과정을 통해 바뀐 거랍니다. 학우 여러분~ 인정욕망! 장금 쌤이 1년반전 ‘18세기 지성사 세미나’ 이야기를 하며 많이 좋아진 거라고 하실 때는 변호도 되지만 민망도 하더이다. 왜냐. 그때 발제가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는 글을 써서 냈거든요. 곰쌤은 기가 찬지 웃으시더라고요. 제 글은 언급 없이 세미나가 이루어져 내가 뭘 잘못했구나 싶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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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범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ADHD와 유사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여러과목을 번갈아 가며 공부를 해야했어요. 공부하다 대청소하기 일쑤! (소양인이라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도서관에 갈 때 여러책을 가지고 다녀요. 어떤 책은 30분 읽으면 다른 책을 읽어야지 눈에 안들어오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두시간을 읽고 있더라구요.


여기도 뭐가 많네요. 아뿔싸. 학우분들 튜터쌤들이 언급하신 말들이 다 맞고요. 이렇게 더듬어보니 정리가 되어 좋습니다. 일단은 제 글을 정돈하는 수준에서 다시 글을 써보겠습니다. 또 창희 쌤말대로 예시가 적절치 않은 면이 있으니 조언대로 빼놓고 담담하게 써보고도 싶어요. 두가지를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댓글목록

휴은영님의 댓글

휴은영 작성일

추가> 창희쌤이 산만한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용법을 산만하게 쓰는 것라고 하신 게 비수같은 말이었어요. 제가 좀 아니다 싶은 것은 처내버리는 경향인데 제가 가진 지식도 다시 봐야겠네요. 좋아요. 호호호

밍크님의 댓글

밍크 작성일

음.... 은영쌤은 에너지가 많은 분이신거 같아요~
얇고 넓게 즐겁게~ 이런 공부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지금처럼 꾸준히 하시면 하나를 보면 열을 알게되는 통찰력이 생기실꺼 같은데요~
그때되면  저도 좀 갈켜주세요~
따라가게~^^

휴은영님의 댓글

휴은영 댓글의 댓글 작성일

얇고 넓게 즐겁게 좋은데요. 조금씩 도타와지고 싶을 뿐이랍니다. 그리고 딱히 넓지는 않고요. 초박한 지식이라 부끄러워요.
초박한게 나쁜게 아니라 그걸 가지고 다 안다고 여기는 게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꾸준히 자신있어요.  힘들어도 재미만 있다면 헤헤.
근데 누구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