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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2주차 의역학 발제 후기-신(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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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휴은영 작성일15-05-25 15:23 조회2,532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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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활동의 주체, 신(神) 발제 후기/변은영


2학기 2주차입니다. 1교시 발제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는데 곰쌤이 등장하셨네요. 3교시와 1교시가 바뀐 것인데 소통이 안되었던 모양입니다. 암튼 한숨 넘기고 3교시가 되었습니다. 미뤄진 것은 좋아보였으나 3교시는 많이들 졸려워하는 시간이지요. 그래서 너무 후다닥 끝낸 감이 있어서 아쉽습니다. 시간상 그랬는지 딱히 짚을 게 없었는지 튜터쌤들도 지치셨는지 코멘트 없이 끝났어요. 똥 싸고 뒤 안 닦은 느낌이 드는 건 뭘까요. (^^)


정기신 중 ‘신(神)’은 미개척 분야라 흥미 있다고 자원했으면서 실재 공부를 많이 못했습니다. 처음 발제할 때보다 마음이 헤이해진 것이기도 하구 가능하면 간결하게 가보자 하는 의도도 있었어요(처음의 긴장으로 계속가면 지쳐서 공부 오래 못하겠지요). 그래서 낭송 동의보감만 보자하다가 동의보감 원문을 보는데 (책도 미리 안구해논 터라 앱 ‘내손 안에 동의보감’으로 보았는데 괜찮네요) 원문 읽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목차를 따라 함께 읽어가면서 가보자’고 기획(?!)을 했던 거예요. 근데 저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ㅠㅠ) 특히 신의 종류가 나올 때는 묘사가 탁월하고 리듬도 있어서 길지만 넣어보았습니다. 아래의 내용입니다.


『황정경』에, “간신(肝神)의 이름은 용연(龍烟)이고 자(字)는 함명(含明)이다. 키는 7촌이고 푸른 비단옷을 입고 봉황이 그려진 방울을 찬다. 그 모습은 박을 매단 것 같으며 청자색을 띤다. 심신(沈神)의 이름은 단원(丹元)이고 자(字)는 수령(守靈)이다. 키는 9촌이고 붉은 비단옷에 날아갈 듯한 치마를 입는다. 그 모습은 아직 피지 않은 늘어진 연꽃 같고 적색을 띤다. 비신(脾神)의 이름은 상재(常在)이고 자(字)는 혼정(魂停)이다. 키는 7.6촌이고 누런 비단옷을 입는다. 그 모습은 동이를 엎어놓은 것 같고 황색을 띤다. 폐신(肺神)의 이름은 호화(皓華)이고 자(字)는 허성(虛成)이다. 키는 8촌이고 흰 비단으로 만든 웃옷과 치마를 입고 누런 구름이 있는 허리띠를 맨다. 그 모습은 화개나 엎어놓은 종과 같고 홍백색을 띤다. 신신(腎神)의 이름은 현명(玄冥)이고 자(字)는 육영(育嬰)이다. 키는 3.6촌이고 짙푸른 색의 비단옷을 입고 있는다. 그 모습은 둥근 도로가 같은 흑색을 띤다. 담신(膽神)의 이름은 용요(龍曜)이고 자(字)는 위명(威明)이다. 키는 3.6촌이고 아홉 빛깔의 비단 웃옷과 화려한 초록빛 치마를 입는다. 그 모습은 박을 매달아 놓은 것과 같고 청색을 띤다”고 하였다. (동의보감, 내경, 정기신 중 신)


형형색색 이런 신이 우리 몸에 함께 거주하는 거지요. 일종의 공동체인 셈입니다.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그런 비장함 말고 동력이 활발한 다채로운 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경쾌함으로 말입니다. 근데 정을 배우면 정이 근본이고 신에서는 정기신도 모두 기의 작용이라고 하더니 또 신이 만물을 낳고 변화시키는 근본이라네요. 다 중요하단 말이지요. 그렇지요. 모두 기의 작용으로 하나이지만 각자의 역할에 맞게 물질적인 요소로 스펙트럼이 기울어있거나 정신적인 요소에 스펙트럼이 기울어져 있음으로 다르게 드러납니다.


정신활동의 주체인 ‘신’, 여기에서 주체라는 말에 주목해봅니다. 주체이기에 정신활동은 방향성을 가집니다. 큰소리가 들리면 그곳으로 신경이 쏠리는 것, 손을 보려는 마음에서 이미 정신활동은 그곳을 향합니다. 상상 속에서도 먼 곳으로 마음을 보낼 수가 있어요. 벡터라고 하지요. 크기와 방향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 방향을 잃고 ‘신’이 허해지면 정신줄 놓은 상태가 됩니다. 마음이 방향을 잃은 것이지요. 예를 들면 저는 필사할 때 꼭 한번은 오타가 생깁니다. 쓰다가 글과 관련된 걸 생각하기도 하고 딴 생각도 하고 하다가 바로 돌아와 볼펜을 굴리면 영락없이 오타입니다. 살짝 갔다가 오면 바로 돌아오는 것이니 옳게 쓰지만 한참 혹은 멀리 보냈다가 아직 덜 돌아온 상태에서 쓰면 오타인 것이지요. 그러니 신기를 길러야 합니다. 신이 편안하면 수명이 길어지기도 하지만 정신줄 챙기고 살고 싶거든요. 정신줄 놓아서 오는 실수도 싫고 마음을 다하고 있지 못함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니까요. 어떻게 기를까요.


신명(神明)은 ‘심(心)’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신은 오미(五味)에서 생겨납니다. 오기(五氣)도 언급되었는데 이가 ‘기’에 관련된 것인지 ‘신’에 관련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오미 입으로 먹어서 장위(腸胃)에 저장되고 진액 그러니까 ‘정’, 그리고 ‘신’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신이 거주하는 심을 편안히 하고 오미를 조화롭게 잘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지요. 또 신의 작용으로 칠정과 육욕의 감정 상태가 생깁니다. 신을 잘 다스리면 감정으로 휘달림은 덜겠지만,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그치면(방향성의 주체가 신임을 잊지 않으셨죠) 신의 소모가 멈추는 역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오행배치에서 즐거움이 심에 해당합니다. 즐거움으로 심을 기르면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것을 맹자의 구절과 연관시켜봅니다. “행동하면서 마음에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있으면 호연지기는 위축되고 만다.”라는 구절인데 일상에서 마음의 찌꺼기가 남아있으면 기운이 쪼그라든다는 것이니 그때그때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마땅하게(義) 살면 될 일입니다. 마땅하다는 게 엄청 정의롭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때에 맞게 행하고 행한 만큼 배우면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다른 버전으로 살펴보면 동의보감에는 “지의(志意)가 조화로우면 정신이 올바르고 혼백이 흩어지지 않으며 후회와 분노가 일어나지 않고 오장이 사기(사기)를 받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마음의 찌꺼기라는 것이 후회와 분노로 점철되잖아요. 맞아요. 그런 거였어요. 작은 후회들이 제 ‘신’을 갉아 먹고 있었나봐요. 오타오타오타! 어찌되었든 저는 이 발제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이 후회와 분노를 거두어들여 ‘신’을 청정하게 하여 오타 없게 필사를 하자는 소박한(그렇다고 소박하지만은 않은) 마음을 내어봅니다.


신에 해당하는 질환을 살펴봅시다. 특이한 것은 흔히 말하는 정신질환들이-동의보감 신편에서는 정충(怔忡), 경계(驚悸), 건망, 전간(癲癎), 전광(癲狂), 탈영증과 실정증- 정신과 영역으로 분리될 것이 아니라 심화의 문제나 담음의 문제로 다른 과의 영역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불균형이 커진 것일 뿐인 거죠. 그러니 뭔가 정신상태가 이상하면 다른 건강 원칙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 될 일입니다. 저는 동의보감 ‘신’항목의 이런 내용이 참 좋습니다. 여기에는 ‘소외’가 끼일 자리가 없는 것이지요. 우리는 정신과를 쉬쉬하면서 다니지 않습니까. 혹은 스트레스라고 치부하며 몸을 보살피는 것에 소홀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동의보감의 지혜는 할 수 있는 지점을 아주 가까운 곳으로 가져옵니다.


발제의 나가며 로 마무리합니다.

“장 이외의 다른 신체 부위에도 모두 신이 깃들어 있다. 이를 『동의보감』은 '온갖 뼈마디에도 다 신이 있다. 신의 이름이 아주 많아서 다 말할 수가 없다.'고 표현한다. 만일 이 신이 깃들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신체 각 부위의 활동이 가능하겠는가?”(한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72쪽) 그렇다. 우리 몸은 여러 신들이 활동하는 우주적 공간인 셈이다. 영화 고스트나 전설의 고향처럼 하나의 영혼이 깃든 것이 아니다. 부위부위마다 모두 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은 장부들이 혹은 더 작은 부위들이 모여살고 있음을 말한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협업하는 공동체로서 말이다.


동양의학은 심신(心身)일원론 같지만 하나를 고집하지 않는다. 정기신으로 분류하고 있기도 하다. 정으로 갈수록 물질성이 짙어지고 신으로 갈수록 비물질성이 높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가 파동이자 입자이듯 ‘신(神)’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저 별나라의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먹고 마시고 느끼는 것에 의해 육체를 기반으로 ‘신'은 자라나고 쇠퇴할 터이니 말이다.

댓글목록

태정님의 댓글

태정 작성일

남의 집에 와서 댓글단다는게 좀 쑥스럽긴 하지만 오타부분에는 공감이 가네요. 신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읽고 얻는게 많았답니다. 또 열심히 하고 계신것 같아서 흐뭇합니다.

휴은영님의 댓글

휴은영 댓글의 댓글 작성일

어머 무응쌤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수성 분들도 그립고 해서 지난 주 놀러 갔었는데  역시 무응쌤이 계셔서 든든한 수성입니다.  계속 공부하시면서  등불이 되어 주셔서 너무 좋아요. ㅎㅎ 역시 '병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