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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차 소논문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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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츈쿠키 작성일19-11-19 01:30 조회1,0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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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는 우리 마을 부녀회원 한명과 통화하면서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 우리 마을은 올 초 시청에서 모집한 마을 공동체 사업에 응모해서 선정되었다. 나와 시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에스가 주축이 되어 낭송활동을 해 왔는데 년말이 되니 그간의 활동을 기록하여 보고서를 시청에 내야 한다.

그는 한사코 내가 알아서 만들라고 했다. 여기에는 바로 전에 제주어말하기 대회에 참석하는 행사는 자신이 주도했기 때문에 이번엔 내가 책임져야 할 차례라는 무언의 인상을 주었다.

나는 그간의 낭송했던 자료들만을 모아서 제본만 하자고 했고 그는 책다운 책을 만들어 훗날 연구자료를 찾는 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어르신들을 모시고 당을 탐방해서 녹취하고 글로 옮긴 것이 훗날 연구자의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책 다울려면 우리 말고도 회원들의 글을 좀 실어야 하는데 글은 아예 말도 말라고 하고 있고 발표회 때 할 암송도 어렵다고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은 벌려놓고 마무리는 안 하는 사람으로 내게는 비쳐졌다.

그래도 아무리 제본이라도 서로의 글들을 파일로 보내 미리 살펴본 뒤 목차를 정하고 편집하자고 만날 날짜를 겨우 정했다. 낭송하는 날 남아서 하자고 했다. 그런데 다시 나 혼자 하라고 문자가 오는 게 아닌가. 나는 다시 문자를 보내 같이 하자고 했고 전화로 할 때는 내가 자기 말고 누구를 의지하겠느냐고 좋게 말했다. 나는 낭송집 한 권을 낸 적이 있지만 출판사에 파일을 보내었을 뿐 인쇄소를 접하거나 책을 기획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70페이지 이상을 채우고 책이라는 꼴을 만들 수 있을지 막막했다. 다른 할 일도 많고 많은데.

바로 다음 날 마을회관에서 낭송을 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나와 얼굴 한 번 마주하지 않은 채 바쁘다며 도망치듯 뛰어나가 버렸다. 나는 돌아오며 이젠 나 혼자 하겠다며 함께 하겠다고 빌어도 안 붙여주겠다고 결심했다. 이틀 후 그가 전화 와서 첫마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단호하게 자르며 더 이상 너에게 사정하지 않겠노라고 말도 못 붙이게 잘라 말했다. 약속을 안 지켰다는 명분으로.

그래도 그 때까지는 어느 정도 침착했다. 그러나 한 5분 후 다시 그가 전화해서 사과하는 투로 말했을 때 나는 소리지르며 분노했다. 나는 너 같은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고 노골적으로 화를 냈다. 그가 너무 애교어린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이다. 집에 찾아오겠다는 그를 급히 차단했다. 노트북까지 들고 마을회관에 간 나를 뒤통수 쳐놓고 이제 애교로 사과하는 척하여 나를 지배하려는 힘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에게 지배당할 것 같은 두려움 같은 것이 급히 올라왔었다. 아니 이 때야말로 너를 지배할 챤스라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분노의 감정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윤리적 명분을 내걸어 정당화 했지만 혹시 감정은 상대를 지배하려는 욕망에서 발생하는건 아닐까?

만약 윤리적 대응이라면 나의 분노는 정당한 것이고 따라서 마음이 후련해야 할 터인데 마음이 찝찝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가 나의 능력을 지켜보는 듯한 인상을 늘 받아와서 불편했었다. 나는 그가 나에게 기대하는 만큼 책 만들 능력이 없어서 그걸 들킬까봐 소리를 질렀던 건 아닐까? 어쩌면 그도 말만 그리 했을 뿐 자신이 없어서 그토록 내게만 미루었던 건 아닐까? 자신의 무능력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힘에서 밀리고 싶지 않아서. 니체라면 이런 경우 감정을 뭐라고 해석할까? 어떻게 이런 감정의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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