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기 7주차 수업후기 > 금요 감이당 대중지성

금요 감이당 대중지성

홈 > Tg스쿨 > 금요 감이당 대중지성

서브배너_금성.png

3학기 7주차 수업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느티나무 작성일22-09-17 19:06 조회192회 댓글8건

본문

가을밤은 생각보다 깊고 아득했다. 가을바람에 허전한 마음이 얹힌 걸까? ‘경대’에 앞에 앉아 ‘보고 싶다’는 글자를 거울 속에서 꺼내어 보다 천둥 같은 울음소리가 쏟아져 어느새 눈물이 심장 밖으로 범람하였다. 결국 그리움에 체하여 마음을 제대로 삭이지 못하고 손을 넣어 토하려다 내일 감이당에서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을 볼 생각에 겨우 속을 진정시켜본다. “유리 호롱 속에 켜진 황촉 불처럼” 애타는 심정을 환하게 비춰줄 선물 같은 선생님들은 어떤 칼럼을 들고 올지 슬슬 기대가 된다. 가을 시장에 꽤 좋은 상품(글)들을 출하하기 위해 올 추석 연후는 많이 분주 했을 것이다.

  1교시 : “칼럼적 쓰리란 분량은 짧고 메시지는 강렬해야 하며 단 한 글자도 낭비하거나 에둘러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A4용지 한 장에 들어갈 1800자의 우주(?)를 담기 위해서는 “일상의 모든 것, 주워들은 것, 책에서 본 것, 관찰한 것, 이런 것을 다 활용하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글쓰기 욕망에 발원 하며 항심을 갖고 삶에 집중하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어떡하지 나의 어휘는 빈약하고 지성에서는 파토스를 뿜어 낼 힘도 없다. 그런 나에게 ‘기-승-전-결’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절차탁마’하며 글의 완성도를 높이라고 요구한다. 누가? 그 누구 가 누굴까? 다른 선생님들의 글은 ‘일신우일신’하다 못해 ‘일취월장’하더니 결국 ‘금화교역’의 단계까지 올라갔다. 아마도 다음 주에는 추수를 할 것이다. 그렇게 경작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점점 우울해져 갔다. 나는 밭을 세 번이나 갈아 업었고 아직까지 마침표 하나 찍지 못했다. 나의 우둔한 머리에서 출생한 칼럼은 다음 주 까지 그 생사를 확인 할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내 머리가 탈골될 지경이다. 풍작을 기다리며 탐스러운 열매를 맺고 향기로운 가을을 맞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숙해 왔다. 그런데 ‘기-승-전-결’은 과연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기-승-전-결’이여! “툭하면 토라지는 이 침울한 마음 이제 유혹하지 말라!” 이젠 나도 지쳤다. 찬란하고 싶었던 나의 칼럼은 서서히 제 향기를 잃어가고 있을 뿐이다!

  2교시 : 2교시는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낭송의 질이 달라진다. 남산의 하늘을 올려다보기 위해 산책길을 나서지 않으면 꾸벅꾸벅 졸기 십상이다. 뭉게구름, 깃털구름, 양떼구름 등등 가을이 흰색으로 수놓은 구름도 보고 나무의 잎사귀들이 서로 부딪혀 속삭이는 소리도 듣고 생소한 꽃들은 핸드폰으로 찾아가보며 학인들과 이야기하며 걷는 시간은 점심이 선사하는 안식년이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어둡고 축축했으며 가을의 초입이라 그런지 남산의 모든 식물들은 푸른 잎에서 붉은 색으로 탈색하지 않았다. 이런 날에는 가시를 바짝 세운 바람 한 점도 고마울 뿐이다. 2교시의 시작과 건물 어디에선가 새소리가 들렸다. 교황 그레고리 1세는 새를 “조물주의 신성한 음악을 인간에게 계시해 주는 영물이라고”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창 밖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고전을 함께 읽는 학인들의 낭송과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었다. 

  3교시 : 세미나 시간이 돌아왔다. 이 번 세미나에서 발제할 선생님은 박혜란쌤과 이성근쌤이다. 먼저 박혜란쌤이 발제 내용을 발표 한 후 사회를 이끌어 갔다. 그런데 1분30초의 시간을 허락해 줄 테니 각자 책을 읽은 느낌과 소감을 말해달라고 했다. 아니 박혜란선생님을 평소 이렇게(?) 안 봤는데, 마이크를 잡더니 화사한 얼굴이 광기어린 눈빛(?)으로 돌변했다. 책의 제목 ‘200년 동안의 거짓말’이 마음속에 와 닿는 순간 이였다. 두 번째 주자 성근쌤의 주도하에 열린 세미나의 진행은 예상했던(?) 그 생각 데로 잘 진행되었다. 이렇게 제 5장 세균과 가사노동의 생성부터 제7장 병리적 모성까지의 세미나 여정은 별 탈 없이 잘 진행되었다. 3교시 세미나 내용을 급 마무리 하려고 하는 나의 저의를 이해해 주길 바라랍니다. 다음 주 까지는 칼럼의 주제와 내용을 어느 정도 완성해야만 하기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4교시 : 글쓰기 – 고전 낭송 – 세미나의 여행은 생각보다 길다. 그렇기에 이 마지막은 쌤들 각자의 감정을 토로해서 고름을 빼내는 시간이다. 이 고름을 빨리 빼내야 정상적인 세포가 복원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징징거려 보기도 하고 엄살을 내다보면 그 들의 신음소리에 찬 물수건이라도 대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징징거려도 누군가가 나를 타박하지 않고 받아 주는 고마운 쌤들이 있기에 오늘 하루도 수업시간에 뿌린 파종의 시간은 값진 것이었다.
댓글목록

박수경님의 댓글

박수경 작성일

후기 잘 읽었습니다. 시적이고 달달한 표현 가득한 감성 후기네요.~~^^
 모두들 칼럼 쓰기로 분주하시고  고민하시는 흔적이 역력하십니다. 모두 좋은 결과물을 내시기를 응원합니다.!!!
그런데 저 역시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 ㅠㅠ~~

느티나무님의 댓글

느티나무 댓글의 댓글 작성일

수경쌤~~~

저 번 주 ‘칼럼’을 써 놓은 것 발표 시간 때...그 전에 썼던 것이 좋았다고 복○쌤하고 다른 쌤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는데...일단 문장의 뼈대를 잡아 놓았으니 내용만 더 보충하고 보강하면 좋은 글 나올 것 같은데요.

저처럼 매 주 마다 제목도 다르고 글의 내용도 다른 달라 헤매는 사람에게...“그런데 저 역시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이런 말 반칙 아닌가요?

일단 제가 경고로 옐로카드 한 장!!!
다음에 또 그러시면 레드카드로 퇴장 시길 겁니다.^^

승화니님의 댓글

승화니 작성일

저 또한, 이번에 갈아 엎을까 말까 고민하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노트북을 덮으려다 쌤의 후기를 읽었네요. 우리 함께 힘내어 보아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리 되어도, 저리 되어도 3학기가 끝날 즈음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로 저도 후기를 올려야 하는데 쌤이 4교시까지 올리셔서 저는 1부만 올리고픈 마음이 마구 마구 올라오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느티나무님의 댓글

느티나무 댓글의 댓글 작성일

노트북에 아주 편리한 기능이 하나 있습니다. ‘Delete’라고 적혀 있는 키보드 하나만 누르면 쓸데없이 써 놓은 ‘글’을 삭제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매 주마다 써내려간 ‘칼럼’을 전체 삭제하는 기분이란...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매 주제도 달리 해야 하고 내용도 달리해야 하니...저는 글쓰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어휘와 좀 더 친해질 걸 그랬나 봅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생각하라는 건지...

라니님의 댓글

라니 작성일

생생한 감정이 녹아있는 후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걱정하고 있던 부분 언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 볼 능력은 안되고 모든 분들께 말씀하실 기회를 드려야겠다 싶어서 갑자기 떠올린 것이 시간제한 알람울리기 였는데, 끝나고 보니 정신이 들면서 언짢으셨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 후회가 되더라구요...
너무 죄송합니다ㅠㅠ  덥고 습한 날씨 탓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래요;;;

느티나무님의 댓글

느티나무 댓글의 댓글 작성일

어머~~~혜란쌤~~~

선생님이 올린 댓글 보고 깜짝 놀랐잖아요!!!
공식적으로 올리는 글에 혜란쌤을 저격하는 글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재미있게 쓴다는 것이 저의 불찰 이였네요. 죄송해요. ㅠㅠ

3교시 부분만 일부 수정을 하려고 했는데...댓글 1건 이상 달린 원글은 수정할 수 없다고 해서 삭제 하려고 했는데 코멘트가 1건 이상 달린 원글도 삭제 불가능 하다고 메세지가 뜨네요...아~~~이런!!!

“……눈빛(?)으로 돌변했다.” 다음에 ‘웃고 있는 모습’을 뜻하는 이모티콘 ^^표시를 넣을 걸 그랬어요...그리고 “책의 제목 ‘200년 동안의 거짓말’이 마음속에 와 닿는 순간 이였다.”이 부분은 제가 더 재미있게 쓰려고 덧붙인 건데...역시 저의 생각이 너무 짧았네요. 그래서 예전에 제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지성이 없다고!!!...지성도 없는 사람이 우매까지 하면...아~~~어리석은 것도 타인에게 ‘폭력’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선생님의 특별하고 ‘톡톡’ 튀는 진행이 재미있어서 그날 모두 아주 유쾌하게 웃으며 세미나를 할 수 있었어요. 이건 진심이에요. 다음부터는 글을 올릴 때 더 신중해서 써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비타빈님의 댓글

비타빈 작성일

밭을 세 번 갈아엎은 선생님의 절절한 심정이 제 것과 닮았네요ㅠㅠ 쓸 때도 피드백 받고서도 한숨만 얼마나 쉬었는지 몰라요. (제가 쓴 글이라 당연하겠지만서도) 제가 숨기고 싶었던 혹은 보지 않으려 했던 달의 뒷면같은 어두운 면이 고스란히 글에 담겨있어 마음이 저릿했습니다.

한 갈래의 문제의식조차 잡지 못해 방황하던 찰나 요런 글귀를 읽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오직 글쓰기 그 자체에 몰두해 한 문장 한 문장 치밀하게 씨름하여 전진할 뿐이다.” 생각해보니 저는 간절히 발원한 적도 치밀하게 나아가는 항심도 내어보질 않았더라고요. 그저 잘 쓴 글을 내놓고 싶은 욕심만 부렸을 뿐이죠. 힘을 줄수록 제 글은 맛도 멋도 없어지는 듯 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욕심을 덜어내는데만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곧 추수할 제 열매가 옹골차지 않더라도 남은 일주일 동안 몇 문장만이라도 치밀하게 씨름해보려 합니다. 추수를 거듭하다보면 언젠가 단단하고도 과즙 흘러 넘치는 열매를 맺을 수 있겠지요.

느티나무님의 댓글

느티나무 댓글의 댓글 작성일

감사해요~~~
댓글도 달아 주시고~~~

제가 글 실수 한 것이 있어서..‘말’하는 것 ‘글’쓰는 것이 더욱 조심스러워 졌지만 쌤의 글을 보고 ‘칼럼’쓰는 것이 저에게만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럼 저도 “일주일 동안 몇 문장이라도 치밀하게 씨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