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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랭귀지스쿨 1학기_4강 수업 후기_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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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아람 작성일23-03-13 19:01 조회898회 댓글10건

본문

 

 

네 번째 수업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플라톤이 쓴 크리톤에 대한 정승연 선생님의 새롭고 재미있는 해석으로 가득했다. 지난 시간에 배운 소크라테스의 변론에 이어서 이번 시간에는 크리톤을 읽었다. 나의 내적일관성은 무엇인지, 다수가 원하는 일이 진리인지, 민주주의가 옳은 것인지, 옳은 것이란 무엇인지, 정답이 없는 고민할 문제들이 생겨서 머리가 아픈 동시에 흥미롭기도 했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와 그의 절친인 크리톤이 나누는 대화를 담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사형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혀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데, 크리톤이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모든 준비가 되어있으니 탈옥을 할 것을 권유한다. 내용은 네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대중들의 의견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두 번째는 불의와 의, 고의성의 문제와 덕스러운 행동을 다루는 부분이다. 세 번째는 계약에 대한 이행 문제, 네 번째는 국가와 법률에 관한 문제를 말하고 있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에게 여러 가지 이유를 말하면서 탈옥하도록 설득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사람들이 크리톤이 돈을 쓰는 것을 꺼려서 친구인 소크라테스를 구하지 못했다고 여길 것이고, 이것은 친구보다 돈을 더 귀히 여긴다는 수치스러운 평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부분에서 아테네 성인 남성들에게는 평판이 너무 중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아테네 성인 남성들, 즉 민회에 늘 참석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평판은 사회적 생명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친구가 기소되어서 죽을 위기에 처하면 이런 식으로 구하는 것이 공공연했다는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그 당시에 명예가 아무리 중요했다고 해도 크리톤이 자신의 평판을 소크라테스의 안위보다 더 걱정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논리로 소크라테스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크리톤은 어떻게 해서든 소크라테스를 살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생각해 낼 수 있는 탈옥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최대한 끌어다가 그의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다른 이유들도 구구절절 간곡하게 이어진다. 친구를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 목적으로 돈을 준비해놓았으니 돈 걱정은 말아라, 도망가서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반길 거다, 그 동네(텟살리아)에 있는 내 친구들도 자네를 높이 평가해서 아무도 해코지하지 못하게 할 거다, 자식을 낳지를 말든지 일단 낳았으니 양육과 교육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등등. 친구를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크리톤의 진심이 느껴진다. 내가 크리톤의 입장에서 너무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고 해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크리톤의 강력한 권유에 소크라테스는 응답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네의 조언을 따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찰해봐야 하네. 나는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곰곰이 따져본 결과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원칙 말고는 내게 속한 그 어떤 것도 따르지 않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세. (크리톤, 46b)

 

 

이 부분에서 나는 소크라테스가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라고 느껴지기보다 기존의 것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원칙 중에서 가장 나은 원칙을 선택하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가 가장 훌륭한 원칙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소크라테스가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는 아나키스트처럼 보이고 크리톤에서는 국가주의자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소크라테스에게 변하지 않는 내적일관성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일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에서 그렇게 사람들에게 원망을 사면서도 대화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도 아테네 사람들의 영혼을 돌보기 위함이었고, 살기 위해서 애를 쓰지 않았다는 것도 자기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에게 지혜를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려주려는 것이었다. 그는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라고 가르쳐주고 있다.

 

 

 

 

나의 내적일관성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나에게도 좋고 동시에 상대에게도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유리한 쪽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서 선택했던 경우가 많았다. 나에게는 좋지 않고, 상대에게만 좋은 상황일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수업 시간에 배운 변용을 나에게 적용해서 상대와 나의 교집합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싶다. 이걸 봐도 괜찮고 저걸 봐도 괜찮고, 화가 나는 일도 적어지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좋은 다른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변용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변신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체력단련과 공부가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목록

반야수님의 댓글

반야수 작성일

사랑하는 일에 조금 더 가까와지는 듯한 시간이었구나! 하는 따스한 느낌이 담긴 후기 고마워요^^

이아람님의 댓글

이아람 댓글의 댓글 작성일

사람, 지혜, 동물, 식물, 사물,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사랑하는데 점점 더 가까워지면 정말 좋겠어요!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

진솔한님의 댓글

진솔한 작성일

아람샘이 정의하신 내적일관성과 변용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제가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어려워서 수업시간에 질문도 했는데 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이 사유의 구덩이를 계속 파야겠지요?^^;  정성스런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이아람님의 댓글

이아람 댓글의 댓글 작성일

혼자는 너무 힘들어요. 같이 구덩이를 즐겁게 파보아요! ^^

깨트린님의 댓글

깨트린 작성일

"소크라테스에게 변하지 않는 내적 일관성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일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에서 그렇게 사람들에게 원망을 사면서도 대화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도 아테네 사람들의 영혼을 돌보기 위함이었고, 살기 위해서 애를 쓰지 않았다는 것도 자기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에게 지혜를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려주려는 것이었다. 그는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라고 가르쳐주고 있다."

저도 이 부분에 적극 공감합니다. 제 생각에도 소크라테스는 "너의 무지를 알고... 지혜를 사랑하라"는 일관성(원칙)으로 모든 상황을 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소크라테스의 모든 행동이 타인들에게 자비와 공감을 펼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요.
또한 저는 수업시간에는 내적 일관성과 변용 능력이 마치 분리된 것처럼 얘기 되었지만, 순간 순간의 상황에 따라 펼쳐 보여지는 것이 달랐을 뿐(변론에서는 마치 죽지 않으려고 변론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다, 크리톤에서는 죽음을 초월한 것처럼 하는 행동이 마치 변용된 것처럼 보일뿐), 소크라테스는 늘 내적 일관성을 지키려고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람샘의 후기를 읽고 나니 제 생각이 머무르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아람님의 댓글

이아람 댓글의 댓글 작성일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홍'선화샘의 내적일관성은 무엇일까 궁금해지네요. 외적일관성은 알고 있어요....  (귀여운) 볼 빨간 소녀 *^^*

상아님의 댓글

상아 작성일

OT때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말씀하셨는데, 아람 선생님의 글에서도 그런 따뜻한 마음이 읽혔습니다.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은 것, 바로 우리가 좋은 거잖아요. 함께하는  우리, 공동체의 좋음 선을 위해,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뒤로 할 수 있는 마음을 키우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공부와 반복된 체험일 것도 같고요. 나를 잊었는데 우리가 더 행복했던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러한 사람이 되어가는^^; 

정성 가득한 후기 고맙습니다!

이아람님의 댓글

이아람 댓글의 댓글 작성일

우와.. 까마득히 멀게 느껴지는 OT 때,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해주셔서 감동했어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참 쉽지 않네요. 며칠 전에도 한 학생에게 짜증을 냈다는.. ㅠㅠ 반성-> 자책 -> 공부가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상아샘이 누구신지 너무 궁금해서 본명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어요.. 힌트 하나라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김에세이님의 댓글

김에세이 작성일

나에게 삶은 언제나 미완성의 레시피를 보여 줍니다. 평소 괜찮다가도 불안이 불쑥 삶에 스며들죠. 반성문 쓰고 그 다음 날 계획표 세우는 것이 인생이랬나. 서툴고 변수가 많은 세상에서 내적 일관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저에게 어떤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이분법적 분류가 아닌 이중적 분석으로 해석해봅니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감정의 물결이 끊임없이 익숙한 판단 쪽으로 흘러가는 순간 3인칭 시각에서 1인칭 시각으로 관점이 바뀌어 버립니다. 자꾸 기울어집니다. 편협하지 않으려고 빈곤한 사유에 무엇으로든 충당해 보려고 하지만 생각과 행동은 비례하지 않더군요. 그것이 저의 문제입니다. 어렵습니다. 내적 일관성을 이해한 다는 것.

언젠가 저에게도 “사람의 빛깔이 달라지는 시간”이 오겠지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이아람님의 댓글

이아람 댓글의 댓글 작성일

김반성샘, 저도 반성문 쓰는게 취미이자 특기인데요. 이제 반성문 그만 쓰기로 결심했어요. 책을 읽다가 이 구절을 발견하고, 매일 다시 태어나기로 했거든요! "Every day is a new opportunity to begin again. Every day is your birth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