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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1-2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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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강지 작성일22-05-16 06:15 조회731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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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랭귀지 스쿨 2학기 1-2주차 후기/220516/김혜경

 

첫 발표를 마치고

 

금성 1학기 서양철학사 읽기의 험난한 항해를 마치고 2학기 말하기 과정에 도착했다. 우선 들뢰즈라는 난해한 철학자를 만나 일단 그를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뿌듯했고 그다음에 드는 생각은 이번 과정에 대한 궁금점이었다. 장금 샘도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잘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설마 1학기보다야 낫겠지라는 기대를 지닌 채 고미숙 선생님의 첫 강의를 들었다. 한마디로 강의를 요약하면 현대의 시각 범람에서 소리의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지난 1학기에 낭송을 체험한 터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낭송이 아직 내 몸에 체화되지 않은 상태라 그 의미가 실감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내가 읽고 싶은 책으로 선택한 것은 토끼전. 그 외 선택 가능한 책은 춘향전, 변강쇠전, 흥부전, 심청전 등이었다. 내심으론 변강쇠전과 춘향전에 관심이 갔으나 토끼전을 택한 이유는 변강쇠전이 너무 야할 것 같아서 내가 과연 그걸 소화해 발표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춘향전은 내 나이가 이미 환갑을 넘어 이팔청춘들의 불꽃 같은 정서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자 이제 책을 골랐으니 다음은 가장 마음에 든 대목을 고르는 일이 남았다. 토끼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아마도 별주부 자라가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오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꾀어내는 장면과 토끼가 용궁에 도착한 후 자기가 용왕의 약이 되기 위해 끌려왔다는 사실을 알고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용왕을 거짓으로 설득해 다시 육지로 돌아가는 장면일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토끼전의 하이라이트인 자라와 토끼의 꾀와 말솜씨에 매혹되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토끼전을 찬찬히 읽어 본 후에는 오히려 그 대목보다 토끼를 데려오기 위해 누구를 보낼 것인지 논의하는 용궁 어전회의 장면이 더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군주와 어려운 임무를 약자인 무관에게 떠넘기는 강자 문관의 뻔뻔함 등 현실 정치에 대한 강한 비판을 아주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1주 차 3교시 실전 시간에 각자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발표할 때 이 대목을 골랐고 장금 샘으로부터 다음 주 1교시까지 이 대목을 발표할 수 있도록 3분가량의 스토리를 구성해오라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이야기를 구성해 어떤 형식으로 발표할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특별한 틀이 없다 보니 막막하기만 했다. 수업 전날인 목요일까지 내용을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그러다 저녁에 무조건 쓰기 시작했고 드디어 다음날 우리 조 학우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서 반응을 보니 모두 졸리는 표정. 나 역시 말을 하면서 지루할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랴 싶었다. 장금 샘 역시 발표내용이 설명에 치우쳐 있고 장면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시니 긴장이 될 수밖에. 그래서 다시 내 설명은 줄이고 원문에 나오는 쫄깃쫄깃한 말들을 많이 삽입 후 점심 먹고 하는 산책 시간까지 줄이면서 연습에 돌입했다. 드디어 3교시, 우리들의 발표와 고미숙 선생님의 합평 시간이 되었다. 어찌나 떨리던지. 드디어 내 발표시간. 발표를 마치자 선생님은 목소리는 좋으나 뒷마무리가 너무 싱겁다는 평을 하셨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우선 해냈다는 것이 대단한 게 아닌가. 그리고 첫술에 배부르랴.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수업을 모두 끝내고 전철역까지 걸어가는데 마음이 너무 홀가분했다. 나의 이런 심정은 함께 공부하는 다른 학우들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여러분 우리 모두 힘내고 파이팅해요!

댓글목록

여여한일상님의 댓글

여여한일상 작성일

일찌감치 댓글로 인사하고 싶었는데 감이당 홈피 작업중이라 접속이 안되어 이제야 올리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샘과 함께 공부하게 되어 기뻐요!
2학기 스토리텔링 미션도 함께 라서 잘 해낼거라 믿어요 !!!  저도 화이팅입니다~^^

금강지님의 댓글

금강지 댓글의 댓글 작성일

스토리텔링도 만만치 않네요. 즐겁게, 열심히 해 봐야죠. 감사합니다.

오!늘~님의 댓글

오!늘~ 작성일

'읽기'를 배웠던 1학기에서 '말하기' 배우는 2학기가 되었네요. 2학기 첫 날 고미숙쌤의 강의가 기억에 남습니다. 시각 보다는 청각을, '보기' 보다는 '듣기' 특히 소리 듣기 수련이 저에게도 많이 필요하네요. 나와 타인의 내면의 소리, 바람 소리, 나무 소리의 흐름에 온전히 내 몸이 연결된다면 말하기와 읽기도 술술되겠죠. 지난주 저도 춘향이 그네 타는 모습을 읽고, 말하며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금강지님의 댓글

금강지 댓글의 댓글 작성일

선생님이 발표하신 춘향이가 그네 타는 장면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해 주셔서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2-3주차 발표도 기대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박영주님의 댓글

박영주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발표를 들은 느낌을 말하자면 내용 전달도 잘 되었고 나름 재미도 있었어요. 이런 장르는 처음 이실텐데 감히 평을 해보자면 잘들렸어요. 연습을 많이 하신 티가 나더라구요~ 고생 많으셨어요^^ 항상 성실한 선생님 화이팅입니다~ 제 발표후기도 조금 써보자면 연습을 열심히 안했더니  버벅대서 좀 아쉬웠어요~ 정말 웃기고 싶었는데 ㅠㅠㅠㅠ

금강지님의 댓글

금강지 댓글의 댓글 작성일

미숙한 제 발표를 잘 들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 더 나아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공감님의 댓글

공감 작성일

보통 선생님께서 카톡에 올리시는 글은 이른 아침에 보내는 소식 이였습니다. 하루 일상의 루틴이 새벽부터 시작하시나 봅니다. 길을 걷다보면 주변에 시선을 빼앗길 때가 있습니다. 오직 걷기만 하는 데도 제 눈에는 범람하는 많은 것들이 보이지요. 보이는 것에 비해 제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의 시각 범람에서 소리의 바다로 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2학기동안 제 자신을 실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슴에서 내뿜는 숨소리도 들어보고, 말할 때 울리는 공명소리도 들어보고, 상대방의 말소리도 세심하게 들어봐야겠습니다.

소리를 듣는 다는 것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이제는 좀 더 살펴보려합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시구요.^^

금강지님의 댓글

금강지 댓글의 댓글 작성일

공감 선생님이 김승환선생님이신가요? 루틴을 말하시니 그럴거라 짐작합니다. 선생님의 기적이라는 표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발표하실 때마다 느끼는 건대 말을 참 잘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닮고 싶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잘견디자님의 댓글

잘견디자 작성일

솔직히고 담담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1, 2강 대부분의 수업에 참석하지 않은 지라 선생님의 후기가 큰 도움이 됩니다. 다 읽고 드는 생각은…우리가 꽤 오랜 세월 자신만의 형질을 발현시키며 살아오고 훈련 받아온지라,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강점이 다를 수 밖에 없을거라는 점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선생님은 감칠맛나는 입담 대신, 정연한 글쓰기를 잘 하시는 분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결국 이 랭귀지 스쿨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어가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되겠구나…나는 뭘 하고 싶은걸까…하고 자문해보게 됩니다. 저는 말로하는 표현보다는 글을 통해 승화하는 걸 더 바라는 사람이니…그럼 이 과제들을 제 나름의 글쓰기 방식으로 소화할 방식을 찾아야겠구나 싶어집니다. 일단 이번 학기는 스토리텔링이 뼈대이니…스토리텔링에 주안점을 두고 글로 풀어보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구나 싶습니다. 이렇듯 제게 후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금강지님의 댓글

금강지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제 후기가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지난 1학기 들뢰즈 강독시간에 선생님이 좋은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서 건강 회복하셔서 함께 수업을 듣고 싶네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