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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3주차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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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윤희 작성일22-05-17 12:23 조회27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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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당 수업을 시작한 게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끝나고 2학기의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그동안 주역 수업에서 오창희 선생님과, 김주란 선생님을 뵈었고, 니체도 『즐거운 학문』을 끝내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요즘 수업을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그냥 등록만 한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없구나 하는 것이다.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등록하기까지 결정하기가 어려웠고, 등록만 하면 뭔가 근사한 것들이 내게 채워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 매주의 과제와 분량에 대한 예·복습이 없이는 나를 변화시킬 정도의 강도로 공부 성과가 남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공부에 대해 회의가 들 무렵, 담임 선생님은 감이당에서의 공부를 세상적 과업 마냥 조급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고쳐야 할 태도라고 하신다. 그리고 잊은 듯 하지만 몸에 배여 점차 자신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다음에 다시 공부하게 될 때에는 이전에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까지 습득하게 되는 내공이 쌓이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믿어지지는 않지만 믿어보려고 일단 넘어가고는 있다.
  주역과 니체 수업의 부작용은,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던 내 삶이 어딘가 크게 잘못됐구나 하고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성공의 길을 밟아왔다고 스스로에게 말 할 수 있었다. 이대로 살면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감을 가졌었다. 그렇지만 주역의 괘와 효사를 볼 때마다 캬~하고 감탄이 저절로 난다. 주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 그 방향이 옳다는 걸 너무 알겠다. 그래서 내 생활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동기를 마구마구 생성해대기 때문에 부담이 느껴지고 피곤하다. 이번 주에 배웠던 火雷 噬嗑(화뢰 서합) 괘도 그렇다. 악인의 잘못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따끔한 형벌로 다스려야 하는 것이지(利用獄),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는 괘이다. 초범은 초범대로, 악질범은 악질범대로 다스리는 원칙이 다르다(初九, 屨校, 滅趾, 無咎 vs. 上九, 何校滅耳, 凶). 또 형을 내리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어떤 태도와 전략으로 범인을 다스려야 하는지도 디테일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여기에서의 죄인은 외부인일수도 있지만, 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나쁜 습성의 까르마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깊어지기 전에 다스리는 것이 현명하리라는 도그마를 내게 던져주는 것 같았다. 山火 賁(산화 비) 괘는 또 어떤가.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다 보면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본질적 의미에서 벗어나 과도한 형식과 잉여스러운 것들에 얽매이게 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경계하고 있다. 과거 유럽에서는 귀족들의 향락이 도를 넘어 퇴폐적 문화로 변화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순수함을 잃게 하였던가. 넘치지 않는 것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괘인 것 같아서 나에게 꼭 들어맞는 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니체는 또 어떤가. 세상을 구원하고자 길을 떠난 차라투스트라가 발견한 세상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태도가 바로 나의 태도인 것을 깨닫도록 만들었다(초보자의 어리석음). 이런 깨달음은 ‘회사 인간’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고군분투와(나의 마지막 인간, 회사 인간), 세상의 욕망을 정갈하게 빚어 놓은 자본주의적 시대상을 마구 흐트러뜨리고 싶은 분노감을 만들기도 하였다(나에게 집중하며 뚜벅 뚜벅). 
  이렇게 자극적인 수업을 따라가면서, 내가 마음의 풍요로움과 안식 정도로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했던 일이 생각 외로 너무 커져버렸다는 생각에, 역시 세상일은 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다시 깨달으면서, 맘을 내려놓고 맡겨보자는 태도로 전환하였다. 지금의 단계는 문제의식을 느끼는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수준에서 만족하자. 나중 일은 나중의 내가 감당하겠지.ㅋㅋㅋ
댓글목록

택견님의 댓글

택견 작성일

이번 수업때 한숨을 가장 많이 쉬셨던 것 같은데 그만큼 느낀게 많으셨군요...! 윤희쌤 덕분에 일요일에 배웠던 괘들이 머릿속에서 조금씩 생각이 나네용ㅎㅎ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