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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감이당 주역 5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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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호 작성일23-03-17 10:54 조회1,124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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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 감이당 주역 5주차 후기

                                                          

벌써 주역 공부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다. ‘겨우’가 아니라 ‘벌써’라는 느낌을 주는 공부를 만나는 게 참 오랜만이다. 물론 여전히 난해하고, 그래서 컴컴한 숲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느낌이지만, 괘 하나를 배울 때마다 화두 하나를 받는 것 같았다. 어리석음, 진정한 어울림, 기다리는 마음 등등. 오늘은 또 어떤 화두를 받을지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주역 수업을 맞았다.

 

 오늘 배운 괘는 풍천소축, 천택리이다. ‘풍천소축(風天小畜)’은 땅 위가 아니라 하늘에 바람이 부는 모습의 괘이다.  하늘 위에 바람이 불면 구름을 걷어가 비가 내리지 않는다. 비는 음과 양이 만나야 내린다. 풍천소축은 육사효만 ‘음’이고 나머지 효는 ‘양’이라 음이 약한 상태이다. 따라서 음으로 양의 기세를 길들여야 형통한 괘이다. 음은 유하고 부드러움을 말함이니 부드럽고 유하고 작은 기운으로 강함을 길들여야 하는 것이다. ‘양효’로 둘러싸여 있는 육사효는 위태롭고 버거운 자리이다. 하지만 주역의 다른 많은 효사가 그렇듯이 위태롭기 때문에 더 진실한 믿음을 가져야 하고 군주 구오효는 긴밀하게 육사를 도와야 한다. 이렇게 음이 주도하는 상황이지만 조심스러워야 하고, 양효 역시 협력하면서도 자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마침내 비가 오면 더는 자기 역할을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음이 나서야 할 때도 있고 역할을 다하면 물러나야 한다는 것. 주역에서는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잘 살펴야 함을 계속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번 째로 배운 천택리(天澤履). 괘상은 하늘 아래 연못이고, ‘리’는 사람이 당연히 밟아가야 하는 길을 뜻한다. 강건함을 뜻하는 건괘가 상괘에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따라서 리괘는 당연히 밟아야 하는 길을 뜻하는 것이다. 괘사는 다소 무섭다.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는 것으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밟아야 할 길을 간다면 해를 입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밟아야 할 길이란 평소의 도의, 즉 내가 서있는 자리와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나아가는 것이다. 부정, 부중인 육삼효는 양효 위에 올라 있다. 따라서 분수에 맞지 않게 날뛰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천택리는 당연히 밟아야 하는 길은 무엇인지, 내가 혹시나 밟고 있을, 또는 밟을 수밖에 없는 호랑이 꼬리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했다. 

 

 주역시간이 지나고 서경 강설 시간이 돌아왔다. 우영순, 오영자, 김상희 선생님이 발제와 낭독을 이끌어주셨다. 오늘 배운 내용은 상나라 중흥을 이끌었던 고종과 부열, 상나라 말기의 충신들, 그리고 상나라를 정벌하고 주를 세운 무왕의 창업과 수성이었다.  상나라 고종은 스스로 부덕하다 여겨 부열이란 유능한 재상에게 정치를 맡긴다.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가 연상된다는 주란샘 말씀처럼 두 사람은 사심 없이 서로를 신뢰하므로 다시 상나라가 중흥하게 된다. 하지만 고종이후 포악한 주왕대에 이르러 상나라는 망해가고 비간, 미자, 기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흥미로운 건 기자가 기자조선의 그 기자라는 사실이었다.  상나라를 정복하고 주나라를 세운 사람이 무왕이다. 주나라 역사를 기록한 주서 중에 태서, 목서는 주왕이 전쟁시 했던 연설을 기록한 것이다. 태서에는 주왕의 죄악을 열거했는데 여기에 가족을 연좌한 죄, 세습의 죄를 물은 게 몹시 놀라웠다. 무성은 창업을 끝내고 수성으로 접어들며 주왕이 한 일을 보여준다. 말을 돌려보낸 일, 제사 등의 일인데 제사를 거들러온 제후들에게 주왕이 선포한다. 선조인 선왕(후직) 공류, 태왕(고공단보), 왕계, 문왕, 그리고 자신에게 이어지며 왕업이 닦아졌다고 말한 것이다. 

 

무왕은 주왕을 치며 하늘의 뜻을 내세웠다. 하늘이 보시는 것은 백성들이 보는 것, 듣는 것은 백성들이 드는 것이므로 백성들에게 잘못이 있으면 하늘에게 죄를 지은 것이라는 것이다. 신분제가 당연하고 그에 따른 차별 또한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에 이런 인식이라니! 하늘을 경외하는 마음이 없고서야 나올 수 없는 인식일 것이다. 사실 하늘을 숭배하는 것은 그저 고대인들의 원시적 믿음이요, 천(天)사상은 그런 원시적 믿음을 이용한 단순한 정치적 수사라고 치부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경을 읽으며 단순히 그렇게 봐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늘을 경외하는 마음은 진리와 선을 추구하는 마음, 신을 찾는 마음과 일맥상통하는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사람들에게는 그런 마음이 내재되어 있는 건 아닌지. 사람에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설령 정치적 수사일지언정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내세울 리가 있을까? 치수 등의 업적만으로도, 왕이 곧 하늘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엄한 제사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무언가를 경외하는 마음을 내가 잊고 살았던 건 아닌지 되묻게 되었다.

 아직까지 서경은 내게 그리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고대인의 하늘에 대한 사유를 들여다보게 되니 점점 '읽어야 할 책'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실 서경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변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세상만물을 대하는 마음 자세가 변하는 것. 그런 게 공부가 아닐까, 요즘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댓글목록

바둑인문학자님의 댓글

바둑인문학자 작성일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셔서 이해가 쏙쏙 됩니다^^ 감사합니다.

깨트린님의 댓글

깨트린 작성일

와우~ 꼼꼼한 수업 정리 덕에 복습도 되고, 여운도 남는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세상 만물을 대하는 마음 자세가 변하는 것이 공부일 것이다."라는 말씀이 깊게 와 닿네요. 1년이 지나면 우리의 마음 자세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요?

우영순님의 댓글

우영순 작성일

와~ 새로운 강의하나를 들은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촤정님의 댓글

촤정 작성일

샘의 꼼꼼한 후기 덕분에 어제 놓쳤던 부분을 보충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구구님의 댓글

구구 작성일

샘 글을 따라가다보니 풍천소축. 택천리괘에 대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습니다.
책은 그대로인데 변해가는 연숙샘의 마음이 궁금합니당. 그러고 보니 세상은 그대로인데 제 맘도 변해가고 있는 듯 해요^^

조미경님의 댓글

조미경 작성일

우리는 5주차
봄도 한가운데로 가고요
연숙샘의후기로
주역 서경 시간이 흐르듯 복습되네요
최고 최고요

저도 호랑이굴로 들어온지
5주차
물리지 않게
즐겁게 한주 공부하다
만나요
어^^
흥^^

구구님의 댓글

구구 댓글의 댓글 작성일

물리지 말고 담주에 뵈요! 어!흥!^^ ㅎㅎ

깨트린님의 댓글

깨트린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저희가 호랑이굴에 들어온 거였군요. ㅎㅎㅎ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물리지 않도록 겸허한 마음으로 공부해야 허물이 없는거겠죠? ^^

써니홍님의 댓글

써니홍 작성일

어제 수업이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네요. 읽는 동안 따뜻함도 느껴지고 서경과 친해져가는 마음도 공감해요^^ 잘 읽었습니다.

남궁진님의 댓글

남궁진 작성일

세상만물을 대하는 마음자세가 변하는 것이 공부일 것이다 는 마무리에 공감합니다. 설레며 공부하는 것, 배운것을 정리하여 나누는 마음도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