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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서브텍스트] 보부아르의 (제2의 성) 4주차 세미나 후기_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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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주영 작성일22-10-10 20:46 조회765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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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책을 멀리하던 내가, 어디서 책 제목과 작가 이름정도는 들어봤다는 이유로 호기롭게 세미나 신청을 했었더랬다. 야무진 알라딘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고작 가로 12.5cm에 세로 20cm 세로 8인치 대물과 조우도 잠깐, 아뿔사 두께가 무려 50mm 일천쪽이 넘는 Madame 보브아르님의 대작은 그야말로 묵직한 대물 그 자체였다. 게다가 세미나 단톡방에서 누구의 말대로 "여백을 허용하지 않는 활자의 패기"까지 겸비한 대물.

어느 덧 내 색색이 형광색연필들은 298쪽까지 점령해가고 있다. (힘주어 누르지 않아도 펼쳐진다!) 색연필들은 점령을 하고 또 하지만, 내 두 눈과 머리는 도무지 내 의식과 결합하지 못한 채, 무진장 방대한 지식을 필시 일필휘지로 써 내려갔음에 틀림없는 위대한 여전사의 바쁜 호흡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도 가다 쉬고 가다 쉬기를 수십번.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이 지루한 사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헤겔의 변증법, 유물사관, 실존주의, 타자, 타성, 즉자, 스파르타와 그리스 여성,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 (무교인 나에게는 매우 생경한),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등 낯선 단어들은 이젠 익숙할 만도 하건만, 아직도 몇번이고 네이버 초록창에 찍혀야 손가락은 다음 책장을 넘기길 허용한다. 그러다보면 독서보다는 내 의식의 흐름대로 그야말로 써핑을 타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 능동적 행위가 자가발전하면서 내 의식을 자극하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있는게 틀림없나보다.

오늘은 신화를 통해 남자의 타자로 규정된 여자는 대체 어떻게 묘사되고 이해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더랬다. 인간 동종인 남자와 여자는 추측건데 무지함과 오해로 본질적임과 비본질적인 것으로 나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점점 짙어진다.  이 실존의 비극적 빗나감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아귀가 맞게 고장난 의자의 수평을 맞추듯 할 수 있을까?  의식은 텅빈 그릇과 같아서 타자를 통해서야 비로서 채워져 간다고 한다. 대화/배려/소통들이 없이 빈 그릇을 채워나가는 것 자체가 인류적 무모함이 아니었을까?  지금 이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이 용이하게 바뀌어가고 있는데, 과연 소통은 어떻게 해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나도록 잘 할 수 있단 말인가? 복잡한 세상은 남녀간의 소통에 더해서 소통해야할 관계가 너무 많다. 노인과 중년과 청년 (MZ), 사용자와 노동자, 정치인과 비정치인, 언론인과 비언론인 등등 아 너무 많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다 알아지려나 생각할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다.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는 오르막길을 오르며 흘리는 땀이 전혀 거슬리지 않고, (전례동화 주인공 이름같은) 깨봉빌딩 계단지나 내리막길 걸어 내려가며  뇌도 씻어낸 듯한 (대장검사하듯  용종도 떼내어가며) 개운함은 오래도록 곱새길 건 안다.
댓글목록

도란도란님의 댓글

도란도란 작성일

의식의 흐름이 써핑을 탄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제2의 성을 공부하다 보면 저도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질긴 음식을 끈질기게 씹어 삼키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왕 시작한 것~! 선생님들과 지칠 때 까지 물어 뜯어보려고 합니다 ㅎㅎㅎ

아르떼님의 댓글

아르떼 작성일

후기 넘 잘 읽었습니다.
낯선 단어들과 보부아르가 과연 이책에서 나오는 방대한 책들을 정말 다 읽어보고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동안 제 삶의 프레임에서 알고 있다는 짧은 지식이 이 수업을 통해 부끄럽게 다가옵니다.
남자와 여자를 이분법으로 나뉘어져 여전히 우리 일상에 젖어들어 있는건 사실인것 같습니다.
소소하게나마  이 수업을 통해 선생님들과의 소통을 통해 본질과 비본질 오해와 무지를 조금씩 타파해 가고 싶습니다..

소나기님의 댓글

소나기 작성일

주영샘  후기도 일필휘지로 쓰신것 같네요~ 감이당을 나서는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기분으로 휙~ 읽었습니다. ^^
내 의식과 접속하지 못하는 내 눈과 머리는 야속하지만 그래도 접속하고 싶은 마음은 누룰 수가 없네요...한 주 못 갔더니 머리도 마음도 무겁습니다. 담주 월요일에 뵈요~

따라쿠쿠님의 댓글

따라쿠쿠 작성일

선생님 후기 너무 재밌고 감동적입니다. ㅎㅎㅎ 신화 속에서 발견된 여자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나의 모습은 어떤가를 보게됩니다. 주체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선생님 말씀 중에 대화/배려/ 소통들 없이 의식이란  텅 빈 그릇을 채워나가는 것이 무모하지 않았나 싶고, 그러한 대화/배려/소통은 내가 타자가 아닌 주체로 설 때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서 알아가는 새로운 것들, 혼자만의 독서로 채우지 못하는 것들, 선생님들의 말씀과 또 후기에서 배워갑니다.
깨봉빌딩을 오가며 땀흘리는 개운함 같이 나눴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