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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서브텍스트] 제8차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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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따라쿠쿠 작성일22-11-16 00:38 조회35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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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라니, 맨 처음엔 이제는 지금의 시대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여성에 대한 담론은 시의성이 중요하다는 편견이 있었다. 시대에 따라 여성의 삶과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가, 제2의 성은 너무 고리타분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제2의 성을 다루는 이 세미나가 올라오자마자 끌리듯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선입견이었다. 시몬느 보부아르는 어마어마한 관찰과 통찰로 역사, 시대, 구체적인 상황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살펴보면서 여성의 삶이 얼마나 타자화되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1940년대에 쓰여졌다. 그런데 시몬느 보부아르가 보여주는 타자화된 여성의 삶은 2020년대와 별 차이가 없다는 데 놀랐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어머니' '사교생활'을 다루었는데 시몬느 보부아르의 시각과 실제 우리의 삶이 만나서 글의 내용이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를 다룬 6장은 낙태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한 고통은 오로지 여성의 몫이 되는 현실,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나'도 만났다. 출산 과정과 양육에서는 아이와 가정을 돌보느라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삶이 펼쳐진다. 

모성은 너무나 당연하게 임신과 출산 양육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그러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무한한 책임감만 느꼈다.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아이가 잘못되면 엄마인 내 탓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일하는 엄마였기에 늘 아이곁에 있지 못하고,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있었다. 다들 훌륭한 어머니인데 나는 너무 부족한 어머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몬느 보부아라는 가정 밖에서 아이들의 보살핌, 보호 교육을 확보하려는 노력 없이 가정 안에서만 그 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오로지 엄마의 몫. 어머니의 희생만으로 아이가 잘 클 수 있을까. 오히려 아이에게 불안전한 공간이 가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공감하셨던 책의 한 구절이 있었다. "정신분석학은 '정상적인' 부모가 아이에게 위험을 만들어 낸다는 중요한 진리를 밝혀냈다. 어른들이 고통받는 콤플렉스, 강박관념, 신경병은 그 뿌리는 가족의 과거에 두고 있다. 그들 자신의 갈등, 분쟁, 드라마를 가지고 있는 부모는 아이를 위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동반자이다." 이 글을 보면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 늘 화나 있으셨던 나의 어머니도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그런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었다. 그리고 또 그런 나의 모습이 아이에게 비춰지지 않을까 조심조심했었다. 

 이 글을 보면서 가정에 대한 환상을 많이 깨야하고 어머니인 내가 먼저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6장 어머니를 읽으면서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품게 되었다. 아직 그 답은 모르겠다.

일단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미나를 하면서 나는 내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철학적인 것도 잘 모르겠고, 어려운 용어들, 너무나 많은 지식들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당황하게 하고 도망가고 싶게 만들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책을 읽고, 선생님들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아 그렇구나! 하며 눈도 환해지고 귀도 잘 들리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된다. 그러면서 나의 지나온 삶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질문을 가지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예전에 안해 본 생각들 질문들을 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재밌는 일이다. 제2의 성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질문을 던지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댓글목록

배추흰나비님의 댓글

배추흰나비 작성일

혜신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어머니의 삶은 희생하느라 고단한 줄만 알았는데, 사실 모성에는 소유욕과 대리만족과 에로티시즘의 그림자가 잔뜩 어려있더군요. 에잇, 어머니라는 이름 덕분에 조금은 어른스러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에 저절로 되는건 없는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