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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들 5] 비극의 탄생 2장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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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이트 작성일16-03-13 05:44 조회3,443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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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적인 가장 그리스적인 예술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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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가 진행되면서 니체의 책을 읽는 것에 재미가 들려진 것 같습니다. ~~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뭔가 알았다는 뜻이 전혀 아니랍니다.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미로에 빠지는 것 같은 그래서 추리소설을 읽듯 추측해보기도, 왜 이런 단어를 썼고, 왜 갑자기 이런 말이 튀어나오는 것인지 찬찬이 보려했습니다. 저에게는 새로운 책 읽기의 시도였고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내 전제에 빠져 니체를 놓치는 우 역시도 여전했습니다. 이를테면 자꾸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이 모호하게 섞여있다는 전제. 사실 이 둘은 절대로 섞일 수 있는 그런 것들도 아니고 그 간격이 메워질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하나가 쑤욱 나오는 것이라는 상상을 혼자 마구 하다 보니 2장의 핵심 포인트인 화해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2장에서는 꿈과 도취라는 자연적 충동들이 그리스인들에게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니체는 문헌학자로서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꿈이라는 충동은 아폴론적 조형예술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리스 조각상이나 건축물에서 보여 지는 질서 정연함, 완벽함, 안정감들은 다 여기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디오니소스적 충동들은 어떻게 드러나는가가 참 재밌습니다. 이것은 제 상상처럼 불쑥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아폴론적 힘과 디오니소스적 힘의 화해를 통해서 나오게 됩니다. , 고대 그리스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디오니소스적 광기가 그리스의 아폴론적 힘과 마주치자 이것은 아주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성적 방종으로 점철된 디오니소스적 광란은 그리스 사회에서는 세계구원의 축제와 성화의 축일로서 의미를 갖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음욕과 잔인함이라는 마법의 술 대신 고통이 쾌락을 불러일으키고 환희가 가슴으로부터 고통에 가득 찬 소리를 자아내는 자연의 감상적 측면이 터져 나오는 거죠. 그리고 리듬과 강약, 화음을 통한 음악적 상징력이 맹렬하게 자라나는데 이것은 자기 포기라는 단계에 이를 때에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이제 예술의 정의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저는 아폴론적 힘과 디오니소스적 힘의 화해그리스적인 가장 그리스적인 예술의 탄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니체가 강조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아폴론적인 것은 걍 무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보다시피 아폴론적인 힘- 이것은 아마도 그리스인의 저력-이 있었기에 그리스적인 디오니소스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인들의 자기 긍정성은 본받을 만 한 것 같습니다. 만약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아폴론적인 힘들을 부정했더라면 전형적인 디오니소스 광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하여, 어느 하나만을 놓고 판단하려는 이분법적 발상과 고정된 틀에 가두려는 사유의 방식에서 벗어나 관계성과 상대성의 측면에서 사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낯선 것과 마주칠 때 자신을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저는 솔직히 ‘yes’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습니다과거의 나라든지 현재의 나에 주눅 들어 있는 저를 바라보면서 왜 그런것인지 고민해야할 지점이었습니다.  어쩌면 내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근차근 생각해보려 합니다. 

댓글목록

송씨님의 댓글

송씨 작성일

제가 이번주에 경험한 걸 생각해보면, 좀 짐작이 가요. 내가 여지껏 꿈 속에 살았던 걸 알았다->그래서 꿈에서 깬다->꿈은 기존에 내가 익숙하게 살아온 세계->하여 무너지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하지만 무너져야 할 것임을 알기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 꿈이 핵망하기를 바란다->그리하여 고통스럽지만 기쁘다.^^

시원한바람1님의 댓글

시원한바람1 작성일

고통이 쾌락이 불러온다는 말을 잘모르겠어요... 무슨 정신병자(?)도 아니고... ㅎㅎ... 니체가 알았던 그 디오니소스적 충동... 힘... 그것이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