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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 세미나 후기 - 경도와 위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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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재영 작성일15-12-13 22:29 조회5,190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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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미나에 나왔던 경도(longitude)와 위도(latitude) 이야기를 써보라고 하셔서 후기 아닌 후기를 남겨봅니다.
 
저도 경도 위도를 헷갈리는데...이때는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동경 132, 북위 37, 평균기온 12도 강수량은 1300'을 떠올립니다.(제가 아는 최고로 실용적인 노래입니다)

경도는 동서를 나누는 선이고 위도는 남북을 나누는 선인데요....원래부터 위도는 측정이 용이했습니다. 지구의 자전축이 북극성과 일직선이 되기 땜에 북극성과 지구의 한 지역이 이루는 각도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따라서 북극에서의 북극성을 보는 각도는 90도이고, 적도에서 북극성을 보는 각도는 0도이니 북위 90도는 북극점이요, 북위0도는 적도입니다. 남반구에서는 남십자성이 북극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태양의 남중고도를 통해서도 위도 측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모비딕에서 사분의라는 장비가 나오는데 사분의, 육분의 하는 것은 결국 위도를 측정하는 장비입니다. 사분의, 육분의 덕에 항해하는 사람들은 아주 손쉽게 북극성의 고도나 태양의 고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항해시대에 배를 타고 원양항해를 나가는 이들은 위도는 알고 있었지만 경도는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해상사고가 많이 일어나게 됩니다. 경도 문제를 풀기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도전했지만 다들 실패....
 
갈릴레오도 목성의 위성 이용해서 경도를 알아내는 방법을 연구했지만 대략 실패. 뉴턴도 고민해봤지만 포기. 경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영국 전함이 연속으로 좌초하고 2,000명 넘게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터지자 영국 정부는 1714년 경도법을 제정하고 2만파운드라는 천문학적 상금을 걸고 경도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존 해리스라는 평범한 시계공....그가 쓴 방식은 천문학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정확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 지구는 자전하고 둥근 원이니깐 출항한 항구에서 15도 정도를 더 이동하면 시차가 출항지와 현재 위치간에 1시간 정도 차이나게 됩니다.(예를 들어 영국에서 태양의 남중시간이 12시였는데 15도 동쪽으로 이동한 다음에 똑같은 시계로 남중시간을 재면 11시가 된다는 것, 즉 이동한 지점에서 11시 일때 영국은 12시라는 이야기지요) 그러니깐 이를 이용해서 시계를 두개 가지고 다니면서....즉 하나는 항상 영국의 남중시각(12시정오)만을 가르키는 시계, 하나는 현재위치 남중시각(12시정오)를 측정하는 시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시차를 측정하면 영국으로부터 동쪽으로 온 거리를 알게된다는 이치.
 
사실 이런 논리는 다들 알고 있었던 것이고 중요한 것은 시계를 정확히 만드는 것인데 배에서는 시계가 흔들리고 습기에 뒤틀리고 하니깐 사람들이 정확한 시계 만드는 것을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주로 천문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려고 했습니다......그러나 존 해리스라는 사람은 천문학을 연구하느니 시계를 연구하겠다고 몰두하여 정확한시계 즉 크로노미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로인해 경도 문제가 해결되고 해리스는 돈을 벌었다고 하죠...그리고 항해하는 이들은 나침판, 육분의, 크로노미터가지고 세계를 어디나 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경도이야기 끝.
 
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있는 교육방송 참고자료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agician_e&logNo=220523744338
 
존 해리스의 이야기가 나와있는 '경도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도 안읽어봤는데...읽어보고 싶습니다. ^^

 
진정한 후기답게 쓰려면 들뢰즈의 경도와 위도를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서...복습을 해 봤습니다.
 
실제 경도, 위도의 개념과 들뢰즈가 사용한 경도, 위도의 개념을 비교해서 생각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지난번 세미나에서 경도(longitude)와 경도(latitude)가 논의되었던 문장은 아래 문장들입니다.
 
"더 짧은 날과 더 긴 날은 엄밀하게 말하면 연장이 아니라 연장에 고유한 정도이다....우발적 형상은 합성될 수 있는 얼마간의 개체화들로 구성된 위도를 가진다"(481페이지)
 
"몸체의 경도라고 불리는 것은 특정한 관계속에서 몸체에 속하는 입자들의 집합"(486페이지)
 
"몸체의 경도라고 불기는 것은 역량의 특정한 정도에 따라, 또는 차라리 이 정도의 한계들에 따라 몸체가 취할 수 있는 변용태들이다. 경도가 특정한 관계 아래에서 외연적 부분들로 이루어져있듯이, 위도는 특정한 능력 아래에서 내포적(=강렬한)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487페이지)
 
"<에티카>의 관점에서 보면, 기관의 특성들은 경도와 그 관계들로부터 또 위도와 그 정도들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487페이지)

원래 다음번에 읽어야할 '어느 이것임의 회상' 첫부분에도 경도와 위도가 나오는데 개념 정리가 잘 되있는 것 같습니다.
 
"고른판 위에서 하나의 몸체는 오직 경도와 위도에 의해서만 규정한다. 말하자면 특정한 운동과 정지, 빠름과 느림의 관계 아래에서 몸체에 속하는 물질적 요소들의 집합(경도)과 특정한 권력, 또는 역량의 정도 아래에서 몸체가 행사할 수 있는 강렬한 변용태들의 집합(위도)에 의해......경도와 위도는 지도제작의 두 요소인 것이다"(493페이지)

이상의 문장을 뽑아놓고 위도와 경도를 개념적으로 살펴보면,
 
위도는 내적인것, 권력과 역량이 주어져 있는 한도 내에서의 '변용태의 집합', '정도'와 관련되어 보입니다.
 
반면 경도는 외적인것, 몸체에 속하는 '물질적 요소들의 집합', 특정한 관계속에서 몸체에 속하는 입자들의 집합, '운동과 정지 또는 속도'. '관계'와 관련된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스피노자의 회상 2' 처음부분에 나오는 487페이지의 '경도'가 변용태들이다라고 하는 부분이 이해가 안가서 구글에서 영문판을 다운받아 확인해 보니 487페이지의 '경도'는 '위도'(latitude)의 오역인 것 같습니다. 누가 번역자에게 알려주시면 좋을 듯합니다...(제 책만 그렇게 나와 있는게 아니라면) . 어쨋든 그 문장으로 인해 경도와 위도 개념 잡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오역인 것으로 보고 생각해보니 잘 아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왜 들뢰즈가 위도의 개념을 내적인것, 변용체, 정도, 강도와 연결시키고, 경도의 개념을 외적인 것, 관계, 운동과 정지 등과 연결시겼는지 주말에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답은 안나오지만...
 
느낌적 느낌으로 때려서 이야기 해보면 동일한 경도상 위도의 변화는 같은 시간대에서 기온이 다르고, 하루의 길이가 다릅니다. 동경 127도상에서 북극 위도90도는 극지고, 위도37도는 온대지방(한국 서울)이고, 위도0도는 인도네시아 어디쯤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위도를 주체 내부에서의 정도와 강밀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활동으로 비유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열의 변화와 정도, 강밀도의 변화는 왠지 유사성이 있어보입니다. 실제 481페이지 위도를 처음 설명하면서도 더 짧은날과 더 긴날(위도가 다른 지역)은 연장(외적인것)이 아니라 연장의 고유한 속성(내적인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경도는...동일한 위도상 경도의 변화는 시간대가 다르고, 낮과 밤이 다릅니다. 한 곳이 낮이면 경도가 다른 곳은 밤일수도 있습니다. 경도가 주어지면 시간대가 주어지고 낮과 밤의 길이가 주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위도의 변화가 느낌이 오는 반면 경도의 변화는 느낌이 덜 옵니다. 시간대의 변화와 관계, 배치, 운동의 변화가 유사성이 있다는 것인데....아무튼 위도에서는 특정한 권력과 역량이 고정되어있다고 표현되었으니 반대로 경도는 '물질적 요소들의 집합'이고, 외적인 조건들의 배치와 관계에 따라 특정한 권력과 역량이 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속도를 내서 경도를 따라 이동하면 낮과 밤의 시간대가 변하는 것도 떠오르는데...(위도를 따라 이동하면 시간대는 변하지 않습니다). 경도라는 것이 경아샘이 세미나 시간에 말한 '운동과 정지의 비율'과 상당히 가까운 것 같습니다.....다만, 운동과 정지의 비율이 의미하는 바를 잘 몰라서 이해가 어렵습니다.
 
어쨋든 제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생각해본 위도와 경도의 이야기는 여기까진데....
암튼 소기의 성과라면 487페이지 '경도'로 번역된 오역을 찾아냈다는 것...^^
 
댓글목록

JinLee님의 댓글

JinLee 작성일

역시 재영샘 글 잘쓰시네요.....오~허세마저 인정~^^  신문칼럼 쓰셔도 될거 같아요.
덕분에 흥미로운 공부했어요. 세종시에서도 꾸준히 공부하셔서 더 많은 재밌는 글 기대할께요~^^

만수님의 댓글

만수 작성일

우왕! 재영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요! 경도와 위도가 헷갈렸는데, 위도였다니...허허허허;;;
세미나 시즌 4 "마무으리"를 해주신 재영샘께 감사드립니다!!! ^ㅁ^

신재영님의 댓글

신재영 작성일

다써놓고 생각해보니 '물질적 요소'(연장?)는 동일 시간대에 동시에 두곳에서 있을 수 없으니 동일 시간대인 동일 경도상 위도의 변화는 물질 내의 관계변화이고 다른 시간대를 가지는 동일 위도상에서 경도의 변화는 물질간의 관계변화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