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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세미나]달라이라마 뇌에게 묻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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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10-04-06 21:22 조회4,7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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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자료정리해 가야할 일이 있어서 먼저 하다보니 늦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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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이 얼핏 쉽게 느껴졌던 것은 어려운 개념이 복잡하게 쏟아지는 편도 아니고 많은 사례들이 입증하고자 하는 바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뇌는 변화한다, 뇌가 곧 마음인 것은 아니다, 마음이 물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것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과학자들은 집요할 정도로 매달려 실험 사례들을 얻어내야 했다. 이것은 역으로 우리들의 문턱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했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 달려 있어’. 이 말은 어릴 때부터 들어왔고, 어른이 된 내가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준 적도 있고, 심지어는 누군가를 위로할 때도 쉽게 주고 받는 말이기도 한데, 이것을 삶에서 확인하는 것이 왜 이토록 힘든 것일까.


조토론을 하면서도 우리는 이 책에서 나온 신경학계의 오랜 믿음이 우리에게도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획화되어 있는 뇌 영역의 그림들, 뇌세포인 뉴런은 소멸할 뿐 생성되지는 않는다는 생각, 학습과 변화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등등. 다소 나이가 젊건 중년 언저리에 있건 시기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깨버리는 부분에서 매우 힘을 얻기도 했다.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라. 그러나 듣기 좋은 말을 들으며 그저 고개나 끄덕이자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말들은 허망하기까지 하다. 자신을 깨버릴 수 있었는지가 관건인 것. 그리하여 다른 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 이건 말처럼 정말 쉽지 않다.


어찌보면 과학자들의 무수한 실험은 다른 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잠재력의 단서를 조금 밝혀낸 데까지 이르렀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노고를 낮춰보겠다는 건 아니다. 덕분에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차지하고 있던 신념들을 걷어낼 수 있지 않았나. 그러나 고샘께서 이 실험들이 현재 과학 시대의 언어이자 소통, 이해 방식이라고 했을 때, 그렇구나라며 새삼 머리를 치는 면이 있었다. 실버스프링의 원숭이들을 비롯한 동물들의 뇌를 해부하고서야, 티벳 수행자들의 뇌에 전봉을 갖다대거나 빨간 색 잉크로 씌어진 ‘빨강’과 파란 색 잉크로 씌어진 ‘빨강’ 카드 읽기 실험을 해서 가시적인 그래프, 통계 수치를 얻고서야 비로소 생각을 바꿀 수 있다니. 수행자들을 만나나가며 과학자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방식이 오랫동안 마음 수행을 해 온 티벳의 수행자들에겐 어리석게 보였을 것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달라이라마는 과학이 시대의 언어이자 사유 방식이므로 불교도 이 과학과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접속을 시도했다. 덕분에 마냥 신비롭게만 느껴지던 수행을 통한 마음의 영역이 과학의 언어로 가시화될 수 있었다. 사람 뇌의 왼쪽은 긍정적인 상태에 있을 때 주로 활성화되는데, 수행할 때 수행자의 뇌는 보통사람과 달리 기기판의 바늘이 90%이상이나 왼쪽으로 기울었더라는 식으로. 뇌의 활성화되는 위치와 수치로 환원되는 언어. 그런 언어로 소통되고 이해되는 방식. ‘생각대로 T’라는 상업적 판타지는 허용되되, 수치로 환원되지 않으면 신비주의라고만 치부되어 생각의 확신은 일으킬 수가 없는 식이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강박장애는 물론 부정적이거나 고정된 자신의 회로를 벗어나지 못해 자꾸만 질곡에 부딪힐 때는 어떻게 해야하나? 측정의 도구가 복잡해지고, 진단과 처방이 난무해져도 이 질곡을 스스로 해결할 마음자리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는 말해줄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챙김명상’을 도입한 치료 프로그램은 오히려 이른바 과학적인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떠나,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기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내 마음이 무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깊게 자각할수록 타인의 문제가 곧 내 문제가 되며 마음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조의 최수경샘은 한달째 아침명상(108라 했던가?)을 한다고 했다.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래저래 심신이 고달펐던 나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2주 남짓하다 이리저리 일정에 쫓기다보니 중단되고 말았다. 의지박약의 문턱을 또 넘어서지 못했던 것이다. 이걸 넘어야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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