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그몸세미나]책을 남긴다는 것-약물학자, 이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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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달집 작성일13-06-26 17:22 조회6,780회 댓글0건본문
『천고의 명의들』 마지막 의사, 이시진을 만났다.
그는 『본초강목』을 홀로 완성한 끈질긴 의사였다.
18년이란 긴 세월동안 중원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약초를 조사하고,
10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원고를 세 번이나 다듬었다.
마침내 완성된 원고 뭉치를 들고 찾아간 곳은 왕세정이란 당대의 문장가의 집이었다.
책의 서문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왕세정은 이시진의 부탁을 수락하고도
좀체 서문을 써주지 않았다. 서문이 나오기까지 10년이 흘렀다.
드디어 출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시진은 출간을 보지 못했다.
그가 죽은 지 3년 후에 책은 출간되었다.
명나라 만력 21년인 1593년에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대 ‘본초’ 저작물에 오류가 상당히 많음을 발견하고
1552년, 서른다섯이 되던 해에 병원 문을 잠시 닫고
모든 힘을 ‘본초’를 수정하는 데 쏟았다.
『본초강목』에는 1천8백여 종의 약물과 1만1천여 가지 처방이 수록되어 있다.
그는 기존의 분류법을 무시하고 16부 60류라는 독특한 분류법을 발명했다.
약물을 수부 4류, 화부 1류, 토부 1류, 금석부 4류, 초부 10류, 곡부 4류 등으로 나눈 다음,
1천 8백여 종의 약물을 부문 별로 나누어 배치하고 여기에 1만1천여 가지 처방을
첨가했다.
그는 온갖 약초를 맛보고 자기 몸으로 독이 있는지 직접 시험했고,
정사나 야사, 민간 전설 가운데 숨겨진 이야기들을 꼼꼼히 수집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를 종합하고 분류하고 판별하는 과정을 거쳐 3백74종의 신약을 발견했다.
또한 의학 방면에서는 맥학, 의안(醫案:의사가 질병을 치료할 때 행한 진단, 치료법, 처방 약의 사용 등을 기재한 진단 기록부),
명문(命門:경혈의 이름, 제2, 3 요추 극상 돌기 사이에 있음)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처음으로 뇌를 원신지부라고 하여 뇌가 인간의 사유 기관임을 제기했다.
또 『본초강목』 안에는 4백여 종의 동물류 약이 있고, 이를 17류로 분류했다.
이시진은 동물에 대해 매우 세밀하고 깊이 있는 연구와 관찰을 거쳐 천 년 동안 지속된 오류를 바로 잡았다.
특히 『본초강목』에는 오늘날의 광물과 유사한 정석류가 단독적으로 편명을 이루고 있다.
16세기 중국 광물 지식의 전서라고 할 만하며, 최초로 서양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바로 『본초강목』의 정석류이다.
이 안에는 석유에 대한 귀중한 서술이 담겨 있고 납을 채굴하는 광부들의 직업병도 세계 최초로 기록되어 있다.
『본초강목』은 이시진의 필생의 혼을 쏟아 부은 책이다.
책이 나오는 데까지 걸린 세월만도 44년이다.
이시진은 『본초강목』과 함께 살았고, 마침내 『본초강목』을 남겼다.
책을 남긴다는 것은 또 다른 육신을 남기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 남는 육신을 남기는 것.
이시진이라는 물적 토대가 『본초강목』이라는 책으로 변한 것이다.
이시진의 삶이, 『본초강목』이 그걸 말해준다.
10년이나 걸린 왕세정의 서문 한 자락을 소개한다. 시간이 걸린 만큼 그의 지적은 적확하다.
참으로 성리(性理)의 정미함이자 격물(格物)의 통전(通典)이요,
제왕의 비록(秘錄)이자 신민(臣民)의 귀중한 보물이로다.
이시진의 마음씀씀이와 은혜를 베풂이 참으로 가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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