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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들4] 크로포트킨 1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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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씨 작성일15-10-16 19:04 조회3,025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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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들 시즌 4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총 14명의 원정대로 구성된 멤버들!


책상 펴놓고 앉아보니 연구실에서 보기드물게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들이 뙇! 계시더라구요.^^ 


비문학 읽는훈련을 하기 위해 오신 분, 에세이와 낭송이 없다고 해서 신청하신 분, 크로포트킨의 텍스트가 궁금해서 오신 분들 다양했습니다. ^---------^


그런데 저희를 놀라게 했던 것은 <만물은 서로 돕는다>가 느~무 쉬웠기때문이었습니다.(처음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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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2, 3동안 철학적으로 단단히 무장했던 스피노자의 책들과 씨름했던 스누피들에게는 휴식같은 시간이 왔음을 직감했죠.ㅎㅎ


그러나 말이 너무 쉽고 평범할 수록 개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법! 크로포트킨이 묘사하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느~무 재밌어서 넋을 빼고 보다가, 뭔 얘기를 하는 지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논리..논리를 찾아야죠!


스누피들은 원래 입발제(입으로 하는 발제)만 하는데요, 저는 첫시간이라 좀 떨려서 페이퍼를 준비해갔습니다. 오프닝멘트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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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즌 1, 2, 3을 걸쳐 스피노자를 읽었다. 스피노자 윤리학의 종착지는 정치론이었다. 우리는 신학정치론정치론을 읽으면서 당대의 정치철학자 홉스의 사상과도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홉스의 유명한 테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그의 논리는 이렇다.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서로를 약탈하고 공격하게 되어있다.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들은 자신의 주권을 최고주권자(리바이어던)에게 일임한다. 시민들이 그에게 절대 복종을 하고 그에 따라 평화와 안전을 획득하는 유토피아적 모델이다. 스피노자의 출발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개개인이 자신의 존재 즉 코나투스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상태는 험궂다. 하여 인간들은 자신의 주권(자연권의 일부)을 최고주권자에게 맡긴다. 홉스와 다른 점은 국가 성립 후에도 자연권은 유효하며, 개개인의 수지에 맞지 않을 경우 언제든 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국가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최악의 사태를 막는 하나의 장치다. 그래도 시민이 된 이상은 국가에 복종하는 편이 이롭다.’ 국가는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는 이성을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200년 뒤의 크로포트킨은 어떤가? 그는 자연상태에서의 전투적이고 이기적인 대중들의 모습은 실상과는 다른, 만들어진 신념에 불과하다고 보면서 홉스적 테제에 문제제기를 한다. 크로포트킨의 시대는 다윈주의에서 시작한 생존경쟁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어 철학, 사회학까지 확장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경쟁이 진화를 이끌어왔다는 신념은 생명은 본래 투쟁적이라는 관념을 심어주기에 이른다. 말은 실제를 만들어낸다. 다윈주의의 말이 씨앗이 되면 뾰족한 이빨과 날카로운 손톱으로 남을 해치는 것이 인간 본성이라고 믿고, 더 거칠고 교활하게 경쟁해야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연을 가장한 이 인위적인 씨앗은 1차 세계대전을 정당화시키면서 불같이 번져나갔다.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삶의 본질이 투쟁임을 부정하고 따뜻한 인간성을 복원해냈던 크로포트킨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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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시간에 토론하면서 얻은, 우리가 시즌을 마칠 때까지 고민해야 할 것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 크로포트킨은 상호부조를 학습의 차원이 아닌 본능, 무의식, 감정적 차원에서 보았다는 점

- 다윈주의자들의 상호경쟁과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가 딛고 있는 전제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일단 우리는 마이~ 다를 거라고 예측하고 있죠.

-크로포트킨의 정치론에는 대중이라는 그룹을 만들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럼 정치형태는 어떤 것이었을까?

-크로포트킨과 스피노자의 정치론은 어떤 점에서 다르고 같은가

-혹시 스피노자의 미완의 <정치론>의 민주주의편은 크로포트킨이 상상하는 모습과 통하는가?

-지성은 다름아닌 관계능력이다. 상호부조는 자연법칙이다.

  여기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간 저의 고민과 연결되는 부분이라서요.  그간 제가 궁금했었던 건 자연법칙에 대한 의아함이었어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강한 힘이 약한 것을 이긴다, 는 것은 자연법칙이죠. 그런데 우리가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는 걸 권하지 않아요.  그럼 자연법칙을 거스르며 살라는 것인가? 이 고민을 다윈도 크로포트킨도 한 거 같습니다.  다윈은 생물이 이 자연법칙대로 살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좀 아리송해한 반면,  크로포트킨은 '강한 힘'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재정의 합니다.  진짜 강한 것(최적자)은 힘이 센게 아닌 게 아닐까? 그건 함께 사는 능력이다,  라고요. 너무 온화한 방향으로 자연을 해석한 게 아니냐고요? 크로포트킨은 그것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연은 뭐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죠. 크로포트킨에겐 시대적 맥락 안에서 자연의 한 측면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는 의지가 있었 던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9주 동안 쭉~~같이 고민해봐요.^^


다음주 공지!

<만물은 서로 돕는다> 3, 4장

발제와 간식은 시성과 지흥숙샘입니다.^^

댓글목록

시원한바람1님의 댓글

시원한바람1 작성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자연상태를 사유하지 않고 비판한 측면에서 스피노자와는 다르고, 자연스러운의 공동체(사회)의 구성을 사유한 측면은 비슷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한 사람(스피노자)은 국가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 반면, 다른 한사람(크로포트킨)은 아나키스트의 대부가 되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송씨님의 댓글

송씨 댓글의 댓글 작성일

맹금류처럼 핵심을 탁! 짚어내는 선생님의 능력에 늘 감탄해요^^ 생각해볼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혜주님의 댓글

정혜주 작성일

크로포트킨이 말한 진짜 강한 것(최적자)은 힘이 센게 아닌 게 아닐까? 그건 함께 사는 능력이다. 이 말이 노자의 도덕경 내용과 크로즈업 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법칙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 하는 것이 신선합니다.
저 이번 시즌에 합류를 못한 것을 샘들의 후기를 보면서 공부 할께요. 감사합니다.

송씨님의 댓글

송씨 댓글의 댓글 작성일

혜주샘 반갑습니다~ 수요일 7시 반이 되면, 샘이 왜 안오시나 저절로 생각하게 된단말이죠.^^ 이렇게라도 계속 같이 호흡 맞춰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