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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 『모비딕』(처음-354p) 읽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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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븐세븐 작성일15-11-06 23:30 조회3,438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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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세미나에서  천사들이 선택한 ‘들뢰즈가 사랑한 소설’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

  

  2권짜리로 된 ‘열린책들’판 대신 ‘작가정신’판으로 구입했다.


모비딕 책 표지.jpg


 

   무려 718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


   그나마 두 번에 걸쳐 읽는다는 게 위안이었다.


   진짜 베개 대용으로 쓰기에 딱 좋은 책.


   발제자로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막상 『모비딕』을 집어들은 후 멜빌로부터 압도당한 건 책의 두께가 아니었다.

   

    그의 유려한 문체와 고래에 대한 해박한 지식, 꼼꼼하게 수집한 자료들이 더욱 놀라웠다.



고래의 종류.jpg


    

   그냥 눈으로 훑어가며 읽는 게 아니라 빨간 볼펜과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았던 건 멜빌이 내게 준 뭔지 모를 지적인 희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포경 보트의 구조.jpg


   

  『모비딕』은 멜빌의 고래잡이 체험담일 뿐만 아니라 고래에 대한 지적 편력기다.


     실제로 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16세에 학업을 중단한 후 점원 등을 전전하다가 22세에 포경선 아쿠시네트호의 선

원이 되어 고래잡는 현장을 지켜봤다.


   그의  생생한 체험이 결국 『모비딕』이라는 대작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다.

.

    “내가 죽을 때, 내 유언 집행인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빚쟁이들이 내 책상 속에서 귀중한 원고를 발견한

다면, 나는 명예와 영광을 포경업에 돌린다고 여기서 미리 밝혀두겠다.

   

    포경선은 나의 예일 대학이며 하버드 대학이기 때문이다."(『모비딕』.작가정신.158p)

 

     

     이 구절만큼 『모비딕』을 쓴 멜빌의 생각이 화자인 이슈메일을 통해 제대로 드러난 게 없을 듯하다.


    멜빌은 자신이 겪었던 경험담을 이슈메일의 말과 시선으로 풀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슈메일.jpg



 『모비딕』의 첫 문장.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인간을 공격하는 거대한 향유고래인 모비딕과 에이해브의 사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슈메일은 어쩌면 멜빌

의 분신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중남미의 ‘천재’  재영샘이 세미나에 새롭게 합류한 가운데 『모비딕』읽기 첫 날은 전체의 중간에 해당하는 60

장  ‘포경밧줄’까지 읽었다.


     바다에 관해 해박한  재영샘 덕분에 세미나가 더욱 풍성했다.

 

     또 충무샘은 “내 이름은 이스마엘. 앞으로 나를 그렇게 불러 주길 바란다"는 첫 문장이 가지는 문학적 의미를 설

명해줘 학인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대학 교육도 받지 않았던 멜빌의 주옥 같은 한 구절 한 구절에 끌렸다.

    

      에이하브 선장의 카리스마도 인상적이었다.


에이해브.jpg

    

   적지 않은 분량을 읽어나가는 건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멜빌의 철학적이면서도 유려한 문체에 빠져들 수 있어 행복했다.


     그래서인지 세미나 내내  학인들의 밝은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모비딕과의 사투.jpg

      

   

    다음 세미나에서 읽을 부분은 355페이지부터 끝까지.  


    에이해브 선장과 괴물 고래 모비딕의 본격적인 사투가 펼쳐진다. 


    

    * 첨부 : 허먼 멜빌의 생애와  연보

                 등장인물 등 소개

                  에이해브-고래되기 등은 '허먼 멜빌 발제 자료'를 참고하세요. ^ ^

 

 

댓글목록

만수님의 댓글

만수 작성일

<모비딕> 재밌네요!
고래 전문가가 오셔서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

김정수님의 댓글

김정수 작성일

"작은 건물은 처음에 공사를 맡은 건축가들이 완성할 수 있지만, 웅장하고 참된 건물은 최후의 마무리를 후세의 손에 맡겨두는 법이다. 신이여, 내가 아무것도 완성하지 않도록 보살펴주소서! 이 책도 전체가 초고, 아니 초고의 초고일 뿐이다. 오오, 시간과 체력과 돈과 인내를! (194쪽)"

"배는 바다의 유목민이다. 모든 경계를 무시하고 이동하라, 그러면 존재할 것이니. 흔적을 붙들고 사는 농경민과 달리 유목민은 제 흔적에서 빨리 멀어진다.
    배의 자리는 늘 멀고 먼 낯선 항구에 준비되어 있다. - 한창훈,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문학동네(1판1쇄 2014.8.14, 개정판3쇄 2014.9.1), 92~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