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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동의보감]11주차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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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지영 작성일15-09-11 13:18 조회2,4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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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丹溪는 『격치여론格致餘論』에서 정精의 폐장閉藏(거두어 저장)과 소설疏泄(소통시켜 배설)하는 기능을 주관하는 것은 각각 신腎과 간肝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두 장기에는 심心의 군화君火를 돕는 상화相火가 있어 위로 심에 속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정精은 심의 군화의 영향을 받는다.


   심의 군화君火는 ‘사물에 쉽게 감응하며 쉽게 동하는’ 특성을 가지는데 만약 군화가 동動하는 게 심해지면 상화 또한 몹시 발동하고 결국 정情을 저절로 달리게 만들게 된다. 이 지경에 이르면 교합하지 않아도 정액이 저절로 흘러서 새어나와 ‘결국 몸이 위태롭게 된다(『양성養성』).’ 이에 단계는 옛 성현의 말씀을 빌어 마음을 가다듬어 기르는데 힘쓰기를 당부했다.


  『직지直指』에서는 정이 저절로 새는 증상을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 둘 다 심장과 신장의 기氣가 허하여 정을 다스리지 못함이 원인이 된다. 소변을 따라 정액이 나오는 ‘요정尿精’이라 하고 성과 관련 된 말을 듣거나 보기만 해도 정액이 나오는 ‘누정漏精’이라 하니 정과 심의 관계가 약해지면 정액이 저절로 흐름을 알 수 있다.


  『입문入門』에서는 정精이 새는 것은 처음엔 군화가 안정되지 못 한데 원인이 있지만 오래되면 상화가 마음대로 작동하여 정액이 나와 멎지 않게 되어 심하면 밤낮으로 계속 흘러 멈추지 않는다 하니 정과 심이 끊어지면 신체가 훼손 됨이 심함을 알 수 있다.



  유정遺精과 설정泄精이 심心에 속한다는 내용에서 주목할 또 다른 부분은 ‘정액은 외물의 자극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는 다음에 나올 외물의 사기가 오장에 침범하면 꿈을 꾸면서도 정액이 샌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직지直指』에서는 꿈을 꾸면서 정액이 새는 증상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그 비유가 절묘하다.


   첫 번 째는 마치 병에 물이 가득 차면 넘치는 것과 같은 경우로 젊고 기운이 왕성한 젊은이가 홀아비로 있으면서 정욕을 억제하여 자기도 모르게 정액이 나오는 경우이다. 두 번 째는 마치 기울어진 병에서 물이 나오는 것과 같은 경우로 심기가 허한 경우나 심이 열사를 받아 양기가 수습되지 못한 경우로 정을 주재하지 못하는 경우다. 세 번 째는 마치 병에 금이 가서 물이 새는 것과 같은 경우로 오장육부가 약해 진기眞氣가 어그러져 심장이 생각을 조절하지 못하고, 신장이 정액을 잘 간직하지 못하여 정액이 흐르는 경우이다. 이는 병이 가장 중한 상태로 크게 보하는 약을 써야 한다고 한다.



   이상으로 보면 정을 주재하는 군화君火가 외물에 감응하되 삼가함과 절제함이 없는 경우 몸이 위태로워짐을 말하고 있다. 나는 외부와 감응하지 않고는 살아 갈 수 없는 존재로서 어떻게 가다듬기를 해야 하나 싶다. 이 편을 읽고 요즘 흔히 쓰이는 ‘심쿵’이란 표현이 새삼 달리 보이긴 했다. 심쿵은 심장이 쿵쾅거린다는 말인데 심장이 요동 칠만큼 어떤 대상의 특이성이 내게 치명적으로 매력적이라 놀랍고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두근두근’ 보다 한 단계 나아간 표현이랄까. 대체로 매력적인 이성이나 깜찍한 동물 혹은 특별한 풍경을 접한 감상에 주로 쓰여 그저 참신한 표현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심쿵이 사물에 감응한다는 점에서 군화와 연결되어 정精에 가 닿고, 정은 곧 ‘몸의 근본(『소문素問』)’(뼈속‧뇌수‧오장 등을 채우는 등)이 된다는 점에서 다시 보니 그 말은 곧 존재가 울린다는 표현이었다. (단순한 말을 매우 어렵게 이해한 것 같지만..심쿵을 글로 배웠어요..머 이런..일단 그냥 패스)


  그렇다면 그 대상을 좀 더 다양하게 적용해 보면? 가령, 이백과 두보의 시나 『중용中庸』‧『논어論語』같은 고전을 읽다가, 심쿵! 게다가 이런 고전들은 초반에 가까이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가까이 하려할수록 희안하게도 심장을 요동치게 하기보단 오히려 평온하게 하기 때문에 마음이 가다듬어진다는 특이함이 있다. 아무튼 마음을 가다듬는데는 읽고 쓰는 것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후기가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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