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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들] 자발적 커리 수정, <정치론>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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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씨 작성일15-09-18 14:11 조회2,650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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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들 시즌
3의 커리는 본디 단순했습니다.

온통 12주 동안 <신학정치론>일색이라, 좀 민망해서 모집 당시에 정해지지 않은 보조교재를 읽는다고만 해두었죠.

 

<신학정치론>을 읽어가다가 급!정하게 된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 1차분을 읽어보았는데, 아주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대개 그렇듯이 훌륭한 책은 알아먹기 힘들죠.^^;; 게다가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주제는 '정치'였다는 점. 그러니 <신학정치론>만 쬐끔 읽고서는 발리바르의 논의를 따라가기 힘들었죠. 하여, <신학정치론>을 계획보다 빠듯하게 읽고뛰어넘어가려던 <정치론>에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스누피들은 의도치 않았지만, <에티카>, <신학정치론>, <정치론>이라는 스피노자의 주요 저서들을 거의 다 읽어버리게 되었던 겁니다, 맞습니다. 실은 지금 자랑하고 있는 겁니다.^0^ 그런데 무엇보다도 스피노자의 책이 우리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요<에티카>를 읽다가 스피노자와 인연을 끊기로 결심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다시 그 연을 이어드리고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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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들이 걸어온 길ㅋㅋㅋ


<정치론>은 스피노자의 유작입니다. 이 책을 쓰다가 죽게 되어 미완성으로 남아있습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 1, 2부를 쓰다가 자신의 친구이자 지지하던 정치가인 비트 형제가 성난 군중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죽이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스피노자는 묻습니다. 왜 대중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찾아주려는 사람들을 죽이고, 오히려 자신들을 예속하려는 세력을 지지하고 완강하게 고집할까? 이런 질문을 갖고 그는 <에티카> 저술을 중단, <신학정치론>을 거칠게 써내려갑니다. 그는 성경으로 돌아가서 종교와 정치 그리고 철학의 문제를 고민합니다. 그후 <에티카> 3,4,5부를 마무리하고, 정치에 대한 부분은 <정치론>에서 더 심화하여 다루다가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내용을 몇장 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정치론>은 무려 2주에 걸쳐서 읽기로 했는데, 1차에는 7장까지 읽고 모였습니다. 제 발제는 1~4장까지였습니다.

 

일단 저는 '정치'라는 말만 들어도 시무룩해지는 사람이었습니다. '완전 '핵노잼'이야!'라는 본능에 가까운 생각때문에 무관심으로 일관했었죠그런데 스피노자를 공부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자유라는 문제삶이라는 문제를 고민하는데 있어서 정치를 생각하지 않으면,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사고가 치닫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국가 안에서 제도 안에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는 국가가 너무 익숙하고, 없다고는 상상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라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피노자의 시대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이 유럽에 만들어지는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국가나 정치담론이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홉스, 마키아벨리, 스피노자,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등. 그러니 국가가 왜 필요할까? 국가가 없는 상황은 어떨까?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주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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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시계방향)마키아벨리-홉스-루소-볼테르-몽테스키외. 다들 곱네요^^

 

사실 저는 국가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나에게 세금을 무지막지하게 삥 뜯는 존재(연말정산 1월 월급명세서를 보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투쟁해야할 혹은 불필요한 대상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대의 철학자들은 국가가 없었던 상태와 만들어진 상태를 모두 상상해봅니다. 홉스도 스피노자도 모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죠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 마지막 부분에서 국가에 절대 복종하라고 말합니다저런 국가관을 갖고 있던 저에게는 처음엔 거부감이 올라왔습니다. '우리의' 스피노자가 왜 이러지? <정치론>을 읽어보니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가더라구요.

 

스피노자가 정의내리는 '국가'는 제가 갖고 있는 '국가'하고는 달랐습니다. <정치론>에서 그는 인간이 본연적으로 갖고 있는 자연권부터 설명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우리가 갖고 있는 자연권은 신의 권리 즉 신의 능력()입니다. 우리의 존재는 같은 인간에 의해 삶과 죽음이 규정될 수 없는 신성한 존재들입니다그렇지만  '우리의' 스피노자씨는 인간에 대해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비관적 현실주의자(스피노자 연구가인 진태원 선생님 표현)'이십니다. <정치론>에서는 인간에게 이성적 능력이 거의 없다고 보는 관점이고(<에티카>하고는 좀 다른 관점인 것 같아요), 질투, 분노와 같은 감정에 이끌려지는 존재라고 봅니다.  국가없는 자연 상태에서는  누구든, 자기 자신의 존재를 지속시키려는 노력(코나투스)를 이성에 의해서든 감정에 의해서든 해도 상관없습니다. 여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정의와 불의, 공정과 불공정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상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기가 쉽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것을 코나투스의 관점에서 볼까요? 그리되면 이기적인 인간, 질투와 분노에 의해 조장되는 인간들은 서로를 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죠. 혼자서 자신의 자연권을 지켜내기보다, 여럿이서 힘을 합치는 것이 더 강력한 힘과 능력,권리를 갖게 만듭니다. 한 마디로 생존에 더 유리하죠. (홉스랑 다를 게 뭐냐고요? 궁금하시면, 진태원샘의 논문<신학정치론에서 홉스의 사회계약론의 수용과 변용>을 읽어보세요. 스누피들은 읽어보고 아주 명쾌해졌답니다.^^) 다 같이 잘 살자는 의미로 우리의 자연권을 한 사람 혹은 여러명으로 이루어진 '최고권력'에게 맡깁니다. 스피노자는 여기서 묻습니다. 그렇다면 국가 안에서 개인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혹시 이건 국가에 대해 복종하는 노예가 되는 게 아닐까? 국가에 이미 익숙해진 제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구요.

 

한마디로 스피노자에게 국가란, 각자가 가진 자연권(=능력, )을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 현실적 최선의 방법'입니다. 스피노자에게 완벽한 자유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절대 자유는 오직 신에게만!). 제 느낌엔 스피노자에게 자유란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해나가는 것 같아요. 자연 상태에서는 누구나 자연권을 갖고 있지만 그 권리가 줄어들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자유는 오직 이성의 지도에 따라서만 넓힐 수 있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이성의 힘을 보장해주지 않죠. 하지만 국가라는 시스템은 안 그럴 위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이성에 따르도록 만들어주죠. 따라서 국가에 대한 복종은 곧 이성에 따르려는 마음이자, 자유를 확장시키려는 마음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국가는 곧 자유다!"(아마도 <신학정치론>에서)라고 스피노자는 말합니다. 국가에 대한 복종은 곧 자유에 대한 복종이죠. 그럼 자유에 복종한다는 말은 모순이 되고요. 그래서 복종이 아니라고 증명해내기도 합니다.


이 점이 아주 중요한데, 스피노자는 정부가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주지 않거나, 그런 일에 무능력하면 언제든 계약을 파기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국가도 나름의 코나투스를 위해서 그 의무를 방기할 수는 없는 거죠. 계약으로 설명했지만, 힘들 간 균형과 밸런스를 스피노자는 아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는 결론을 세미나에 내렸습니다. 국가 그 자체는 사실 자기를 지키기 위한 장치라는 사실이 참 신선했습니다. 덧붙여서 아나키즘에도 관심이 가더라구요. 왜 크로포트킨 같은 사람은 국가가 필요없다고 선언했는지도 궁금하더라구요. 기회가 있으면 꼭 같이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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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생(養生)이라는 것과 자유라는 키워드가 서로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재(신체+정신)의 힘과 능력을 확장시키는 것이 자유라면 양생은 자유를 좀 더 일상적이고 소박하게, 신체적으로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자유가 자연법칙을 이성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라면, 그 점에서 양생도 자기 몸만 가꾸는 웰빙하고는 구별이 되겠지요. 양생도 역시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노자(老子)도 그랬고, 스피노자도 그랬듯이 이 길은 고귀하지만 참으로 드물고 협착한 길입니다.^^ 

 

특히 우리 세미나에는 중년 남성분들이 많으신데, 그분들은 정치철학쪽에 깊은 관심이 많으세요. 함께 세미나 하니 저희들도 딱딱하고 어두울 것만 같던 정치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함께 공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목록

시원한바람1님의 댓글

시원한바람1 작성일

스피노자를 재밌게 볼수 있었다니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다 덕분입니다.... 고귀하지만 드문길을 쭉 가고 싶네요... ㅎ

송씨님의 댓글

송씨 댓글의 댓글 작성일

세미나의 즐거움을 알려준 스피노자 센세^^ 스누피들 이름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같이 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