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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zen>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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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주영 작성일15-06-01 11:28 조회2,58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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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pt보다 experience.

'불교 지금, 여기'에 이어 'street zen'을 수강했다. 불교에 대해 총 16강을 들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30시간을 조금 넘게 들었고, 기간으로 따지면 4월 가량이다. 처음에 '불교 지금, 여기'를 듣게 된 건, 불교신자라고 하지만 사실 불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부끄러움과, 영어 공부를 하려는 두 가지 마음이었다. 두 강의가 끝난 지금, 난 두 가지 목적을 초과달성했음을 느낀다. 솔직히 누군가 "불교가 뭐야?" 라고 물었을 때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주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불교적인 관점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을 수행자라고 한다), 덕분에 나는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졌다. 예전보다 화와 짜증이 줄었다. 사실 street zen을 반 정도 들었을 때 까지도 나는 불교의 컨셉(대체 이것이 무언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싶었고, 그래서 저번에 쓴 후기도 읽기 자료를 중심으로 한 내용 정리였다. 하지만 강의가 끝나고 보니, 그것을 지식으로 알고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 보다(대학때까지 받았던 대부분의 교육이 그러하듯, 목적은 이것이었다) 그것을 내 삶 속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고민과 너의 괴로움

수업 커리큘럼에 보면 매주 강의 주제가 정해져 있다. 일과 돈, 가족과 친구, 습관 에너지, 사랑, 갈등 등. John이 하는 강의는 강의 주제에 관한 것이지만, 내가 느끼기에 John이 하는 강의가 전체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에서 1/2정도이다.(수강생들의 참여가 많아지면 훨씬 더 줄어들기도 한다.) 그 외의 시간에는 주제와 관련된 나의 고민(괴로움)을 이야기하고, 너의 괴로움(고민)을 듣는다. street zen에서 하는 공부는 어떤 내용을 문자적으로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 보다 일상에서 겪는 많은 어려움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끼어들기 힘든 부모님의 싸움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은퇴 후 집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방법(사회적으로 무기력해졌다는 기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이해하기 어렵고 그래서 화가 나는 일들(공원에서 꽃을 꺾는 사람,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을 밀치는 사람),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 그만둔 직장에 대한 감정 등등. 우리는 매일 매일 여러 상황과 감정을 맞딱드린다. 상황에 대한 불만이 생길 때도 있고, 감정에 대한 불만이 생길 때도 있다. 그 불만들은 고스란히 내 괴로움이 된다. 이 괴로움을 털어놓으면 다른 수강생들이 코멘트를 하기도 하고 John이 불교적인 관점으로 코멘트를 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내 마음을 다시 돌아보고, 불교적인 관점으로 보는 과정이 수행의 과정이자 괴로움을 줄이는 과정이다.


Practice, Practice, Practice. Practice everyday.

John의 코멘트를 듣고 문제가 100% 해결되거나, 그 뒤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수업을 듣다가 아주 특별한 깨우침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몸에 무언가를 느낀다거나, 깨쳤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는 등) 불교라고 하면 '깨우침'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기에 나 또한 그런 깨우침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어떻게 그 순간이 찾아오는지, 그 후엔 어떻게 되는지 등등. 수업을 들으면서 그런 드라마틱한 깨우침의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는 변화했다. 매일 내게 찾아오는 모든 상황과 내 마음 속 감정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짜증나고 화나는 상황들이 내게 일부러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를 들면 지극히 일상적인 이런 일들이다. 콩국수를 먹으려고 식당을 찾아다녔는데 3군데나 문을 닫아 결국 예상치 않았던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도 음식은 30분이 넘어 나올 때. 예전 같았으면 한 군데 문이 닫았으면 한 번 짜증을 냈을 거다. 그리고 아마 또 다른 곳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곳도 문이 닫아있다면 이번에는 화를 냈을 거다. "대체 나한테 왜 그래?!" 그러고는 화에 휩싸인채 대충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으며 이번에는 별로인 음식에 대해 또 화를 냈을 것이다. 이게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는 예전 나의 방법이었다. 지금의 나는 한 군데 식당이 문이 닫은 걸 확인하고 받아들였다. '쉬는 날이구나!' 두 번째 식당이 문을 닫은 걸 확인하고도 받아들였다. '아, 오늘 일요일이구나.' 예전같으면 '일요일인데 돈도 안 벌어? 주말은 대목 아니야?'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씩씩댔을 것이다. 지금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도 일요일에 쉴 수도 있지.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 번째 식당의 문이 닫힌 것을 보고도 '아, 역시 일요일이구나.' 하고 다른 곳을 검색했다. 그냥 오늘은 콩국수가 먹고 싶었고, 그래서 콩국수를 파는 곳을 검색했고 다행히 (감사하게도) 이 곳은 열려 있었다. 그래서 난 콩국수를 시켰다. 음식이 나오기 까지 30분이 넘게 걸렸고, 아주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안시켜서 만드는 데 오래 걸리나 보다. 정도로 넘어가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내가 먹고 싶었던 콩국수를 먹게 되었다는 데 즐거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소한! 이라고 받아들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은 이런 사소한 일들의 연속이고, 그 사소한 일들에 일일히 반응하면서 살아간다. 지하철은 내가 승강장에 내려가자 출발하고, 큰맘 먹고 택시를 타면 차가 밀린다. 일이 잘 풀릴 때는 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즐거움에 빠져 있으니까. 하지만 부정적인 상황들을 대할 때는 다르다. 마음은 화가 나고 몸은 경직되며 표정도 굳는다. 이런 에너지는 당연히 주변에도 전달된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주변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행복한 내가 부끄러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따스한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 순간 수행하고, 또 수행하려고 노력한다! 


/ 덧붙이기

영어에 관해 엄청난 부담을 안고 못들어오시는 분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나도 그게 제일 무서웠으니까... 불교 지금 여기는 읽기자료가 매주 A4로 2~4장 정도 있었다. 공부하려고 마음 먹으면 그리 오랫동안 끙끙댈 분량은 아니다. 다만, 처음 접하는 불교영어(불교 용어도 어려운데 그걸 영어로 적어놓아서 좀 더 어렵다_이럴 땐 한국에 나와 있는 불교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 매우 도움이 된다! 옆 자리 앉은 친구들이 읽는 책을 같이 읽곤 했다.)를 이해하는 게 조금 어려운 정도. 이 부분은 지혜장 선생님께 여쭤보면 한글로 설명해주신다. 기본적으론 영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질문하면 지혜장 선생님께서 한글로 설명해주시니 크게 어렵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불교 지금, 여기', street zen 수강생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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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zen 마지막 날 찍은 사진! 또 만나요:)


댓글목록

릴리님의 댓글

릴리 작성일

스트릿 젠 섭 후기를 보니 무척 반갑네요. 꾸준히 세미나가 열리긴 하는데,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나 궁금했었거든요. ^^ 따스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루를 점검하며 수행하신다는 말이 참 공감이 가네요.
앞으로도 종종 후기 부탁드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