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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세미나] 2010년 4월 30일 후기
 글쓴이 : 정다움 | 작성일 : 10-05-03 16:58
조회 : 3,422  

[마음세미나] 2010년 4월 30일 후기

 

나와 이야기하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었다던 어떤 사람이 책도 책이지만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압도당했다며, 저자가 꼭 괴물 같다는, 너무 재밌게 읽었다는 감상평을 전해주었었는데.. 나는 꼭 책에 깔려버린 것 같다. 어느 부분에선 매우 재밌게 술술 넘어가기도 했지만, 대개 1시간에 30쪽, 어느 부분에선 10쪽 정도의 고작 그런 속력으로, 따라가기 급급해하며 읽었다. 그런 중 필연적으로 다른 내용들과, 이전의 책들과, 알던 것과 연결해가는 게 수월치 못했음을 고백한다.

 

어느덧 세미나가 시작된 지 딱 두 달째.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공부했던 지난 3주 동안이, 조에서 이야기할 때 가장 조용히 있던 시간이었다. 말 못한 귀신 들렸다 싶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난 시간 고미숙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 말이 안되어도 이것저것 말하고픈 게 막 생각나고 얘기도 많이 하고 했어야 했는데.. 그래야 모두들 공부하는 이유도 보람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심지어 내가 발제한 날까지도.

이 자리를 빌어 세미나의 여러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공부하면서는 유독 책이 전하는 지식도, 책을 향한 호기심도, 이전에 했던 3권의 책들보다 마음이 덜 갔다. 그냥 마치 야구장 그물 바로 아래 앉아 말없이 묵묵히 맥주나 마시며 연장까지 가버린 경기를 관전하듯 그렇게 무미건조했고 덧없었다.

 

그건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탐구할 줄 안다는, 다른 생물들과는 다른 그 특이한 습성에 경이로움보다 회의감이 들었던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스스로를 탐구한다는 것. 그 다름이 우리의 역사를 얼마나 다르도록 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그 과정을 알아가는 것보다 앞섰던 것이다.

 

때문에 나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는 내내 길치가 되어버린 혹은 고약한 건망증에 걸린 기분이었나 보다. 이에 뭐가 낀 듯, 어딘가에 가야한다는 그 기분만이 찜찜하게 내 주위를 맴도는데,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도저히 모르겠고 암담하기만 했다. 사람이 왜 살까? 라는 생각도 사실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지난 시간 고미숙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나는 내가 참 어리석었었구나 하는 자각을 아주 다행스럽게도 할 수 있었다. 방금 이 순간까지 곰곰이 생각할수록 책의 문장들이, 내용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기분이 든다. 

 

인간이 지금의 몸을 가지게 된 과정부터 엄마손을 타야하는 아이와의 관계, 그러면서 인간에게 ‘고통’을 넘어선 애틋함, metaphysics가 발생하게 되었던 과정. 그 결과로서 오늘의 우리이며 또한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만삼천년 어치의 역사인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나무가 되고 싶어, 두더지가 되고 싶어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생 안에서는 인간의 몸이란, 유전자란 내가 버릴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다. ‘알기 위한 과정, 덜어내고 비어낸다는 것을 향한 의지가 있다는 것만이 인간의 유일한 희망’이란 나침반을 다시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다이 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에서 손유에가 “회의 다음에 오는 건 좌절일 수도 있고 더 확고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물론 변혁기 중국의 상황과 맥락을 같이 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3주간 가졌던 이 회의가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길치가 되어버린 기분에 빠졌던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 생에 내가 하고있는, 하려고 하는 ‘공부’의 의미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좌절이 아닌, 확고한 믿음을 던져준 세미나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두서없는 후기를 마칠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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