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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세미나 후기] 거의모든 것의 역사 5-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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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수미 작성일10-05-06 12:25 조회5,3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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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세미나 4.30 후기 -거의 모든 것의 역사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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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세미나를 하면서 읽은 책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처음 본 '대칭성 인류학'으로부터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내 안에 순수 증여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인류 공통의 마음이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왔다는 식의 신화적 해석은 '총균쇠'를 통해  인류의 역사가 이런 식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객관화된 상황임이 밝혀져 어이없고 불편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몸과 마음은 여지없이 환경에 굴복하고 사로잡힌 처지였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와 함께 하는 과학자들이 뇌의 가소성을 밝혀내면서 낡으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상식을 뛰어넘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도 잠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통해 지금 인간 주변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볼 수 밖에 없었다.


 


냉정하다 못해 잔인하리만큼 객관적이며 차분한 저자는 방대한 근거 자료를 들어주며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우월성이나 우주 정복의 이상을 내세우는 시도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깨닫게 해 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회의와 의심, 갈등과 타협의 단계를 지나 순응과 새로운 깨달음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재미와 고민과 놀라움이 함께 했다. 드디어 5부에서는 책을 다 읽고 밀려온 감동으로 새벽 4시까지 눈을 뜨고 멀거니 누워 있었다. 그리고 세미나 팀에 가서 마구 흥분해서 감상을 쏟아 놓았다. -그런데 내가 발제자로 걸리자 안타깝게도 그 감동이 배로 절감된 느낌이었다- 여하튼 이 흐뭇한 기분은 무엇일까. 지적 허영이나 문제 해결의 기쁨 같은 게 아닌 지긋이 밀려오는 만족감의 정체는 곰샘의 도움으로 윤곽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지구와 우주의 역사를 통해 나 자신을 너무나 알고 싶어한다는 것.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것은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다른 면을 보는 것과 같았다그것은 내가 나의 정수리와 뒷모습을 내 눈으로 정확히 볼 수는 없지만 타인을 통해, 또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짐작 할 수 있음과 같다. 인간 종의 역사 안에서만 인간을 보았을 때와 우주의 역사 속에서 인간을 보았을 때는 보이는 세계가 달랐다. 새로운 시각은 안보이던 것을 보게 해 주었다. 게다가 주변부 우리 이웃들의 -바다와 육지의 다른 생명체나 박테리아와 같은 작은 이웃까지 포함해서- 시선을 참고해서 인간을 보게 되자 평면이 아닌 입체로서의 호모 사피엔스를 보게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이 기뻤던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왜 그리도 자신을 알려고 할까. 나르시시즘이나 단순한 호기심은 아닐텐데. 나는 나를 돌이켜 보건데 지극히 주관적 대답이지만,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한 생명의 노력이 인간에게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 온 것 아닐까 생각한다. 즉 나와 주변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이 생존과 번영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생명은 기본적으로 오래 살아남고 싶어하며 그 과정에서 특정한 방식을 선택해 진화한다. 그 선택의 연속선에서 각 종은 자신의 환경에 맞는 최선의 방식을 유전해 왔을 것이다. 예를 들면 사고를 관장하는 인간의 뇌는 에너지 소모가 커서 생존에 유리하지 않은 진화인데도 그렇게 선택되었다. 언뜻 보아서 불리해 보이는 이런 방식은 그 때마다 물리적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라고 짐작해 보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고등 생물이 생명 최고의 진화라고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생명들의 현재 모습은 그 종이 시작된 이래로 주어진 영역 내에서 가장 잘 진화한 상태라는 거다. 그래서 같은 잣대로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오래 사는 것으로는 거북이나 박테리아를 따라잡을 수가 없을 만큼 그들은 최고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도 뇌의 진화 덕분에 육체의 한계를 넘어 생태계의 최정점에서 지구라는 함선을 조정하는 함장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 또한 종의 번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호모 사피엔스는 나름대로 최고의 선택을 한 것이니 참으로 훌륭하다. 다만 이것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함께 승선한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 잘 알고 바람직한 관계를 맺어야 할듯하다. 생명의 속성상 이 항해도 언젠가 멈추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잘못으로 너무 이른 시일 내에 좌초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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