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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 9주차 후기
 글쓴이 : 씨앗 | 작성일 : 21-09-30 18:36
조회 : 312  

감이당, 통즉불통 세미나 시즌 3 / 9주차 세미나 후기 / 2021. 9. 30 / 최소임

 

건강은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이번 주부터 황제내경과 더불어 3주간에 걸쳐 읽을 책은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갱년기 초기에 접어들 때였다. 나 자신이 몸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벌거벗은 기분이랄까. 당황스럽고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시원하고 후련한, 아무튼 묘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몸은 아프지 않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내 삶이 비추는 조명에서 벗어나 있는 대상이었다. 어찌 보면 그때까지 크게 아프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니 몸에 대한 나의 관점이 어떤 것인지를 인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를 중독된 사회구조라고 진단하고 이것이 만든 편견들을 피력한다. “질병은 적이다 - 중독된 사회구조는 뇌에게 피로감, 허기, 불안감을 무시하도록 가르친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무시하라고 가르친다. 육체를 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의학은 전능하다 - 우리는 의료 시스템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한 제도라고 배웠다. 몸이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의사를 찾아가도록 배웠다. 또한 의사가 우리 자신보다 우리 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배웠다.” “여성의 몸은 비정상이다 - 중독된 사회구조에서는 남성이 기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의 몸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여성들뿐 아니라 의사들까지도 월경, 폐경, 출산과 같은 정상적인 기능조차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몸은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편견이 어린 시절부터 깊게 심어진다.”(35~38)

  한 번도 의구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들이 가부장적 문화가 만든 편견에 불과했다니. 혼란스런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를 차분히 돌아보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여성으로서 여성의 몸을 부정하는 관습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검은 비닐봉지 속 생리대, 생리에 대한 부정적 반응과 심한 생리통, ‘남성처럼성공을 꿈꾸면서 몰아붙인 회사생활과 불임, 폐경의 두려움 등. 살면서 부딪혔던 많은 고민거리와 건강상의 문제들이 이런 편견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미나 원들도 그랬나보다. 책이 술술 읽혀요. 마치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런 반응들이 쏟아졌다.

  “의식이 몸을 만든다.” 책 본문의 첫 단락은 이 문장으로 시작되어 우리의 사고방식과 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먼저 이해하지 않는 한 건강을 지키려는 몸의 지혜와 본능적인 방어능력의 회복 가능성은 그만큼 멀어진다”(29)로 끝을 맺는다. 이 말은 저자가 자신을 포함해서 20년간의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도달한 결론이다. 여성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사회적 선입견을 타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저자의 간절한 외침에 화답하듯 우리는 이 선입견 때문에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특히 저자가 관계중독이라 불렀던,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려는 태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워킹맘으로 좋은 부모, 좋은 딸, 좋은 직장인이 되고자 애쓰면서 겪게 되는 고충과 고민, 그 과정에서 누군가(대부분 또 다른 여성)의 희생에 의존하게 되는 모순과 이런 구조의 대물림, 배려와 희생이 집착과 통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 등.

 

내면의 안내자는 어떻게 만날까

  자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며 우리의 눈길은 저절로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으로 쏠렸다. 그럼 중독사회가 만든 여러 가지 편견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부의 통제로부터 내면의 안내자로.” “내면의 인도자는 우리를 생명이 충만한 삶으로 이끌어준다.” “생명이 충만한 삶을 향해 나아갈 때, 그 순간 당신의 건강이 어떤 상태이든 치유가 있게 된다. 내면의 인도자는 생각, 감정, , 몸의 느낌을 통해서 전해진다.”(77)

  내면의 인도자가 이끄는 생명이 충만한 삶!! 눈이 번쩍 뜨였다. 갱년기로 몸과 마음의 혼란을 겪고 있을 즈음, 저자가 현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함께 보여주는 삶의 비전은 놀랍고도 반가웠다. 그래 이거야. 우리 안에는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강력한 힘이 있다고 하잖아. 더 이상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안의 인도자, 몸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돼. 정말 근사하고 멋진 삶이 아닌가. 그러나 오랫동안 외부의 통제에 길들여진 삶을 살다가 갑자기 내면의 안내자를 만나는 것, 몸의 메시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을 만나고 몇 년 동안 이 비전에 한껏 들떠 이런 저런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막막할 때가 많다.

  정말 내면의 안내자를 만나고 싶다, 라고 외치는 어느 세미나 원의 목소리에 담긴 기대와 간절함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몸의 증상이 전하려는 것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표현하는 방법은 뭘까? 이것이 감정에 빠지는 것과는 어떻게 다를까? 자신의 욕망과 타자와 시대의 욕망에 대한 투영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과연 생명이 충만한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 뒤에 이어지는 질문들에서 느껴지는 조급함과 답답함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의견들이 오고갔다. 내면의 안내자는 나에 대해 충고나 조언을 하는 주변사람이 아닐까. 단순히 타인의 의견을 따르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고 주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몸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내 몸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편으로 도움이 되었다. 어린 아이처럼 감정의 잉여를 남기지 않는 것이 충만한 삶이 아닌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반응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등등.

 

건강은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후기를 정리하면서 다시 책을 읽었다. 새롭게 다가오는 문장들이 보였다. 발제문과 정리문 쓰기는 책 읽기와 토론의 밀도를 높이는 신의 한 수임이 틀림없다 ㅎㅎ . “건강은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이 문장에 가슴에 확 와 닿았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어떤 관점으로 내 몸을 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어떻게 건강을 해치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그리고 건강한 삶, 생명력을 충만하게 하는 삶의 방식으로서 몸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빨리 이런 삶으로 나아가고 싶다. 하지만 건강이란 도달해야 할 목표로 정해진 무언가가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매순간 균형을 찾아가면서 구성되는 것이다. ‘과정이라는 말이다.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되어야 하며,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활동이다. 그러니 건강은 외부에 의존할 수도 없고 의존해서도 안 된다.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자 권리이다. 하지만 이것이 외부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런 태도가 전제될 때 외부의 자원이 진정한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제내경이 병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이것과 맞닿아있다. “대체로 침을 놓는 원칙은, 반드시 질병이 음에 속하는지 양에 속하는지, 어느 병이 앞에 생겼고 어느 병이 뒤에 생겼는지 및 그 상호 관계를 판별하여 병정(病情)에 따라 역치(逆治)하거나 종치(從治)하며, 동시에 표본(標本)의 관계를 재바르게 처리하여야 합니다.”(338) 병을 눈앞에 드러난 증상으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흐름과 관계 속에서 파악하라는 말이다. 병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같은 증상이지만 양에 속하기도 하고 음에 속하기도 한다. 하나의 병이 또 다른 병을 부른다. 겉에서 시작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깊숙한 곳에서 시작해 겉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래서 백발백중의 치료효과를 거두려면 표본의 경중과 완급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병이 이렇듯 건강 또한 고정된 실체가 없다. 몸의 지혜를 통해 생명력이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누구나에게 언제나 맞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실망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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