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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즉불통 시즌5] 4주차. <혈자리서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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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연 작성일21-11-26 22:22 조회3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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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6_통즉불통세미나_혈자리서당_발제_보연>

열심熱心에서 항심恒心으로

일상 속 망상대잔치

지난주 일요일부터 오늘까지 6일간 몸의 일기를 쓰면서 느낀 점이 있다. 바로 내가 망상이 많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불평, 불만, 서운함 등이다. 평상시 쉴 틈 없이 불만이 떠오른다. 일요일에는 경제적 도움을 주지 않는 시댁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월요일에는 3층에 사는 엄마가 친정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는 부분이 부러웠다. 이것은 도움 받지 못하는 내 신세에 대한 한탄으로 이어졌다. 화요일에는 망우동에 줍줍(미계약) 아파트 13세대가 나오면서 마음이 요동쳤다. 서울 집값이 몇 년 만에 10억을 넘어가면서 집 사는 것은 거의 포기했는데 30평대 아파트가 3년 전 가격인 약 6억대에 나온 것이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가(거의 대부분 내가) 모아온 돈 약 3억원과 대출을 끼면 아파트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내년에 주담대가 5%이상으로 오르고 돈을 집에 고정하는 것보다 주식으로 불리는 게 자산이 더 커진다는 주장이다. 만약 우리가 줍줍에 당첨된다면 당장 이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내년에 육아휴직 예정이므로 이자를 낼 돈이 없다. 남편은 현재 백수이다. 이것은 이제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수요일에는 줍줍의 여파로 실업급여 6개월을 다 받은 후에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떠오른다. 남편이 실업기간동안 공부한 시설관리 일자리는 주주야야비휴 등 24시간을 일하거나 주말에도 일하면서 월급은 200만원이다. 몸 상하면서 일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줄어드는데 200만원의 급여는 너무 적다. 그런 일을 할 바에 나는 돈은 적지만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좋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싫다고 한다. 목요일에는 몸의 일기를 쓰고 혈자리서당책을 읽으면서 내가 망상이 많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놀랐다.

망상과 불면

나는 잠을 잘 못자는 편이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생 때도 잠을 많이 설쳤다. 아토피와 축농증으로 몸이 간지럽고 숨이 잘 안 쉬어졌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는 잠을 잘 자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잠들기 전 오늘 누가 한 말을 곱씹거나 자책하거나 누군가를 탓하거나 미워하거나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상상을 했다. 그러다 보면 꿈을 많이 꾸고 일어났을 때 개운하지 않았다.

이런 망상은 신체적으로 칠정을 엄청 소모하게 한다. 망상의 대부분이 감정들과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과도하게 칠정을 소모하면 또 다시 심장에 불이 붙으며 불면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심장이 몸의 칠정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한데 칠정으로 심장이 요동치고 화가 망동하면 음이 점점 졸여지다 못해 고갈되어 버린다. 칠정뿐만 아니라 심을 열 받게 하는 건 다 이런 회로를 밟아간다. 그래서 몸의 차원에선 열심, 열광과 같은 것은 죽으려고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몸 안의 음액을 다 졸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몸에 진액이 마르고 혈까지 뜨거워진 상태까지 가면 심장에서 온몸으로 이상 신호를 전달한다. 그것이 바로 내 귀에 들릴 정도로 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 심계항진心榽亢進이다. <혈자리서당 p.247>

망상은 심의 문제와 관련된다. 심장이 칠정을 총괄하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화기로 인해 혈이 졸여지고 줄어든다. 혈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기가 뜨니 가슴은 답답하고 열은 나는데 온 몸 구석구석까지 도달한 혈은 부족해진다. 혈은 맥 하나하나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혈이 부족하게 되면 기혈의 조화가 깨지고 음혈이 부족해 양기를 잡아주지 못하게 되면서 감정이 요동치고 히스테리 같은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돈 많은 부자들의 갑질 행태를 생각해보면 쉽다. 하지만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 내 모습은 열심히 망상하면서 혈을 졸이는 꼴이다. 망상이 많은 내가 잠을 못 자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결국 지나친 망상은 심을 요동치게 만든다. 나는 이전 직장에서 원치 않는 기관에 발령을 받아서 3개월간 잠을 못잔 적이 있다. 그 때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자려고 누우면 원망의 마음이 너무 커서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뜬 눈으로 3개월을 지내다 보니 이러다 사람이 죽나 싶었다. 출산 후에는 자려고 누우면 내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심계항진) 한동안 잠을 못 잤다. 당시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욕심에 새벽에 아이가 밥 달라고 울기도 전에 일어나 옆에서 대기했다. 아이가 신호를 보내자마자 젖을 주려고 말이다. 그러면서 육아 스트레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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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받아서 새벽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육아를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매우 컸는데 현실은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한편으로는 내 모든 시간을 아이에게 쏟아야 한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나는 16개월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앞두고도 잠을 잘 자지 못해 한의원을 찾았고 부정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조금씩 운동을 하면서 잘 자는 날도 생겼지만 여전히 못 자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원인이 예민한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내 불면은 망상, 즉 칠정으로 인한 심의 망동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놀랐던 것은 불만이 망상인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다 되어야 한다는 망상! 이것이 내 불만의 이유였다. 나는 이것이 망상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담백하게 꾸준하게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 꾸준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사주상 목기운이 대부분일 정도로 목기가 세다. 추진력이 좋아서 단기간에 목표하는 것을 해낸다. 대신 마무리가 약하고 길게 꾸준히 하는 것은 거리가 멀다. 내 인생은 벼락치기의 역사다. 시험공부 하루 전에 벼락치기, 개학전날 밀린 숙제 벼락치기, 대학수시 마감 날에 원서 내기, 장학생 선발 마감 날에 응모하기, 두 달 만에 결혼 준비하기, 한 달 동안 벼락치기로 이직하기 등등.. 그런데 벼락치기하면서 운이 많이 따랐다. 그래서 더욱 담백하고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 무언가에 꽂히면 열심으로 확 밀어붙이고 그것의 한계점에 오면 그만둔다.

그러나 직장과 결혼생활, 대인관계 등은 내 기운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나의 목화지기를 강하게 쓴 들 상대와 협력하지 않는다면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는 상대,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원망의 마음이 발동한다. 이 오만함 또는 무지는 무엇인가. 사람과 환경과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를 내 맘대로 조정하겠다는 것인가?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상대를, 환경을 원망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나만 잠을 못 잘 뿐...

한번 나쁜 마음을 먹으면 신과 기혈이 흩어지고 온갖 병이 다투어 생긴다고 하니, 한 번의 히스테리가 기와 신을 흩뜨리고 얼마나 많은 피를 졸일 것인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피를 말리는 내 마음의 행로를 바꾸어야 한다. 끓어 넘치는 신령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바꾸어야 한다. 동의보감에는 마음속에 있는 의심과 불평, 차별심을 다 없애고 평소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을 깨달으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성정이 화평하게 된다고 한다. <혈자리서당 p234>

한 번의 나쁜 마음에도 기혈이 흩어지고 온갖 병이 다투어 생긴다고 한다. 내가 잠을 못 잘수 밖에 없던 것은 당연하다. 칠정으로 많은 피를 졸이며 원망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 마음의 행로를 바꾸는 것, 이것이 내 수행의 과제일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일상은 지루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열심히 살지 말 것! 일상을 담백하고 꾸준하게 사랑해볼 것! 내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잠을 잘 자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일상에서 화가 망동하더라도 빨리 감정을 풀어버릴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불면이 오랜 고민이었는데 그것이 심장의 문제이며 결국 감정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목요일 밤에 잠들 때는 불만 대신 오늘 감사한 일을 떠올리며 잤다. 앞으로도 매일 밤마다 망상 대신 감사거리를 찾아볼 생각이다. 내 일상을 조금씩 조정해가는 것, 그것이 심장의 열기를 식히고 쾌면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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