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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5 통즉불통 몸의일기 발제
 글쓴이 : 한권 | 작성일 : 21-12-05 16:33
조회 : 157  

몸의일기(5~6장) 발제문입니다.

용량문제로 파일첨부가 안되어 하단에 붙여넣기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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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담 대체 누가 내 병의 전문가일까?




  37세에서 64세까지의 기록. 어느덧 일기의 저자는 청년을 지나 중년이 되었다. 중년의 몸으로 진입하며 그는 다양한 신체변화를 마주하지만 이 시기의 일기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며 주요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는 ‘불안’이다. 사실 저자는 늘 불안했다. 몸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어린시절 겪었던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면서 부터였다. 자기몸에 대한 끈질긴 기록은 거듭되는 불안을 극복(혹은 스스로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동기에서 부터 중년이 되도록 자신의 몸을 관찰하며 기록했음에도 그는 자신의 불안을 제어하지 못한다. 오히려 노화에 따른 다양하고도 새로운 신체병리적 증상들을 겪으며 그의 불안증 역시 보다 증폭되며 더더욱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묘사된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불안이 고조되는 때는 갑작스러운 징후를 만나고 의사로부터 진단을 받기 전까지의 시간인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병명을 얻기 전’까지 그는 불안하다. 이명증상을 겪으며 느낀 불안과 의사의 진단 후 느끼는 안도감에 대한 대조적인 심리묘사가 인상적이다.


  소리는 바로 거기 있었다. 내 머릿속, 두 귀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공포. 2~3초간의 미친 상상력! 만일 그게 영원히 계속된다면? 그 소리를 중단시키지도 조절시키지도 못한 채 평생 듣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건 공포 그 자체였다. p276


  마찬가지로 이명증상에도 뇌가 곧 적응할 테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 현재 선생님을 가장 괴롭히는 건 충격이에요. 새롭게 나타난 이명 증상 그리고 그게 영원히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겁이 나는 거죠. 하지만 그런 충격의 상태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러고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해서도 얘길 더 해줬는데, 그건 바로 환자들이 당장은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들에 대해 곧 익숙해 질 거라고 설득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예를 들어준 애착과 상처의 사례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또 괴상하던지, 그에 비하면 내 이명은 반려동물처럼 사랑스러워질 지경이었다. p279


  중년의 그는 정말 다양한 병증과 몸의 변화들을 수시로 만난다. 티눈, 대상포진, 비출혈, 불안발작, 접촉성피부염, 혈관종, 노안...그는 이상증세를 느낄 때마다 바로 의사를 찾는다. 그도 그럴 것이 건강염려증으로인한 확대해석을 멈추기 위해 증상에 대한 정의를 빠르게 찾는편이 그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의 증상들은 대부분 간단하게 진단된다. 저자는 자신이 얻은 혹은 획득한 병명들을 이렇게 나열하고 묘사한다.


  내 이명, 내 신트림, 내 불안증, 내 비출혈, 내 불면증…… 결국 이것들이 내 자산인 셈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 P281


   이 문장에서 재미있는 지점은 병증을 통해 자신의 몸을 수많은 타자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감각이다. 병을 공유하며 얻는 소속감, 그리고 안도감. 사실 우리는 이 안도를 얻기 위해 끈질기게 병명을 알고 싶은지도 모른다. 어떠한 질환으로 정의가 되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로부터 형성된 데이터를 통해 그 병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일종의 매뉴얼들을 확보할 수 있게된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적어도 시도해볼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과 함께 병증에 대한 자기해석과 자기루틴을 만들어가는 등의 적응을 할 수 있다.


  불면증은 정말 끔찍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덕에 아주 오래된 나만의 즐거움, 즉 깼다가 다시 잠드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매번 잠에서 깨는 건 다시 잠들 거라는 약속이다. 난 두 잠 사이를 떠다닌다.p275


  또한 이 병을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또 다른 안도감을 느낀다.


  우리의 병이라는 게,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도 자기 혼자서만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웃기는 얘기들'같다. 이명에 관해 얘기 하면 할수록,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p281


  여럿이 앓는 수두는 놀이지만 혼자서 앓으면 형벌인데. p309


  우리처럼 소심한 보통 사람들이 자기 능력으론 조금도 제어할 수 없는 기계들(비행기, 기차, 배, 자동차, 승강기, 롤러코스터)을 어떻게 맘 편하게 믿고 생명을 맡길 수 있는건지! 사용자의 수가 워낙 많다는 사실이 우리의 걱정을 가라앉히는 건 아닐까? 

(마지막 인용문에서는 ‘기계’를 ‘병증' 혹은 ‘의학적치료'로 치환하여 해석해보았다.)


  하지만 갑작스런 이상징후를 직면할 때, 병명을 알기 전까지 우리는 무한한 상상 혹은 망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럼에도 그 증상이 어떠한 질환으로도 분류되지 못한다면? 그다지 통증이 수반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그 증상에 대한 인과를 알아내거나 의미를 부여하고자 부단히 노력 할 것이다. 


  이틀 전부터 그레구아르가 아주 열중한 표정으로 자기 귀를 만지작거린다. … 실비는 이염의 초기일 거라 진단하고는, 빨리 소아과에 데려가야 한다고 안달이다. …  그러나 그럴듯한 해답을 찾지 못해, 우리는 일부러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탐구 정신을 갖고 우리 자신의 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  그러더니 갑자기 실비가 소릴 질렀다! 유레카! 알았어요! …  이게 바로 그레구아르가 발견한거에요! 음악이요! 귀가 타악기가 된 거에요! p304-305


  그러나 이러한 시도 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의 이상증세와 통증들이 내 몸에서 지속되고 반복된다면? 그럼에도 어떤 진단도 명확하지 못한다면? 이 이상한 몸을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겪고 있다는 불안, 고립, 원망, 절망. 이러한 심리에 압도되는 정신적 질환이 따라올 것이다. 


  예견한 대로 불안 발작이 일어났다. … 불안은 순전히 신경의 특별한 상태로, 즉각적인 신체적 증상을 보인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가빠지고, 신경이 예민해지고, 주의력이 결핍되고(아침식사를 준비하다 그릇을 깼다), 분노가 폭발하여 처음 걸려드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뱉어내지 못한 욕설이 피를 더럽힌다. 아무런 욕구도 없고 생각은 매순간 끊긴다. … 난 속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내가 나인 것에 대해 지구 전체를 원망한다. 불안은 존재론적인 병이다. 너 무슨 문제 있는 거야? 아무 문제도 없어! 아니, 전부 다 문제로군! 난 이 세상에 혼자거든! p238-239


  사실 신체질환과 불안은 상호발생하는 요인인 것 같다. 누구도 아무런 신체증상 없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익숙치 않은 이상증세는 불안을 야기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반복되며 또 다양한 유형으로 변이되고 확장된다면 그것을 ‘신체화장애’로 다룬다고 한다. 


왠지 이 쯤에서 티조의 이야기가 나오면 재밌을것 같아서 그의 이야기를 패러디 해보았다.


<텔레비젼이 된 사람>


  퇴근 후엔 늘 텔레비젼 시청을 낙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한 성실한 이웃이 있었어. 그는 어느날 갑자기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며 쓰러졌다지. 살면서 쓰러지는 경험은 처음이었던 그가 의식을 차리고 느낀건 뭔가 신비로운 감각 정도였대.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 왼쪽 귀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거야. 처음에 그 소리는 조금 성가실 정도였어. 부산스런 거리로 나가면 들렸던 사실도 기억이 나지 않는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 고요한 밤, 자려고 누울때마다 그 소리가 탁 하고 켜졌어. 모닥불 소리 같기고 하고 주파수 소리 같기도 하고.. 마치 여느때 처럼 쇼파에 누워 드라마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자정이 되어 공영방송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오고 이내 지지직 하며 방송수신이 끊기며 나는 소리를 잠결에 들었을 때. 딱 그 정도의 아련한 소음.. 그 작은 소리가 왼쪽 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어. 그는 대수롭지 않게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지. 그러나 의사는 이명은 아닐거라더군. 또 ‘당신의 청력은 무척 정상적’이라고 했어. 그는 의아하면서도 왠지 다행스런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지. 그러나 이윽고 그 소리의 볼륨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오른쪽에서도 들려오더라는거야. 같은 이비인후과, 또 다른 이비인후과에서도 모두 ‘정상소견’이라는 진단을 받았어. 다시 어지럽기 시작했어. 머리 전체가 스피커가 된 느낌으로 웅웅 거렸어. 소리는 놀랍게도 눈으로, 목으로, 입안으로, 피부로, 손발로, 몸속 장기들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어. 오늘은 채널이 눈에서 켜지고 내일은 또 뱃속에서 켜지는 식으로. 지지직하는 수신 끊긴 소리가 그의 몸 이곳저곳을 흘러다녔어. 그 느낌은 소리처럼 주로 따끔따끔했다지. 그는 시간을 내어 몇 달간 권위있는 대학병원으로 가서 온 몸 구석구석을 정밀검사 했어. 그는 꽤나 점잖은 사람이어서 몸 곳곳에 수신이 끊긴 채널이 켜진다는 얘긴 하지 않았대. 검사결과는 다시 모두 정상이었어. 의사들은 꼭 공무원들처럼 ‘여기가 아닌 저기로 가보세요’ 라며 그의 질환을 다른 과로 안내했다더군. 피로가 잔뜩 쌓인 그는 집으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했어. 내가 텔레비젼이라도 된건가.. 이왕에 텔레비젼이 되었다면 그는 자기 몸 안에서 다른 사람들 목소리도 듣고 음악도 듣고 세계테마기행같은 여행 프로도 보고 싶었어. 그렇지만 온통 수신이 끊겨버린 흑백의 따끔따끔한 채널만 켜지더라고 했대. 어느날 그는 텔레비젼의 플러그를 조용히 뽑았어.


  급하게 지어낸 이야기라 티조 이야기의 유머를 놓치게 되어 아쉽다. 아무튼 맥락안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서, ‘그렇담 대체 누가 내 병의 전문가일까?’ 이다. 


  각각의 몸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개별적이어서 의학적 진단으로도 명쾌하게 정의내릴수 없는 몸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분류되지 못하고 정의되지 못한, 그래서 소외되었다고 여겨지는 몸들이 있다. 이러한 몸들은 누가 다뤄줄 수 있을까? 사실은 결국 모든 몸이 고유하기에 누구든 병명없는 병증을 앓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분류하고 정의내리느라, 그래서 몸들을 소외시키는 의사들이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 몸과 내 병에 대한 ‘전문가’라는 어떤 절대적 존재 자체를 설정할 필요 또한 없지 않을까? 그러면 의사의 진단에 대한 의존과 병명의 유무에 따른 헛된 희망 내지는 괜한 절망감 따위에도 의연할 수 있지 않을까..? 


  일기의 저자는 이명을 앓기 시작한 어느날 이렇게 기록했다. 그리고 이 글은 아래 일기의 마지막 문장에 대한 질문이다.


  의학 도서관에 가서 샅샅이 뒤져보는 짓 같은 건 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명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보는 짓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내 병의 전문가라 자처하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다. p278


  자기 몸을 낱낱이 관찰하고 해석하고 기록하며, 또 보통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비강의 용종도 용감히 제거하는 결정을 강행할? 정도로 자기 신체에 대해 주체적이었던 그였는데, 이번 이명증세는 그에게 몹시 큰 불안과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고 짐작해본다. 어쩌면 우리가 각별한 사이였다면 나는 그의 손을 잡고 함께 도서관에 가서 관련한 내용들을 찾아보며 함께 읽었을 것 같다. 당신의 불안과 통증에 대해서 계속해서 탐구하고 함께 대화했을것 같다. 그레구아르의 이염을 걱정하면서 온 가족이 자신의 귀를 탐구했던 것 처럼. 그럼에도 어떤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가 계속해서 겪고있는 그 ‘참을수 없는 존재의 불안감’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챕터를 읽으면서 병명이 주는 안도감과 병명없음으로 인한 고립과 절망, 그리고 그 사이의 끊임없는 불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또한 (의학적으로)정의되기 어려운 몸과 증상들에 대해 어떤 태도로 바라볼 수 있을지 대한 질문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불안과 신체화장애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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