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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고통은 나눌수 있는가]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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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성나무 작성일21-07-31 05:57 조회4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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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윤리학


1. 우리가 만난 동행의 언어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3부 '고통의 윤리학'에서 고통의 당사자와 곁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사회적 규범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로 고통의 절대성에 함몰되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언어의 도움 닫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도움 닫기에 해당하는 언어를 해상도가 높고 교양이 쌓인 동행의 언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저는 과거 외국 생활을  15년 정도 했습니다.   외국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고 하여 저의 모든 계획이 수정되었습니다.  환경과  몸의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홀로 사막에 내던져진 기분이었습니다.  주변에 친구도 없고 당시는 인터넷도 대중화 되지 않은 상황이라 정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현지의 공립 도서관을 찾아 갔습니다. 해외 도서 칸에 한국어 책이 있었습니다.  많지 않은 한국어 책이 주제와 상관없이 제목의 가나다 순으로 분류되어있었습니다. 굶주림에 지친 소년이 눈 앞의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듯이 글자를 읽어 댔습니다.  통쾌해지는 소설 속에서는 명랑 만화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스님의  오두막 산 중 생활의 글은 나의 고독과 절제가 위로 받았습니다.  외국에서 한국인 2세로 살면서 한국을 처음 경험한 이방인 이야기, 정치적인 이유로 외국에 망명하여 그 나라의 택시 운전사가 된 가장의 이야기, 남편과 아들을 한 달 사이에 모두 잃고 마음 둘 곳을 모르는 어머니의 글도 있었고  자랑 아닌 자랑인 자서전도 있었고 조선 역사를 외로운 임금의 관점에서 다수 기득권 유림과  고군분투하는 역사관으로 쓴 글도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선 한마디의 위로도 느끼지 못했던 그때 유일하게 내게 정서적 곁이 되어주었던 글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저는 저를 위로해 줄 말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시절 제 곁에 있어 준 글에게 빚지고 있는 기분입니다. 제 곁에 오래 있어 준 글은  저자 표현대로 해상도가 높고 교양이 쌓인 글이었고 제가 고통에 함몰되어 제 주변까지 파괴하는 것을 막아 주었습니다.  게다가 그 글은 더 강도 높은 수준의 책을 권해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여러분이 고통의 한가운데 있을 때 곁에 있어 준 해상도가 높고 교양이 쌓인 글은 어떤 것 이었는지 추천하시고 싶은 책을 나누고 싶습니다.


2. 우리가 쓰는 동행의 언어

글쓰기는 고통의 당사자가 고통의 절대성에 절규하는 당사자의 자리에만 머무르며 외로움 때문에 세계를 파괴하는 것에서 벗어나게 했다. (P234 하단)  글쓰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도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본적 조건인 복수성(한나 아렌트)을 짓는 '구축의 도구' 이다.  글쓰기를 통해 사람은 자기 자신과 동행할 수 있다.(P238 중간) 라는 부분에서 저의 호기심이 왕성해 집니다. 세상을 보호하는 금기들을 지키며 세상을 보좌하는 글쓰기(P278 중간)라니 오로지 자기를 해명하는 데  집중한 바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P279)이라는 역설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 경지가 실로 궁금합니다. 저자는 왜 해상도 높고 교양이 쌓인 글 읽기를 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보다 더 어려운 글쓰기까지도 제안했을까요?  저는 현재 삼차신경통을 앓고 있습니다. 여생을 삐뚤어지게 살기에 딱 좋은 핑계 거리 입니다. 저자의 말 처럼 고통 자체는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이 고통과 사는 저의 모습에서 이야기가 생겨나겠죠. 만약 제가 제 고통에 대한 글을 쓴다면 저의 어떤 것이 거울이 되어 저를 돌아보게 할지 의문입니다.  저자는 저 같이 호기심에 낚인 사람들에게 그 경지로 가는 지도를 살짝 보여줍니다. 고통에 대한 접근에서 고통의 본질을 보여주는 장면에 대한 예리한 포착보다 그 지층에 대한 신중한 읽기와 쓰기가 더 필요하다는 조언(P282 하단) 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고통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거부합니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그 고통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만드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 적어도 고통에 대하여 조금은 쓸모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복불복처럼 닥친 이 고통이 조금은 덜 억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280에서 저자는 감사의 말과 참고문헌을 대신하여 여러 책을 추천합니다. 저는 하나도 읽어보지 못한 책입니다. (뻔뻔^^)  

아래의 책들 중에서  읽어 보신 책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통으로 인한 자기 성찰의 도구로서 글쓰기를 경험하신 분들의 이야기도 나누고 싶습니다.


(1) [한낮의 우울] 앤드류 솔로몬 Andrew Solomon, 민승남 옮김, 민음사, 2004

(2) [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Arthur Frank, 2017

(3)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김은실 외 7명, 휴머니스트, 2018-1장 성폭력 이후의 새로운 문제. 피해자화를 넘어

(4) [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스캇 스토셀 Scott Stossel, 2015

(5) [ 요통 탐험가] 다카노 히에유키, 2012

(6)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 이현경 옮김, 돌베게, 2007

(7) [고통에 반대하며] 프리모 레비, 채세진 심하은 옮김, 북인더갭, 2016

(8) [죄와 속죄의 저편] 장 아메리, 안미현 옮김, 길, 2012

(9)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 조르조 아감벤 Giorgio Agamben 정문영 옮김, 새물결, 2012

(10) [개인의 발견]  리하르트 반 뒬멘, 2005

(11) [드러내지 않기] 피에르 자위 Pierre Zaoui,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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