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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주역 세미나]시즌3-1 후기. 택뢰수 THE SUI HEX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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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뇽 작성일21-09-05 13:43 조회82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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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3

 

영어주역의 세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연일 코로나 확진자가 네 자릿 수를 기록하는 관계로

오프 모임을 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지난 시즌에 이어 낯익은 얼굴들과 함께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이번 영어주역 금요반은 인원수가 많이 줄었어요. ㅠㅠ

하지만 꾸준히 신청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외국어로 공부하는 세미나라 살짝 어렵고 까다로운 면이 없진 않지만, 

항심으로 묵묵히 걸어가며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혹시나 망설임에 신청하지 않으셨다면, 중간에 합류하셔도 좋아요!

여의치 않다면 다음 시즌에서 꼭 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영어 주역은 언제든 참여 가능한 열린 모임을 지향한답니다. 

한 차시에 한 괘를 공부하고 끝내니까, 부담없이 들어오실 수 있는게 제일 큰 장점!

 

오늘 배우는 괘는 앞으로의 공부에 많은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괘입니다. 

뭐, 공부하는 학인의 자세와 주역이 연관되지 않는 게 어딨겠나 싶습니다만.ㅎㅎ

유달리 재밌는 부분들이 눈에 많이 들어와 공부하면서 눈이 번쩍번쩍 뜨였던 괘였어요. 

 

오늘 공부한 택뢰수 괘를 같이 봅시다. 

 

열 일곱 번째 괘, 택뢰수(THE SUI HEXAGRAM)

 

1. 초구효: one changing the object of his pursuit

택뢰수의 시작은 '관유투', 스스로의 목적지를 바꾸는 것입니다. 

한자에서는 '관官'에 변경이 있다는 뜻으로 사회적 책임감, 관계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데, 영어 번역은 좀 단순한 감이 없지 않네요. 

그렇지만 주석에서 his public spirit을 보여준다고 내용을 보충해서 설명해주셨어요. 

초구효는 내괘의 주효lord of the lower trigram이지만 제일 아래에 있고 가장 어린 효이기 때문에 제약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리가 정正하고 양강한 본연의 힘 덕분에, 문 밖으로 나아가going beyond his gate, 동료들associates을 만나게 되고 공merit을 세웁니다. 

 

2. 육이효: one who cleaves to the little boy

가장 흥미로웠던 효가 바로 육이효와 육삼효였어요. 

계소자, 소자에게 얽매인다는 말을 cleave라는 동사로 표현했네요. 

실장부. 여기서 장부는 the man of age and experience입니다. 

소자를 붙들어매고, 장부를 버린다! 

삼효에서는 이 붙들고 버리는 대상이 정반대가 되죠. 


3. 육삼효: one who cleaves to the man of age and experience

계장부, 실소자. 장부를 붙들어매고, 소자를 버립니다lets go.

평소 택뢰수 괘를 공부하면서, '육이효가 부정적이니까 그 반대인 육삼효는 긍정적인 의미겠지? 왜냐하면 소자를 버리고 장부를 붙들었으니까!'라고 생각했어요. 

엇, 근데 주석에서는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육이효의 상황과 반대reverse라고 해서 그게 좋은 것은 아니다, 

육삼효 또한 일종의 경고caution와 같다고 말해요. 

 

헐~ 왜일까요?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계cleave입니다. 

cleave는 feeling에 의존해서 대상에 달라붙고 고수하는 태도를 말해요. 

뭐랄까, 객관적인 느낌은 아니고 사심이 좀 더 강하죠. 

 

육삼효의 뒷문장, 수유구득에서 adhere to가 나옵니다. 

이 adhere 또한 지지하다, (들러)붙다라는 뜻인데

cleave와는 달리 belief 혹은 social opinion을 공적으로 지지하는 태도입니다. 

약간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요? 

 

영어주역으로 공부해보니까 그동안 소자냐, 장부냐에 집중했던 것이

바로 이 '계係'와 '수隨' 용법의 차이가 무엇일까로 포인트가 옮겨지더라고요. 

왜 하필 수괘에서 계가 나올까? 상육효에서도 구'계'지가 나오니까요. 

따르다follow라고 하는 테마를 지닌 이 수 괘에서

'따라감'의 여러 면모를 다양하게 변용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자를 계하든 장부를 계하든, 긍정적이지가 않아요. 

계 자체가 올바른 따라감이 아니거든요. 

오옷,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어요. 

 

영어주역을 공부할 때는 영어사전을 적극 활용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똑같이 '들러붙다'라는 한글 뜻으로 풀이되는 다른 영단어의 뉘앙스를 알 수가 없거든요. 

분명 레게 선생께서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번역을 하셨을 테니까, 

좀 더 디테일하게 살펴본다면 분명 예상치 못한 글자에서 새로운 앎의 재미가 솟아나온답니다. 

 

요게요게~ 영어주역의 묘미죠. ㅎㅎ

 

4. 구사효: make the evident

구사효도 할 말이 참 많지만, 제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명以明을 풀이한 부분이었어요. 

이번 시즌의 영어주역에서는 단전/상전도 같이 읽거든요. 

책의 편집이 요상해서 각 괘에 해당하는 단전/상전을 Appendix에서 찾기가 좀 어렵지만~ 그래도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어요. 눈에 뽜악 힘을 주고 열나게 해석하면서 찾으면 돼요!

구사효의 소상전에서 어떻게 풀이해놨냐면, '그의 길에 신실하다'는 '유부재도'가 구사의 총명함his intelligence을 보여주는 거라고 했거든요. 

 

따르는 괘인 수 괘에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을 따를 것인가?"가 아니겠어요?

그냥 안주하고 있는 태만한 자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고 레게 선생이 주석에서 분명히 말씀하시거든요. 

그럼 수 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따라야 할 길, 혹은 사람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지성intelligence일 거예요. 

예전에는 '그렇고만~'하면서 외웠던 '유부재도, 이명하구'가 엄청 가슴깊이 찌르르 와닿더라고요. 

 

분명 한자로도 다 한 번씩 건드려본건데, 또 다른 언어로 공부하면 포착되는 게 또 달라져요. 이것 또한 영어주역 공부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5. 구오효: sincere in that is excellent

부우가, 길. 구오효는 아름다운 것을 따르는 신실함이 있고, 그래서 길합니다. 

요 구오효도 참 궁금증을 유발하는 효였어요. 왜 갑자기 부孚가 나올까? 

밑에서부터 계cleave와 수adhere, 그리고 따르다follow라고 하는 여러 동사가 제시된 후에 구오효의 신실함sincere을 읽어보니 뭔가 연결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무엇을 따를 것인지 명징하게 지성으로 판별하고 난 뒤에는, 그 아름다운 길을 믿음으로 신실하게 따르는 자세가 필요할 테지요. 그래서 구오효의 믿음은 길한 것이 아닐까요? 

 

결국 따른다고 하는 것은 총체적인 프로세스인 셈이에요. 

무엇을 따를 것인지 아는 정확한 지성이 우선 필요하죠. 그 명징함으로 아마 어떤 미의식이 생겨날 겁니다. 무엇이 아름답고 추한 것인가? 그리고 내가 따라야할 길을 오직 신실하게 걸어가는 것. 이 복잡다단한 스텝을 포괄하는 것이 수 괘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왜 하필 아름다움嘉이 오효에서 튀어나오는지도 알 것 같고요. 

다른 말인데, 도스토예프스키도 이 아름다움을 강조한 작가 중에 하나죠.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세상을 구원할 아름다움은 사랑과 공감이었어요. 이 아름다움을 갖추고 이 길을 따르고자 수난을 겪는 인물들이 그의 소설 속에 늘 제시됩니다. 

 

호홍, 수 괘를 쓰다보니 도스토예프스키가 튀어나오네요! ㅎㅎ

이리저리 리좀처럼 퍼져나가는 주역입니다.

 

6. 상육효: his offerings on the western mountain

여기서도 cleave와 adhere의 변주격인 단어들이 많이 나와요. 

held(hold), clung(cling), bound(bind) fast. 모두 하나같이 꽉 붙들고 묶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상육효의 모습은 the ideal of 'following'이예요. 

수 괘가 제시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갖춘 효라는 뜻입니다. 

 

상육효의 마지막, '왕용형우서산'에서 그 구체적인 장면이 나와요. 

문왕의 조부인 태왕이 융적의 침략으로 나라를 버리고 기산으로 떠납니다. 

그런데 백성이 전부 태왕을 따라가요. 

모두가 한 마음으로 단단히 결속되어 집을 떠나 그들의 리더인 태왕을 망설임없이 따라간 거죠. 서산의 기슭은 주 왕조의 출발점이 됩니다. 

 

감동감동~ 어린 아이를 들춰업고 서로 기대고 부축하면서, 오로지 태왕의 등 뒤를 따라 묵묵히 거대한 행렬을 이루며 걸어갔을 사람들의 무리가 상상되는 효예요. 마침내 서산에서 그 왕은 제사를 드리게 됩니다. 

 

이렇게 효사들을 차근차근 공부한 후에 큰 소리로 같이 읽고 세미나를 끝냈어요. 낭송 시간은 샘들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정말 많은 얘기가 오고갔던 것 같은데, 후기에 다 적지 못해 아쉽네요!

영어 주역에 직접 참여하시면 이 재미난 말들을 전부 다 들으실 수 있답니다.ㅎㅎ

 

오늘은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발제를 전부 진행했어요. 

약 한시간 반동안 오디오가 빌새라 쉴새없이 말을 하고 나중에 집에 가니까 목이 살짝 쉬었더군요. 너무나 약한 몸뚱이... 

이번 영어주역은 단전/상전까지도 같이 읽기 때문에, 

사실 샘들의 반응이 좀 궁금했어요. 그래서 제가 우선 전체 발제를 해보고, 

샘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다음주부터 각각 정해진 분량을 맡아서 발제하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다들 단전/상전까지 읽으니까 훨씬 좋다고 얘기해주셔서,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이제야 본문 전체를 다 들여다보면서 아주 명확하게 짚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만 단전/상전은 제가 맡고, 괘/효사를 샘들이 맡아서 발제를 진행하기로 했답니다. 

진행 순서를 정리해보자면 이래요. 

1. 필사 or 시험: 우선 다들 모여 필사를 하거나 시험을 봅니다. 

(외우는 건 자율)

2. 내용 진행

저희 금요반은 병렬로 오가면서 읽어요. 

괘사-괘사의 주석을 읽고, 단전을 읽습니다.

그 다음에는 대상전을 읽어요. 여기까지는 괘의 전체 의미와 괘상을 살핍니다.

다음으로 효사-효사의 주석을 읽으며 세부 효사의 내용을 공부하고요. 

소상전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공자님이 짚어주신 중요한 키워드를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요. 소상전은 꽤 짧아서 한 문장으로 끝나니까요. 

3. 같이 낭송

마지막으로 큰소리로 낭송을 하면서 세미나를 마칩니다. 


광선샘께서 앞으로 시험을 외워서 두 괘 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가

창희샘의 벼락같은 항의를 받고 순순히 꼬리를 내리셨답니다.

ㅎㅎ정말 열심히 임해주시는 광선샘 덕분에 영어주역이 즐거워요. 

창희샘 또한 진지한 질문과 샘물같은 호기심으로 늘 세미나 시간을 꾸며주시는 감초!

두 분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물론 다른 샘들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질문과 토론, 개입은 얼마든지 환영이예요~

 

오늘 첫 시간, 다들 고생많으셨어요! 

10월까지 이어질 영어주역의 세 번째 시즌을 잘 부탁드려요~

 

이상으로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오!늘~님의 댓글

오!늘~ 작성일

와우~ 후기를 읽으며 다시 놀라게하는 영어주역, 그리고 찬영쌤이네요. 감사합니다. 무엇을 따를 것인지 궁금하게만 하고 그 '무엇'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좋았던 택뢰수괘였습니다.

'따르다' 'follow'는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 일지는 몰라도 택뢰수는 ‘무엇’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듯해요. ䷐를 ‘무엇을 따르다’라고 생각한 제가 문제였네요.

이데아, 동일성, 진리, 본질 등을 찾으라 하지 않고 그저 변화하라고 하네요. 마치 여섯개 효사를 파도 삼아 파도타기 또는 시절 타고 놀며 수시(隨時)하면 되는것을! 택뢰수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