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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주역 세미나]시즌3-7 후기. 산지박 THE PO HEX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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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뇽 작성일21-10-15 18:05 조회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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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5

 

영어주역 세 번째 시즌 일곱 번째 시간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 번 괘에서 배운 시험과 필사로 시작하는 세미나!

열심히 비괘(PI)를 암기해서 써내려갔더랬죠~

 

상헌샘이 답지않게 긴장한 목소리로

"아~ 오늘 또 틀리면 어떡하지?"라고 근심에 차 계셨어요.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꽈~~!!

저번 'feets'에 이어서 오늘은 walk를 work로 써버리셨다는!

 

역시나 이번에도 건수 잡으신 창희샘!

"중학교 영어도 못 배웠으!"라는 요전의 타박을 또 한번 우려주시고~

(그러나 창희샘은 아예 안 외우셨다는 게 함정)

망연자실한 우리 상헌샘~

 

늘 백점 맞다가도 한 개씩 틀리는 때가 있죠. 

그것도 정말 자잘하고 어이없는 것들로요. 

제 생각엔, 그럴 때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전열을 침착하게 정비해야 할 하나의 국면으로 삼을 때인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보다 더 힘을 써서 단단히 준비하는 거죠. 

마치 백점이 아니었던 것처럼! 늘 엄청 틀렸던 사람인 것처럼!

이게 징크스(?) 탈출의 지름길 아닐까 싶네요. 

백점 맞는 패턴으로 다시 들어설 수 있게끔하는 지름길이요. 

 

ㅋㅋ오늘 마지막 과일만 남기고 깎아버리는 박괘를 배웠으니, 

다음에는 회복하는 괘 '복'을 배우면서

우리 상헌샘의 만점 일대기가 다시 회'복'되기를~빌어요.

홧팅!

 

스물 세 번째 괘, 산지박(THE PO HEXAGRAM)

 

박 괘는 굉장히 뚜렷한 특징과 개성을 가진 괘죠. 

그 유명한 '석과불식'의 괘이기도 하고요.

괘사에서부터 벌써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불리유유왕, not be advantageous to make a movement in any direction. 

어느 방향으로 가든 유리하지 않네요. 

 

박 괘는 쓰러지는falling 혹은 쓰러지는 원인이 되는causing to fall 것을 상징해요. 

더 나아가 쇠퇴/전복의 과정the process of decay and overthrow을 보여줍니다. 

이건 정치적, 자연적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 세력의 변화이겠죠?

 

그렇다면 박괘처럼 아래에서부터 깎여나가는 상황에 놓였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효사로 들어가봅시다!

 

1. 초육효: one overturning the couch by injuring its legs

'박剝', 벗기다, 깎여나가다의 뜻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초효에서는 overturn이 나왔네요. 전복하다, 뒤집다. 

약~간 뉘앙스가 다른 것 같기는 한데, 

상당히 정치적인 맥락 위에서 이 동사를 도입한 것 같아요. 

음(소인)이 판을 전부 뒤집고 있는 상황으로 박을 묘사하는 거죠. 

이효의 '박'과 같이 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 육이효: one overthrowing the couch by injuring its frame

이효에서는 overthrow가 나옵니다. 이 말 또한 전복하다, 타도하다라는 뜻이죠. 

overturn과 overthrow? 권력의 뒤바뀜과 이양, 반역과 모반이 떠오르네요. 

둘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remove(or destroy) government or system이라는 뜻을 지녀요. 

 

여름의 푸릇한 아름다움이 지나고 척박한 겨울이 지배권을 잡듯, 

소인들이 음모를 꾸며 마지막 남은 군자 하나를 잡아먹으려고 벼르듯, 

대세가 바뀌고 권력이 반전되는 상황을 overturn, 혹은 overthrow로 묘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초효에서는 침상의 '다리legs'를, 이효에서는 '틀frame'이 공격을 받았네요. 

여기서도 흥미로운 것은, 

한자 "박상이족/박상이변"을 외울 때, 

"아래부터 깎여나가는 침상의 모습 그 자체를 묘사했군!"이라고 생각했건만, 

영어에서는 정확히 효사의 행위자와 피동자를 다르게 구분해서 짚고 있어요. 

 

그래서 각각의 효사들(주석에서 나온 evil workers, plotters 혹은 destroyers)이

어떻게 침상 위에 누워있는 자(the occupant of the couch)를 위협하고 공격하는지를

정확히 나눠서 설명합니다. 오호~

광선샘 표현대로, 마치 스릴러 액션 무비같은 박괘의 스산함이 더 리얼하게 느껴져요~

 

3. 육삼효: its subject among the overthrowers

음효의 기세는 계속 이어집니다. 

육삼효는 박지무구죠. 

다른 음효와는 다르게, 상구효와 짝을 이루어서(in being correlate of 6)

음효 무리 가운데 있으면서도 무구할 수 있는 효사예요. 

육삼효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유일하게 상구효와 짝을 이룬다는 것이예요. 

 

4. 육사효: going to injure the skin of him who lies on it

마침내 재앙이 정말 가까이에(near at hand) 도래했습니다. 

침상에 누워 있는 사람의 피부까지 파고 들어요. 

음효의 세력이 아주 절정에 이르렀다고 해야 할까요?

 

주석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The occupant is at the mercy of the destroyers

at the mercy of, ~에 멋대로 휘둘리는, 이라는 뜻이죠. 

그(침상에 누운 자)는 파괴하려는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자다. 

뭐랄까, 뭔가 구체적으로 나쁜 일이 있어서 흉한 것보다,

악의를 품은 사람에게 줏대없이 흔들리고 있는 나의 상태가 

가장 큰 재앙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척에서 엄습한 재앙!

 

5. 육오효: a string of fishes

육오효에서 분위기가 급반전되죠. 

갑자기 "생선 꿰미"가 나오니 말입니다.ㅎㅎ

생선을 엮듯 음효들을 줄줄이 꿰어서 이끄는 오효. 

그래서 육오효는 "the lord of all the other weak lines"

다른 모든 음효들을 이끄는 군주가 됩니다. 

 

아래 음효들을 리드하는 오효, 

그리고 오효의 역할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맨 위의 상구효에게 충성하는 것(loyal to the sixth line)이죠. 

이제 음효들과 함께 상구효의 은총을 받아 즐기게 됩니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이로운 무불리가 나옵니다. 

 

6. 상구효: a great fruit which has not been eaten/

The superior man finds the people again as a chariot carrying him

마침내 이 괘의 유일한 양효인 상구효에 도착했네요. 

석과불식, 아직 먹히지 않은 큰 과일입니다. 

 

상효에서는 군자득여를 표현한 게 많은 궁금증을 낳았어요. 

군자가 수레를 얻다, 이 말을 보통 

'군자가 백성이 탄 수레를 끌게 된다'로

배웠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백성들이 다시 (군자를 태울) 수레를 그에게 제공한다',

라고 했습니다. 

수레를 이끄는 주체가 좀 달라요. 

영어 주역에서는 백성들이 수레를 끌고 군자를 태웁니다. 

소상전에서도 He(the superior man) is carried along by people이라고 했거든요. 

민소재야, 라고 해서 "민"을 그대로 주어로 해석한 것 같습니다. 

백성이 수레를 태우다, 요렇게요. 

 

주역에서 수레가 종종 나오는데, 

수레는 곧 많은 백성들을 태우고 교화시키고 품는 군자의 역량을 뜻합니다. 

그렇게 보면 백성이 군자를 태우는 게 아니라, 군자가 백성을 태워야 해요. 

영어로 읽으니 백성들이 군자를 떠받들고 아껴서cherish 

수레에 태우고 모시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이런 식의 번역은 대단히 의외라서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 괘의 끝, 마지막 남은 먹히지 않은 '석과'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백성들의 수레에 올라타는가, 아니면 백성들이 탄 수레를 끌어야 하는가?

호오~ 주어 목적어를 단순히 도치해서 해석하는 것만으로 

또 다른 맥락의 의미 생산이 가능해져서 

이 대목이 참으로 신기했네요. 

 

저는 후자가 더 맞다고 생각해요. 

더 길게 보태기엔 아직 정리가 덜 되었지만, 

서경/시경에서 늘 강조하는 하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천자)를 떠올려보면, 

그리고 중국 고대신화에서 요순우 임금을 비롯해 

사람들을 문명의 수레에 태우고 이끈 성인들의 모습을 보면 

더더욱 그래요.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군자'는' 백성'을' 수레에 태우는 사람이고, 

박 괘의 끝에서 수레를 얻었다는 것은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가 

군자라는 의미일 것 같아요. 

소인들이 득세하는 시대, 마지막 남은 석과가 품은 희망이란

일천하긴 해도 가장 본질적이고 귀한 것입니다. 

 

암튼 상구효로 재밌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오늘도 소상전 읽고, 또 같이 큰 소리로 따라 읽는 시간까지~

모두 퍼펙트하게 잘 마쳤습니다. 

 

심우당샘이 재밌는 정보를 공유해주셨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중국 고대 청동기 전시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해요. 

지금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주역, 그 시대의 유물들이 

상해에서 우리나라로 왔다니! 정말 귀가 쫑긋해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심우당샘 왈, 화풍정 괘의 솥이 연상되는 청동기 솥이 있더라고 하셨어요. 

수천 년전에 세공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유물들이 놀랍다고 하시더군요. 

주란샘도 예전에 대만 박물관에 갔을 때의 흥미로움을 말해주셨어요. 

저도 최근에 유학의 원형에 관한 책을 읽다가 갑골문과 금문에 흥미가 생겼는데, 

마침 또 이런 좋은 전시가 있다고 하니, 절대 놓쳐서는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으면, 여덟 명 모두 박물관에 모여

야외 세미나를 하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주역을 공부하고, 또 시경과 서경을 조금이라도 읽고 난 뒤에

관람하는 고대 중국의 청동기 유물은 정말 색다를 것 같아요. 

 

오늘도 재밌는 말말말들이 넘쳐나는~ 영어주역이었습니다. 

다음은 세 번째 시즌 마지막 후기로 돌아올게요!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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