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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주역 세미나 일요반] 시즌 3-6 후기, 산화비 (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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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안나 작성일21-10-23 12:42 조회638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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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는 지난 10월 17일(일)에 진행되었습니다. 2차백신 후유증으로 많이 늦어졌습니다. 현재의 코로나상황, 기후위기 등을 생각하며 저의 소감을 써봤습니다. 참고로, '인안나'는 저의 닉네임입니다. (성씨가 인, 이름이 안나가 아닙니다^^) 세미나 신청할 때 닉네임 고민하다가, 그 때 마침 읽고 있던 수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

 

  꾸미고 장식한다는 의미의 비괘에서 내가 받은 전체적인 인상은, 본연의 마음이 잘 드러나도록, 본질이 훼손되지 않게 하는, 절제하는 꾸밈이었다. 사회적인 관계의 측면에서는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인 것이다. 비괘는 꾸미고 장식함이라는 주제를 가지고서, 64괘 중 하나의 괘의 자리를 차지하면서도 결코 화려한 치장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오히려 무엇(본질)을 꾸미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고 대상에 맞게, 또 그 대상의 본질에 맞게 꾸미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한다.

괘상을 보자면, 상괘의 칠간 산, 즉 수목과 더불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산을, 하괘의 삼리 화가 밝게 비춰주는 모습이다. 삼리 화는 산 밑에서 칠간 산이라는 본질을 밝혀주고 빛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 괘의 세미나 마지막 부분 상구효에서 먹거리(, 설탕, 건강)에 관한 선생님들의 논의를 들으면서 얼마 전 사과에 관련된 나의 경험이 떠올랐다. 보통 나는 생협에서 표면이 거친 유기농 사과를 구입해서 먹는데, 얼마 전 지인이 사과가 많다면서 빨갛고 윤이 자르르 흐르는 사과 몇 알을 주었다. 그 자르르한 윤기가 마음에 많이 걸렸지만 먹어보기로 하고 껍질을 열심히 씻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광택 나는 기름기가 닦이지 않는 것이다. 찝찝한 마음이었지만 습관대로 껍질 채 베어물었는데, 유기농 사과의 맛에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는 그 맛이 형편없었다. 그리고 그 껍질의 기름기가 거북하여 결국은 껍질을 벗겨내고서야 마저 먹을 수 있었다. 맛있게 보이기 위해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써서 인위적으로 빛깔을 내는 것은 본질을 해치는 것이다. 사과 본연의 맛과 영양을 해치는 것이다. 그리고 사과나무를 둘러싼 땅과 물을 해치고 그것을 먹는 인간을 해치는 것이다

 

  얼마 전, ‘에코페미니즘으로 바라본 여성의 몸, 유해화학물질반대운동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예뻐보이게 하고 좋은 향기가 있는 무수한 화장품과 방향제, 데오도란트 등에 있는 독성과 유해화학물질들로 인해 우리 본연의 아름다움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요즘 사회적인 이슈인 기후위기문제와 함께 많이 나오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물건들을 보면서도 비괘의 질박한 꾸밈이 떠올랐다. 겉포장이 화려한 물건이 상품의 선택이라는 짧은 순간동안은 그 물건을 아름답게 보일지언정, 궁극에 있어서는 우리 모두의 본질에 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비’.  꾸미는 것을 질박하게 한다.  그래야 우리 - 칠간 산으로 상징되는 자연생태계- 의 본질은 더 돋보이고 건강하게 오래 유지되며 허물이 없을 것이다. 비괘는 현재 우리가 처한 기후위기의 해법에 대한 지혜를 주는 소중한 괘다. 마무리로, 반들거리지는 않지만 내 눈에는 맛있고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사과 사진을 올려본다.


 


30302.jpg

<유기농 사과 (출처: 인안나의 식탁과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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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복습으로 세미나 내용 정리 및 구성원들의 인상깊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賁 亨 小利有攸往 (비괘는 형통하니, 나아갈 바를 두는 것이 약간 이롭다.)

꾸밈이 형통하다는 것은 본질을 잘 드러나도록 꾸미는 것이기 때문에, 꾸밈자체로 인한 그 이로움은 조금이라는 것이다. 꾸밈이란 본질이 잘 보여주도록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初九 賁其趾 舍車而徒 (초구효, 발을 꾸밈이니, 수레를 버리고 걷는다.)

초구는 양의 자리에 양의 모습이고, 가장 낮은 자리에(in his humble position) 맞는 발정도를 꾸미는 것을 보여준다. 즉 자리(신분)에 맞게 꾸미겠다는 것이며 사치와 화려함을 포기하고 - 마차를 타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길을 걸어서 가겠다는 것을 보여준다. 육이가 초구를 꾸며주고 싶어 하지만(마차 타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he cultivates himself) 모습, 자리에 맞는 바른 꾸밈(righteousness)을 보여주는 괘이다.

 

 

六二 賁其須 (육이효, 수염을 꾸민다.)

육이는 구삼효와 함께 하는데, 그것은 마치 턱에 수염이 난 것과 같은 것이다. 수염이 제 맘대로 날 수 없고 오직 턱에 따라 날 수 밖에 없듯이, 본질적인 것이 꾸미는 것을 지시하고 지배하는 것이다(What is substantial commands and rules what is merely ornamental.). 여기서 괘상을 살펴보면 육이효는 입모양(위의 4개의 괘) 아래의 수염처럼 볼 수 있다.

 

 

九三 賁如 濡如 永貞 吉 (구삼효, 꾸미는 것이 윤택하니, 오래도록 유지하고 올바르게 하면 길하다.)

 

구삼은 강하고 자신을 꾸며줄 수 있는 두 음괘 사이에 있기에 윤택하다. 이러한 행복한 조건은 그 자리의 우연성(the accident of place)에 기인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바르고 곧게(correct and firm) 해야 한다. 여타의 구삼이 주로 흉인 것에 비해, 비괘의 구삼은 길하다고 표현했지만, 이것에 대한 경계 또한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금수저인 이 삼효에 대해서 스텔라 쌤은, 우연히 좋은 자리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해석하였다. 우리가 이렇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도 참으로 행운이다라는 것이다. 쌤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떠오르기도 했다.

 

 

六四 賁如 皤如 白馬 翰如 匪寇 婚媾 (육사효, 꾸미는 것이 소박하며 백마를 타고 나는 듯이 달려가니 도적(구삼, 자기 짝이 아닌 상대)이 아니면 혼인할 짝(초구)이다.)

 

육사는 초구를 꾸미고 싶어 하지만 육이와 강한 구삼에 가로막혀서 만나러 가기 힘든 상황이다. 가까이에서 꾸며주려는 구삼이 있어도 자신과 정응하는 초구와 함께 하고자 하얀 말을 타고 날아서 초구에 가려고 한다. 여기서 구삼은 해를 끼치지 않는 선량한 것이기 때문에 초구와 육사의 결합은 가능하다. 이 괘는 어떻게 꾸밈이 곧음의 빼어남(the superiority of solidity)을 알아차리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장식하고 꾸민다고 해서 함부로 아무것이나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꾸며줘야 하는 대상을 잘 선별해야 한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 은균 쌤: 남녀의 관계로 볼 때 1번과 4번 중 누가 더 좋아하는 것일까, 혹은 누가 더 귀인일까 라는 질문을 하였다. 일원들은 1번이 4번에게는 귀인일 것 같다라고 했다.

- 선학 쌤: 두 관계를 보면서, 백마타고 날아가는 모습에 무척 설레하시면서 좋아하였다.

- 스텔라 쌤: 백마를 타고 가는 것이 좀 짠한 느낌도 든다고 했다. 그 짠한 느낌이라는 것이, ‘저렇게까지 하는구나라는 느낌이지 않을까 짐작해 봤다.

 

六五 賁于丘園 束帛戔戔 吝 終吉 (육오효, 언덕 위의 사냥터(상구)에서 꾸미는 것이니, 묶은 비단을 재단하여 늘어놓은 듯이 하면 부끄럽지만 결국에는 길하다.) 

 

왕이 사는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언덕과 정원 (육효)으로 꾸며지며, 작고 가벼운 비단두루마리를 가지고 있다.  인색해 보이지만 결국 길한 것이다. 공자가 의례에서 사치하고 낭비하는 것보다는 아끼는 것이 더 낫다라고 말한 것처럼 검소함이 길함을 막지는 못한다.

세미나 구성원들은 구원에 대해서 다양한 생각을 이야기하였는데,

- 형진 쌤은 육오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하면서, ‘비우구원이라는 상구의 꾸밈을 받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데 그 느낌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 세경 쌤은, 괘상으로 보면 다른 괘에서는 꾸밈을 못받고 6번에서만 꾸밈을 받는 모양이고, 6번인 상왕을 구원(언덕과 공원)’으로 상징해서 보여주는 예시가 재미있다고 했다. (왕이 다스리는) 도시를 떠나야 하는 상왕이 도시외곽의 높고 아름다운 곳에 머무르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 스텔라 쌤은 구원에 대해서 옛날 영국의 성주가 결혼할 경우 성 밖에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는 장소(다우저 하우스?)를 따로 마련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구원은 후원자라는 느낌도 많이 드는데, auspice에는 후원이라는 의미가 있기에 후원자의 느낌이 있다고 하였다.

- 은균 쌤은, 묶인 비단의 화려함에 감춰진 주체는 육오인데, ‘전전의 주체가 누구일까라는 의문을 던졌는데, 이에 대해서 형진 쌤과 스텔라 쌤은 상구라고 한 것에 비해 은균 쌤은 비단을 잘라주는 주체는 상구가 아닌 것 같다고 하였다.

- 선학 쌤은, 묶인 비단은 준비된 사람으로 해석이 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고, 이에 은균 쌤은 내공이 있지만 발현이 되지 못한 사람인 것 같다고 했다. 스텔라 쌤은 잠룡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고 하였다. 선학 쌤은, 비단이라고 하면 매우 귀하고, 예쁘고 질도 좋고 빛날 것 같다고 하면서, 꾸며주는 것들에 대해서 마음이 동하다고 하였다. 세경 쌤은 당시의 가장 귀한 것이 비단일 것이다고 덧붙혔다.

- 스텔라 쌤은, 아카데미 조연의 서포팅 하는 역할이 없다면 주연이 빛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였다.

 

 

上九 白賁 无咎 (상구효, 꾸미는 것을 질박하게 해야 허물이 없다.)

장식으로는 흰색인 것만 보여주는 것은, 꾸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게 하는 것을 보여준다. 실재적인 것, 본질이 꾸밈보다 낫다. 꾸밈이 본질을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 스텔라 쌤은, ‘백비는 자질이 있는, 내공이 있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 (인안나)는 괘의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꾸미는 것을 절제하는 느낌인데, 이 괘에 와서는 고려청자를 지나서 조선백자에 이른 것 같다고 하였다. 극한의 꾸밈이라는 것은 오히려 수묵화의 여백의 미-백색으로 보여주는-와 같이 표현되는 것 같다고 했다.

- 형진 쌤은, 여자들의 내츄럴한 화장에 비유 될 수도 있겠다고 하였다. (Ft. 요즘말: 꾸안꾸)

- 스텔라 쌤은, 인안나 쌤이 조선백자를 얘기하니, 육오의 속백이 고려청자인 것 같다고 했다.

- 세경 쌤, 가장 화려함이 끝난 사람, 최고의 것을 겪었지만 깨달은 사람이다.

- (인안나): ‘Substantiality is better than ornament'라는 말이 보여주는 것은, 그릇이 물을 담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현대 디자인계의 말을 빌려, 최고의 디자인은 실용성이다라고 했다. 육오의 대목에서 고려청자가 연상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상구의 백비’, ‘질박하다는 표현에 이르러서는 조선백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였다.

- 스텔라 쌤은 옷, , 집의 일차적인 기능을 벗어난 것들을 예시로 들면서, 본질에 계속해서 덧붙혀지면서 더 복잡해진다고 하였고, ‘simplicity’백비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 말했다.

- 은균 쌤은 이왕이면 다홍치마도 거부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기능이 일정정도 충족이 되는 상황에서는 좀 더 상품성이 있는 게 좋다고 했다. 이에 형진 쌤은이왕이면 다홍치마는 상구보다는 삼효의 비여유여 영정 길에 비유될 수 있겠다라고 했다.

- (인안나)return to pure, 'white', 'simplicity'는 현대의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국보_제310호_백자_달항아리(2014년_국보_동산_앱사진).jpg

                     <국보 제310호 백자 달항아리 (출처: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댓글목록

세경님의 댓글

세경 작성일

와우~ 안나샘 백신도 맞고 이동 중에 참여하셨는데
이리 상세한 후기를 남기시다니, 사과와 백자도 재미있었어요^^

이은균님의 댓글

이은균 작성일

와우 ~ !
상세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