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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주역 세미나 일요반] 시즌 3-7 후기, 산지박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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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경 작성일21-10-27 00:34 조회66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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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제가 후기를 쓰기로 했어요^^. 두 분은 일이 있어 부득이 불참하시고 5명이 ZOOM에 모였습니다.

산지박의 괘사와 효사를 필사하거나 시험보고, 발음을 중국어로 들어봤는데 흡사 텔레토비의 주인공, 뽀~ 같았답니다 ㅎㅎ.

 

  산지박 =  falling or causing to fall

 

剝은 '벗기다, 깍다'로 여기서는 '양(陽)이 깍인다, 소멸한다'는 의미입니다. 

양이 떨어져 나감, 자리를 잃게 하는 것(fall)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자연이나 정치적인 관점에서 쇠하거나 사라지는 과정(the process of decay or that of overthrow)에 적용할 수 있다고 했어요. 

산지박의 키워드는 overthrow인데 힘에 의해 무언가가 없어지거나(remeove by force) 전복되는 의미가 함께 있어 재미있지요. 

 

괘상을 보면 음이 1효부터 5효까지 차올라 있고,  6효에 양이 하나 남아 있어요. 

신영복 선생님은 [담론]에서 6효의 양을 '초겨울 나무에 하나 남은 감'에 비유하셨습니다. 

겨울이 되며 잎과 열매가 하나씩 떨어지고,  마지막 열매가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음이 득세하면서 점차적으로 양을 대체해요(small men  have gradually displaced good men). 어둡고 혼란한 세상으로 흘러가네요. 

산지박이란 이름도 '산이 땅에 붙어 있는 모습'인데 높다란 산이 무너져 내려 땅까지 내려앉는 상황입니다. 

 

    산지박의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나? 

 

The lesson is to wait. 소인들이 세상을 채워가는 암울한 시기의 교훈은 '기다리라'입니다. 

괘사도 剝 不利有攸往(not be advantage to make a movement). 나아가는 것, 뭔가 일을 도모하면 불리해요.

양이 깍이는 시기이므로 군자가 소인에게 해를 입게 되거든요. 그래서 일을 도모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 합니다. 

소인들의 힘은 엄청나게 강하지만 그 또한 유행처럼 사라질 것입니다(The power operating against him is too strong, but the fashion of political life passes away). 주역의 이치죠. 성한 것은 반드시 쇠락을 겪습니다. 

그래서 외부적인 활동을 삼가고 기다리면 더 나은 기회가 옵니다(a chance for the better will shortly appear). 산지박의 다음 괘인 지뢰복을 암시하고 있어요.

신영복 선생님은 역경과 절망의 시기이지만 희망을 잠재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멀리 보고 길게 호흡하는 내공이 느껴지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산화비 다음이 산지박인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산화비는 꾸밈(ornament)의 때. 꾸밈은 인간의 삶, 문명에서 필연적이지만 항상 '본질(Substantiality)'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인간의 마음이 본질보다 꾸밈에 쉽게 기울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강조했나 봅니다.

한 분이 매년 인사평가 때마다 '안 한 것도 한 것' 처럼 꾸미기에 열중하는 경우를 말씀하셨고,

저도 회사에서 암암리에 혹은 노골적으로 '포장'이 중요하다며, 실제 일보다 과장되게 혹은 사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성과를 꾸며내는 경우가 떠올랐어요. 

이렇게 많은 이들이 본질보다 꾸미기, 포장에 힘쓰다보면 산화비의 몇 안되는 양이 음으로 바뀌고  산지박으로 가게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소인의 세력이 커질 때 일어나는 일들

 

이제 효사는 소인들이 득세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줍니다. 여기서는 세 가지의 상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요. 

여러 샘들이 연관성을 알 수 없게 상징들이 바뀌고, 일관되게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는 것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난감하셨기 때문일 거에요. 침상과 물고기, 과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 그럴 만도 하지요^^.

저도 처음 산지박을 접할 때 그랬어요. 이야기가 맥락 없이 점프하는 것 같았거든요.

 

효사를 쓰신 주공께서 조금씩 써갔기 때문이라는 말도 오가고, 

효사의 자리와 상황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각 효의 상황을 상상하며 읽어보자고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상징이 바뀌는 이유는 백성과 왕(지도자)의 관점, 소인의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군자와의 관계 때문입니다. 

 

상징 1) 사람이 누워있는 침상이 깎여나감 (overthrowing the couch) : 1~4효

 

1~4효는 백성입니다. 자리에 따라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요. 소인의 시대에 백성들이 어떤 처지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couch는 剝牀以足, 剝牀以辨, 剝牀以膚의 牀을 번역한 것으로 '몸을 누이는  곳'입니다.

음이 자랄수록 침상의 다리(1효: its legs), 뼈대(2효: its frame)가 상하고 결국엔 누워있는 사람의 피부(4효: the skin of him who lies on it)까지 상하는 상황이 됩니다. 흉해요.

소인의 세력이 커지면서 처음에는 자신을 지탱하는 올바름을 잃고 종국에는 몸까지 상하게 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의 삶이 크게 위협받습니다. 

 

* 3효는 약간 다른데, 허물이 없어요 : 다른 음들과 달리 하나 있는 양(6효)의 정응입니다. 군자인 그를 따르고 함께하기 때문에 no error.

 

상징 2) 꿰어진 물고기들처럼 현자를 따르기 (a string of fishes) : 5효

 

5효에 와서는 왕(지도자)의 관점에서 그가 소인의 시대에 무엇을 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는 음효라 강력한 힘도 없고 2효가 같은 음효라 응이 되지 않아 지지해줄 세력도 없습니다. 

어둡고 혼란한 시대의 지도자라 매우 난감할 텐데, 다행스럽게도 바로 옆에 현명한 군자(6효)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다른 음효들까지 이끌어 양효인 6효를 따릅니다. 어려운 시기에 현명한 군자를 알아보고 그를 따를 수 있다면 불리한 산지박의 때에도 이로울 수 있습니다(无不利, There will be advantage in every way).

물고기는 음의 상징이라 5효와 1~4효 모두를 말하며, 꿰어졌다고 한 이유는 '머리를 일렬로 하여 물고기를 꿰듯' 왕인 5효의 통솔 아래 모두가 6효를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엮어진 조기가 떠오르는데, 퍽 공손해 보이기도 하네요. ㅎ

물고기는 왜 음의 상징일까? 하는 샘들의 궁금증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상징 3) 큰 과일은 먹지 않고 씨 과실로 (a great fruit) : 6효

 

3효가 함께한 그 분, 5효의 왕조차 공손히 따르는 군자. 산지박의 유일한 양효인 6효는 어떤 상징이 좋을까요?

깎아지는 침상, 물고기로는 안 되겠죠. 주공의 선택은 바로 석과, 큰 과일입니다. 

a great fruit라고 하니 탐스러운 과육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석과불식(碩菓不食)!

밑에서부터 음이 차오르지만 아직 양효 하나가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먹히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대로 씨 과실은 '먹지 않고' 싹을 틔워 새로운 열매를 기약하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본 산지박의 교훈, '기다려라'하고도 통하지요.  주공의 비유가 어떤가요? ^^

 

소인들이 세상을 채우며 쇠락해지지만 여전히 어딘가에는 현인이 있기에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며 다음을 기다리고 준비하라는 산지박이었습니다.  

산지박의 다음, 지뢰복이 너무 궁금해지지요^^. 

 

오늘도 샘들과 함께하며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질문과 의아함을 나누다 보니

읽히면 읽히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생각하고 곱씹게 되서 산지박을 더 가까이 읽은 듯 했어요. 

6효는 아니지만 그처럼 여러 사람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수레를 얻은 기분이랄까요~

(The superior man finds the people again as a chariot carrying him.)

 

벌써 이번 시즌 마지막이에요. 담주에도 반갑게 뵙겠습니다!

댓글목록

이은균님의 댓글

이은균 작성일

후기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