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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주역 세미나]시즌4-6 후기. 중화리 THE LI HEX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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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뇽 작성일21-12-18 23:24 조회5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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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7

 

아주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우선 영어주역 시즌4의 마지막! 차시였고요, 

또한 드디어 상경의 마지막 괘에 도달한~ 고런 의미가 가득 담긴 금요일이었답니다. 

 

주역의 괘들을 하나하나 만날 때마다 쌓여가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공부하는 이로 하여금 길게 가져가는 끈기와 인내를 수양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역은 참 좋습니다^^

 

아직 상경만을 끝냈지만, 그래도 감회가 새로우니만큼, 소감을 주절거려봅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만난 괘는 30번, 중화리 괘입니다. 

 

서른 번째 괘, 중화리(THE LI HEXAGRAM)

 

중화리 괘는 태양, 밝음을 상징하는 리 괘가 두 번 중복된 모습이죠. 

저번 주에는 물이 찰랑거리는 구덩이의 연속인 중수감 괘를 배웠는데, 

그 축축한 동굴/구덩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분위기예요. 

화려하고, 밝고, 불이 넘실거리는... fire, light, the sun, brightness...

 

이 '밝음'이라는 뜻에 더해, 리 괘는 '붙어있다' '걸다'라는 뜻도 있죠. 

원래 중화리 괘를 공부하면서 이 두 가지의 뜻이 잘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오늘 리 괘를 두고 심층적인 얘기를 나누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이 붙듯이 마땅한 바름what is correct에 단단히 <붙어있는 것> 아닐까'. 

호오, 이렇게 보면 중화리 괘의 뜻이 서로 통하는 것 같죠?

 

주석에서는 괘사 휵빈우길의 뜻을 아주 중요하게 강조했어요. 

암소처럼 유순한 덕성을 기르는 것, nourish a docility like that of the cow. 

그래서 리 괘의 주인공은 옳은 것에 밀접하게 붙어있게 됩니다. 

Hexagram adhering closely to what is correct

 

효사로 들어가볼까요?

 

1. 초구효: he treads at the same time reverently

혼란스러운 발걸음으로 어지러울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초구효는 경건한 마음을 품고 움직입니다. 

불의 첫 시작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coarsely조악하고 vehemently격렬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경건함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조건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런 심사숙고consideration를 해나간다면, 무구할 거예요. 

 

2. 육이효: in his place in yellow

황리, 원길입니다. 중앙을 상징하는 색, 황색이 또 나왔네요. 

영어주역 책의 앞쪽을 뒤적거려보니 중지곤 괘와 화뢰서합 괘에서도 이 yellow가 등장합니다. 

중앙에 위치해서 바른 도correct course에 잘 붙어있는adhere to 이효의 모습입니다. 

 

3. 구삼효: in a position lilke that of the declining sun

삼효는 표현 하나하나가 다 좋고 인상 깊었어요. 전체 구절을 한번 볼까요?

일측지리, its subject in a position like that of the declining sun

(기울어진 해의 위치에 놓여있다)

불고부이가, Instead of playing on his instrument of earthenware, and singing it, 

(질그릇으로 만든 그의 악기를 가지고 놀며 노래하는 대신에)

즉대질지차 he utters the groans of an old man of eighty. 

(팔십 노인이 한탄하는 듯 소리내어 운다)

 

주란샘 왈,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하셨는데 저도 동의하는 바였어요. 

여러모로 참 생각할 거리를 안겨다주는 효사죠. 

삶의 늘그막에 접어든 노인이, 기울어져 쇠락해가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질그릇 악기를 두드리며 기꺼워하기보다는

푹푹 한숨을 내쉬고 번민하는 모양새입니다. 흉해요. 

 

주석에서는 이렇게 말해요. 

'삼효는 물러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즐거움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합니다. 

이게 바로 '고부이가'의 모습이겠죠. 소박하게 만들어진 질장구를 치며 노는 것이요. 

그렇지만 '해가 지고 있는데 놀긴 뭘 놀아!'라고 투덜거리며 

쇠하는 시기를 어찌해보려고 하는 마음에 전전긍긍한다면

올바름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거예요. 

올바름이란 시중(때의 적확함)을 알고 실천하는 것일 테니까요. 

 

늘 리괘를 읽을 때마다 이 삼효는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어요. 

 

4. 구사효: How abrupt it is, as with fire, with death, to be rejected by all!

구사효는 여러모로 당황스러운 효사가 아닌가 싶어요. 

돌여기래여 분여사여! 

(갑자기 들이닥쳐서 불태우는 듯하니, 죽는 것이고 버림받음이다.)

 

사효의 이런 갑작스러움, 모두가 기겁하고 외면하는 돌진은 

도대체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이런 질문을 제가 던졌더니 샘들이 다들 재밌는 대답을 해주셨어요. 

 

우선 주란샘께서 또다른 불의 시작이 사효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셨어요. 

상헌샘도 불이 가진 예측불허적 파워를 실감나게 설명하셨고요. 

불이 그 화력을 더해 지나치게 세지면 강을 뛰어넘고, 

마치 발이 달린 것처럼 뛰어간다는데, 와우, 상상만해도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덧붙여 <분노의 역류>라고, 불의 속성을 정말 잘 보여주는 영화 한편을 

주란샘께서 추천해주셨네요. 

메모해뒀다가 나중에 꼭 보려고요. 

이 영화를 보고나면 중화리 괘를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5. 육오효: flowing in torrents and groaning in sorrow

눈물을 물줄기처럼 흘리고, 고통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육오효. 

그런데 놀라운 반전은, 이렇게 절절하게 울고 끙끙거려야 '길'하다는 것이예요. 

효사의 표현이 참 놀랍죠? 흉하다라는 말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양강한 구사효와 상구효 사이에 끼어있는 음효는 걱정과 염려를 가득 품고 있죠. 

이런 태도는 오히려 그의 내면적 방향성이 겸손에 단단히 붙어있음을 보여줘요. 

그래서 길합니다. 

 

효사들을 공부해가다보면 괘가 품고 있는 철학에 근거하여 길흉을 판단합니다. 

그냥 우리가 으레 짐작하는 방식의 좋고 나쁨과는 확실히 다르거든요. 

그래서 효사의 길흉을 보면, 

각자의 괘가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있죠. 

암소를 닮은 유순함과 겸손. 리 괘가 제일 최고로 여기는 가치임을 

여기서 다시 확인하게 되네요. 

 

6. 상구효: his punitive expeditions

자, 여기서는 왕용출정, 멀리 정복 전쟁을 떠나는 위세 당당한 왕의 모습이 나와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죠. 

'왜 리괘의 꼭대기에서 하필 왕의 출정/정복 같은 묘사가 나왔을까?'

 

열정적인 영어주역 샘들로부터 여러 답변들이 마구 튀어나왔어요. 

rebels반란이 일어난 상황에서 왕은 그 난을 진압하러 떠나요. 

어쩌면 가장 잔인하고 징벌적인punitive 원정이겠죠. 

 

그러나 이 왕은 아주 현명하게 처신합니다. 

반란의 우두머리만 죽이고(절수), 나머지는 처벌하지 않습니다(획비기추). 

이게 바로 유가, 아름다움을 얻은 것이예요. 

영어로는 Achieving admirable merit, 존경할만한 가치를 실현하다,

이렇게 번역했네요. 

 

샘들 왈,  

가장 현실적인 정치 상황 속에서 가장 지성적인 처신을 발휘한 모습이 아닐까, 

라고 말해주신 게 기억에 남네요. 

이렇게 본다면 밝음의 괘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왕의 출정'이라는 말이 확 이해가 돼요. 

이 상구효 또한 구삼효와 마찬가지로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죠. 

 

구삼효가 뜨고 지는 삶의 변전을 잘 담아낸 잔잔한 영화의 한 장면 같다면, 

상구효는 아주 치열한 사극 정치 드라마의 에피소드 같달까요?

ㅎㅎ불을 상징하는 괘라 그런가, 화려한 연극적 요소가 연상되는 효사들이 포착됩니다. 

 

결론적으로, 불의 파워는 diffuse, 발산하는 것이죠. 

향수가 공중에 방사되듯, 불 또한 퍼져나가 주변에 옮겨 붙어요. 

이런 막강한 불의 파워를 '어디에' 옮겨 붙일 것인가? 

이것이 리 괘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질문인 듯해요. 

 

What is correct한 것에 붙는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천지분간을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면, 

그야말로 구사효처럼 모두에게서 버림받는 꼴이 되고 말거예요. 

누가 그런 불길을 좋아할까요? 전부 태워버리고 재밖에 남지 않을 텐데요. 

 

감 괘가 땅굴로 파고드는 듯한 깊음, 그래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를 보여줬다면,

리 괘는 이리저리 산발하는 불의 방향성을, 그래서 어디에 딱 걸고 붙일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네요. 

 

괘 하나하나가 던지는 질문과 키워드가 모두 알차고 재밌어요. 

이렇게 상경까지 뚜벅뚜벅 걸어와 나름 재밌게 세미나를 진행했답니다. 

앞으로 만날 하경의 여정도 무척 기대가 큽니다. 

주역이라고 하는 텍스트로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의견을 나누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영어주역 샘들도 비슷한 마음이기를 바라요. ^^

 

시즌4까지 같이 공부해온 멤버들 모두 감사합니다. 

푹 쉬고 임인년에 다시 만나기로 해요!

 

이상으로 영어주역 시즌4를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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